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1일 토요일 오후에 나는 태어나서 처음 들깨를 베어보았다. 그것도 낫으로 벤 것이 아니라 나무를 손질하는 정원용 가지치기 가위로 말이다. 어깨가 아픈 탓에 무거운 것을 들지 못해 작은 단으로 네댓 번쯤 나를 만큼 적은 양이었다. 다른 곳의 들깨는 모두 베어져 있었고 부모님 밭 자투리땅에 깻잎을 따 먹을 요량으로 조금 심어놓은 것이 꽃을 피우고 들깨를 가득 품고서 그대로 익었다. 엄마는 자신이 잘 움직이지 못하니 꼭 그 들깨를 당신 대신 베어 달라고 당부하셨다.
아주 작고 동그란 들깨 한 알이 작은 모종이 되고 그 모종이 자라 이렇게 내 가슴까지 오는 큰 들깨나무가 된다는 것이 신기하고 놀랍다. 나는 이 글에서 들깨를 '나무'라고 표현할 것이다. 그만큼 들깨 줄기는 단단했고 키는 훤칠했다. 들깨밭에 들어서니 가을햇살에 온통 갈색으로 익은 들깨를 품은 들깨나무가 보인다. 코끝을 스치는 고소한 냄새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나는 조심조심 들깨나무의 밑동을 가지치기용 전지가위로 자른다. 어떤 것은 너무 단단하여 한 손으로 잘라지지 않아 두 손으로 힘껏 자른다. 먼저 밑동을 잘라 놓고 조심스럽게 한 그루씩 들어서 살짝 포개놓았다가 한아름쯤 되면 품에 안고 아빠가 도리깨로 털고 있는 들깨를 모아놓은 파란 포장비닐 위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선 체로 고스란히 가을햇볕을 밭은 들깨는 따스한 온기와 극강의 고소한 냄새를 풍긴다. 들깨를 한 아름 안고 걷는 동안 나는 괜스레 웃음이 나고 행복감이 밀려온다.
"뭐가 그리 좋아서 싱글벙글하니?"
"와~들깨 아로마테라피예요.아빠."
"냄새가 참 고소하니 좋지?"
"네~고소한 것들 중에 가장 맛있는 냄새가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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