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맛 사탕과 맨드라미
일주일 간 이어지는 황금연휴 대부분을 엄마가 입원하신 병원과 아버지가 계신 시골집에서 보내게 되었다. 여행 계획도 밀린 원고작업도 밀어둔 체 나는 엄마에게 달려왔다. 점심식사를 하고 나서 엄마가 양치를 하시도록 도와 드리고 나서 식후 30분이 되자 약을 챙겨 드린다. 엄마는 오늘 기분이 좀 좋으시다. 아빠가 톡으로 보내 준 들깨 수확사진을 꼼꼼하게 보고 있다.
"동네 사람들 참 고맙구나. 여러 사람이 와서 우리 집 참깨를 함께 베어 줬다니 말이야."
사진 속에는 13명의 동네 아저씨들이 부모님 들깨밭의 들깨를 베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바람이 불면 들깨에서는 어쩌면 그리 고소한 향기가 나는지 가을햇볕에 익어가는 들깨밭을 거니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들깨 걱정을 하던 엄마도 안심이 되시는지 표정이 밝아졌다.
"엄마, 복도에서만 걸어 다니지 말고 우리 밖에 한 번 나가 볼까?"
나는 엄마의 안색을 살핀다. 엄마는 밖으로 산책을 나가자고 하신다. 머리를 다시 묶어 드리고 잔머리를 똑딱이 핀으로 양쪽에 하나씩 꽂아드린 후 옷매무새를 단정히 한 후 도톰한 숄을 둘러드리고 아직은 면역력이 약하시니 마스크도 해드린다.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신 것처럼 아이 돌보듯 엄마를 살펴드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병원 로비롤 나온다. 추석 연휴라 1층 카페도 문을 닫았다. 편의점으로 가서 병실에서 필요한 물티슈와 피로감을 달래줄 바닐라라떼를 두 개 고르고 엄마를 본다. 심심한 병원 생활에 편의점 나들이도 즐거우신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건들을 이것저것 바라보신다.
"엄마, 드시고 싶은 거 있어?"
가만히 물건들을 바라보던 엄마는 자*리톨 애브리타임 라임맛을 한 봉지 골라 들었다.
"상큼한 것이 먹고 싶어서."
"엄마, 잘 골랐네. 무설탕에 상큼한 라임맛이야."
사탕 한 봉지를 들고 엄마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신다. 딸이 처음으로 엄마에게 사드리는 사탕이다. 나는 왠지 날마다 조금씩 녹는 눈사람을 보는 기분이 되어 마음 한편이 빈 느낌이었지만 나는 엄마를 보며 웃었다.
병원밖으로 나와 정원수들이 가을 햇볕을 받고 있는 곳으로 온다. 보도블록이 울퉁불퉁해서 엄마가 링거를 뗐지만 중심을 잡기 위해 밀고 다니는 링거대를 움직이기가 버거워 보인다. 동그란 모양으로 잘 다듬어진 향나무 옆 나무 의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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