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릴 적 여러 번 보고 또 보아서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여져 있는 그림책이 있다.
바로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이다. 베르너 홀츠바르트가 글을 쓰고 볼프 에를브루흐가 그림을 그렸으며 사계절이 출판한 책이다.
표지에는 두더지가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서둘러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머리에는 똥을 한 덩이를 이고 걸어가는 두더지를 보고 웃지 않을 거의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첫 표지부터 독자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는 그림책은 보나 마나 내용도 흥미진진한 경우가 많으니까 표지의 그림은 중요하다. 이 주인공 두더지가 이 책의 글을 쓴 베르너 홀츠바르트를 닮았다면 어떻겠는가? 엄숙하고 다소 깐깐해 보이는 이미지에서 나는 이 책의 글작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건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호기심 어린 두더지의 모습이 보인다. 땅을 파고 왔으므로 두더지가 싼 흙이 두더지 주의에 쌓여있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뭉글뭉글하고 길고 갈 색을 띤
어떤 것이 갑자기 두더지 머리에
철퍼덕 하고 떨어졌어요.
그것은 소시지 같기도 했어요.
괄호 안에 작은 글씨로 써 놓은 똥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은 아이들의 흥미와 관심을 북돋워 준다. 아직 똥이라는 표현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이 장면을 가만히 바라본다. 눈에는 장난기가 가득한 채로 말이다.
"으응, 뭐지?"
작은 아이가 말한다.
"소시지라고?"
큰 아이가 말하며 코를 잡는다.
"냄새나는 똥 소시지!"
아이들은 킥킥 소리 내어 웃는다. 나는 큰 아이와 작은 아이의 반응을 보며 충분히 이야기를 상상하도록 기다려 준다. 그러면 자기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나를 본다. 나는 일부러 오른쪽 페이지를 가리고 왼쪽 페이만 보여주었기에 아이들은 똥인지 소시지인지 알고 싶어 이제 다음 페이지를 보자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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