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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구멍

허은미 글, 이혜리 그림/ 돌베개어린이

by 남효정

아이들은 자신의 몸에 대해 끊임없이 탐색한다.

이 그림책은 그런 아이의 호기심을 질의응답 방식을 빌어 재미있게 따라가고 있다. 우리의 몸에 있는 다양한 구멍에 대한 궁금증을 이 책은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자.


나의 아이들이 이 책을 볼 때 구입한 책은 주황색 표지였고 돌베개어린이가 펴냈었다. 지금은 표지의 주황색 부분이 빨간색으로 바뀌었고 길벗 어린이에서 출판한다. 우연히 인터넷 서점에 들어갔다가 반가운 마음에 살펴보았는데 나와 우리 아이들의 추억 속에 있는 '우리 몸의 구성'은 주황색과 연두색이 어우러진 표지이기에 낡은 아이들의 책을 찍어 올려본다.


우리몸의 구멍0_20250908_090529300.jpg 아이들의 손때가 그대로 묻어있는 '우리 몸의 구멍'_사진 2025.9.8 남효정


이 책은 글과 그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표지부터 재미있다.

구멍을 들여다보는 아이들. 아이들의 표정에서 괜스레 웃음이 나온다. 누군가가 웃음이 나지 않는 책은 좋은 책이 아니라고 했다. 이 책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보는 사람의 얼굴에서 웃음이 번진다.


우리몸의 구멍1 2025-09-08 090052.png 출처: 알라딘> 우리 몸의 구멍


내가 가장 좋아하는 페이지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이렇게 익살스럽게 그려낼 수 있는 작가가 얼마나 될까?

예전에 뇌과학을 배우기 위해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박문호 박사님을 찾아가 하루종이 뇌과학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박사님의 반짝이는 눈, 호기심을 담은 바로 그 눈은 또렷하게 생각난다. 건강한 아이들의 눈에도 호기심이 가득하다. 무언가 궁금해하고 스스로 다양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탐색하며 배워나간다.


"나는 구멍이 너무 궁금해! 어디 한 번 탐색해 볼까?"


'우리 몸의 구멍'이라는 제목의 그림책에서는 시종일관 이런 표정이 보이고 이런 목소리가 들린다.


우리몸이 구멍1-0 2025-09-08 093138.png 출처: 알라딘> 우리 몸의 구멍


이제 본격적으로 그림책이 시작된다.


어, 이게 뭐지?


으응, 물 빠지는 구멍.


'욕조와 욕조 구멍을 이렇게 역동적이고 청량감 넘치게 그릴 수 있구나'


그 당시는 아주 깔끔한 성격이어서 매일 욕실 청소를 해야 하는 나의 입장에서 아이들과는 다른 방식의 그림책 감상 포인트가 나온다.

우리몸의 구멍2 2025-09-08 090231.png 출처: 알라딘> 우리 몸의 구멍



아이들은 물이 빠지는 욕조 구멍을 본다. 눈이 커진다. 물의 움직임이 그대로 느껴진다. 수중분만으로 태어난 우리 아이들은 물과 함께 하는 시간을 참 좋아했다. 씻지 않겠다고 실랑이 한 기억이 없다. 오히려 기대감에 찬 모습으로 목욕시간을 물놀이 시간으로 인식하는 듯했다. 실내 물놀이장이나 온천 등에 가서도 아이들은 편안하고 즐거워 보였다.


우리 몸의 구멍3 2025-09-08 090327.png '우리 몸의 구멍' 중에서_사진 남효정


그럼, 이건?


아하, 물 나오는 구멍!


이 페이지에는 머리에 거품을 잔뜩 묻힌 남자아이가 스스로 샤워기를 들고 머리에 물을 뿌리며 샤워를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멋진 모습이다. 심지어 눈을 질끈 감은 것도 아니고 한쪽 눈을 편안하게 뜨고 있다.


"우와 나도 저렇게 하는데."


"엄마, 나도 머리에 샴푸하고 저렇게 씻을 수 있어. 그렇지?"


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그림을 보며 아이들은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며 이야기하기를 즐겼다.


이 책은 계속 질문을 던진다.


이건 무슨 구멍이게?~~


이렇게 물으면 책을 보는 사람은 상상하여 대답을 하는 것이다.


"이건, 터널이야."


"맞아. 우리도 터널 통과한 적 있지?"


"응. 시골 갈 때. 터널로 지나갔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페이지는 바로 여기다.

우리 몸의 구멍5.jpg 우리 몸의 구멍 중에서, 사진_남효정


아이들의 경험을 그대로 담았기에 아이들은 할 말이 많다.


