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샛노란 어리연이 가득한 숲 속 오두막

by 남효정

"또야, 나 지금 공항인데, 내 말 잘 들려?"


"잘 들려요. 선배."


"일단 들어. 내가 시간이 없어서 용건만 말할게. 내가 지금 해외출장을 가는 중이야. 핀란드로 가는데 한 달 정도 집을 비울 거야. 네가 원한다면 우리 집에 와서 글도 쓰고 기타도 치면서 곡 작업하면 좋겠다 싶어서. 주소는 문자로 남길게."


전화는 공항의 안내방송의 여운을 그림자처럼 남긴 체 끊어졌다. 고등학교 동아리 선배 진혁이다. 그동안 가끔 안부를 묻는 정도였는데 내가 캠핑카 여행을 떠나기 전 한 번 전화통화를 하고 처음 연락을 하는데 자기 집을 선뜻 사용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내심 고맙다. 그는 나의 대책 없이 자유로운 이 생활을 걱정하면서도 응원했던 것일까?


다음 이동 장소를 고민하고 있던 차에 선배가 그 집을 '숲 속 오두막'이라고 표현했던 것이 떠올랐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바로 출발한다. 그렇게 나는 소백산자락과 금강이 어우러지는 숲 속 오두막에서 2주간의 휴식을 하게 되었다. 소백산맥의 남쪽 자락이 금강을 따라 펼쳐지는 양산팔경 금강둘레길을 지나 강선대, 함벽정, 봉양정 등의 영동의 대표적인 트레킹코스가 가까이에 있어 걷기도 좋다고 했었다.


일반 도로에서 마을길로 한참을 들어간다. 양산면 끝에서 숲길을 덜컹거리며 15분쯤 들어가다 보니 땅에 반쯤 박혀있는 집이 한 채 나왔다. 웃음이 나온다.


'항상 엉뚱한 아이디어로 선생님과 부모님이 모두 두 손 두 발 다 들었었는데 이렇게 재치 있는 집을 지을 줄이야.'


이 자그마한 흙집을 보니 진혁이 했던 말들이 줄줄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나는 꿀벌처럼 살 거야."


"꿀벌?"


"그래. 자연에 무해한 사람. 사람만이 자기가 살아간 자리에 쓰레기를 남겨. 나는 꿀벌처럼 살다가 꿀벌처럼 갈 거야."


그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 단박에 이해되었다.

집을 바라보다가 마당 앞 연못을 보고 나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세상에~~ 정말 아름답구나. 천상의 아름다움이 가득 해.'


나는 내가 가진 모국어 표현으로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몽환적이고 고즈넉하며 단아한 이 꽃들의 향연이 나를 위해 오롯이 마련된 자연의 선물처럼 여겨졌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남효정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지금, 바로, 여기서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는 남효정의 브런치입니다. 음악과 문학을 사랑하는 가족이야기, 자녀와 친구처럼 살아가기, 어린이와 놀이, 교육, 여행 이야기 등을 씁니다.

872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9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초록이, 빵, 커피가 좋은 이야기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