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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누구세요?

샐리 그랜들리 글. 앤서니브라운그림

by 남효정

"그림책 좋아하는 어른이들, 모두 모이세요"


오늘은 요즘 어린이가 좋아하는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을 소개하려 한다.


영유아교육기관에 가면 나는 아이들의 그림책 책꽂이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며칠 전에도 나는 그림책 앞에 몸을 구부리고 보고 있었다. 이런 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아장아장 갓 걸음마를 시작한 작은 아이가 나에게 한 권의 책을 꺼내준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책을 고르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봤던 책 중에 인상적이었던 것을 권한 것이다.


그 순간 왠지 모를 감동이 밀려온다. 이렇게 어린 존재에게서 책을 추천받다니 뭉클하고 아름다운 감정이 몽글몽글 올라온다. 아직 말로 표현하지 못해도 이렇게 잘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금방 친구가 된다.


"똑똑! 누구세요? 네. 이거 재미있어?"


내가 묻자 아직 문장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는 이 어린 독자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공포에 질진 표정을 짓는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그러나 웃으면 실례다.


"여기, 그렇게 무서운 게 나오는 거야?"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나에게 건네주었던 책을 다시 받아서 책장을 넘긴다.

KakaoTalk_20250820_234642715_07.jpg '똑똑! 누구세요?' 중에서

침대에 곰돌이를 안고 여자아이가 누워있다.

이불도 샛노란 색이고 침대옆의 스탠드의 갓도 노란색이다.


"똑똑"


노크소리가 크게 들린다.


아이는 아주 작은 소리로 말한다.


"누구세요?"

KakaoTalk_20250820_234642715_06.jpg '똑똑! 누구세요?' 중에서



우락부락 덩치 큰 고릴라가 자신을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고 한다.

자기를 들여보내주면 아이를 숨 막히게 꽉 껴안아준다고 한다.


고릴라 그림을 보자. 얼굴표정 그리고 자세가 꼭 누구를 닮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의 눈은 신발에서 멈춘다. 고릴라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단정한 신발. 하지만 아이의 눈에는 낯익은 신발 같아 보이기도 한다.


"으~싫어. 들어오지 마!"


그다음 또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마녀는 자신을 들여보내주면 아이를 개구리로 만들어 준다고 한다.

아이는 너무 놀라 손으로 비명이 나오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다.


나에게 책을 소개해준 이제 갓 아장아장 걷는 어린 독자는 무서운 것들이 등장할 때 주인공이 놀라는 다양한 장면을 나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었나 보다. 비언어적 소통이 이렇게 강렬할 줄이야. 나는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본다.


아이들에게 잠들기 전에 들려오는 소리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것도 혼자 잠들어야 하는 아이에게는 더욱 그렇다. 불을 뿜는 용과 흐물흐물 옷자락을 날리는 유령도 아이는 두렵기만 하다.

KakaoTalk_20250820_234642715_05.jpg '똑똑! 누구세요?' 중에서



하지만 모두 다 같은 신발을 신고 있다. 얼굴표정을 가만히 살펴보면 빙그레 웃고 있다.

계속 노크를 했던 두려움의 존재는 누구였을까?


모두다 아이의 아빠였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아이는 아빠와 함께 편안한 모습이다. 함께 그림책 보았던 것도 같고 아이들 재워주는 모습이었던 것도 같다. 두려움이 사라진 아이는 편안한 모습으로 아빠의 품에 안겨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이 그림책을 구입할 예정이어서 나는 어린 독자와 함께 보았던 그 때의 기억을 더듬어서 이 글을 쓴다.


이 그림책은 1985년에 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그림책이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 독자가 아니었으면 나는 영영 몰랐을 재미있는 책이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을 몇 권 가지고 있기는 한데 이 책 역시 넘치는 재치와 아이를 바라보는 아름다운 시선과 작은 소리에도 상상의 나래를 펼쳐 두려움에 오그라드는 아이의 예민한 마음을 잘 표현한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다.


책꽂이에 꽂힌 여러 가지 그림책 중에 이 책을 골라서 소개해준 어린 독자에게 감사를 보내는 밤이다.




#앤서니 브라운 #똑똑 누구세요 #잠자리 그림책 #그림책 #남효정 놀이와 교육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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