"나도 저번에 감기 걸렸을 때, 콧물이 들락날락했어."


"엄마, 나도 나도 들락날락."


대견하게도 아이들은 책 속의 '콧물이 들락날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대화를 한다. 콧구멍은 콧물이 들락날락하기도 하지만 '숨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기도 한다. '숨을 마시면 허파가 커지면서 공기가 가득 차고' '숨을 내쉬면 공기가 빠지면서 허파는 줄어들어'라는 설명과 재미있는 그림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지시켜 주면서 오히려 새로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았다.


나는 그림책을 함께 볼 때 빠르게 읽지 않는다.

아이들이 그림책 책장을 넘길 때까지 기다린다.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 아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귀 기울인다. 책은 일방통행으로 성인이 아이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글자를 읽어주는 매체가 아니다. 세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탐색하는 아이와 이미 세상으로 나와 오랜 시간 살아가고 있는 성인 사이에 놓여 어린이라는 존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것을 궁금해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매체이다.


이 책은 우리 몸의 모든 구멍에 대해 이야기한다.

입처럼 큰 구멍과 땀구멍처럼 작은 구멍, 고리를 듣는 귀와 볼 수 있는 눈까지 유머러스함을 유지하면서 과학적으로 이야기해 준다.


냄새 맡은 코 그림 다음에는 피자를 먹는 큰 입을 가진 아이의 그림이 나온다.

한 장을 넘기면 이제 그림책을 세로로 길게 세워야 한다. 커다란 아이의 그림이 있고 피자가 입을 통해 들어가고 식도를 지나고 위를 지나고 장을 지난 다음 모두 한곳에 모인다.


그다음 장면은 편기에 앉아 똥을 누는 남자아이의 진지한 표정이 압권인 그림이 나온다. 그 옆에 있는 글자는 단 세 자이다.


끄으응


아이들은 깔깔 웃으며 이 장면을 본다. 그다음 필요 없는 것들이 우리 몸의 구멍을 통해 나온다는 것을 소변기에 오줌을 누는 남자아이, 줄넘기를 하며 땀을 흘리는 여자아이, 노란색으로 분사되는 방귀를 뀌는 부끄러운 표정의 남자아이 그림을 보면서 알게 된다. 이 부분은 똥, 오줌, 방귀, 땀이 두 페이지에 한꺼번에 나온다.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그다음 아이들이 매우 신비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장면.


아기는 어디로 나올까?


엄마 그림 속에 아기가 거꾸로 있는 그림을 보면서 아이들은 손으로 아기 그림을 만져보기도 했다.


"나도 이렇게 거꾸로 있었어?"


"원래는 이렇게 엄마랑 똑같이 있다가 태어날 때쯤 되면 아이가 이렇게 돌아서 이렇게 머리가 아래로 향하게 되는 거야. 이렇게 있어야 안전하게 밖으로 나올 수 있어. 우리 산이는 세상에 나오기로 예정된 날이 가까워 지는데도 머리를 위로 두고 있어서 엄마가 머리를 아래쪽으로 두자고 이야기를 반복해서 했더니 신기하게도 이렇게 움직여서 거꾸로 자세를 바꿨어."


아이들은 자기 이야기를 해주니 더 집중해서 듣는다. 엄마가 자신들을 배 안에 품고 키우고 정성껏 돌보았음을 이야기해 주면 아이들은 서로 마주 보며 활짝 웃었다.


작은 아이는 엄마 그림에서 강조되는 젖가슴을 보며 말했다.


"나도 엄마 쮸쮸 먹었지."


"나도야."


어릴 적 우리 아이들은 24개월까지 모유수유를 했다. 유니세프 권장 기간으로 아이에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엄마와의 접촉을 최대한 늘려주기 위해 내가 스스로 선택한 방법이었다. 힘들었지만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다음 나오는 것은 배꼽이다.

아이마다 서로 다른 배꼽이 그려져 있고 수영복을 입은 아이들이 서로의 배꼽을 관찰한다.


마지막 장면은 놀이터 모습이고 놀이터의 구멍에서 재미있게 놀이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본다. 그리고 한 장을 넘기며 마지막 한 문장.


구멍은 참 대단해!


나는 그림책을 인지적인 용도로만 보지 않는다. 물론 즐겁게 읽고 정보를 획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와 엄마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상호작용한다는데 데 큰 의미를 둔다. 아이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고 표현하며 엄마와 긍정적인 관계를 맺어가는 경험이 훨씬 더 소중하다. 그 과정에서 아름다운 모국어를 자연스럽게 만난다.


#우리 몸의 구멍 #허은미 #이혜리 #남효정 놀이와 교육 연구소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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