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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주는 문학적∙정서적∙예술적 가치

by 남효정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결합된 독특한 문학 장르로서, 독자에게 문학적 가치와 정서적 가치를 동시에 제공한다. 문학이론의 관점에서 그림책은 단순한 아동 교육 도구가 아니라, 문학과 미술이 융합된 예술적 텍스트로 이해된다.


그림책은 문학적 가치가 있다.

그림책은 텍스트와 이미지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대위적 관계(글과 그림이 독립적이면서도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맺으며 서로를 보완한다. 글은 서사의 핵심을 전달하고, 그림은 분위기·공간·인물 심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러셀(David L. Russell)은 『Literature for Children: A Short Introduction』(1991)에서 그림책을 “글과 그림의 행복한 결혼(happy marriage of text and illustration)”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그림책의 본질을 글과 그림의 상호작용에서 찾았으며, 두 요소가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조화를 이루어야 진정한 그림책의 가치가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이 비유는 그림책 연구에서 자주 인용되며, 그림책의 문학적·정서적 가치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서 '행복한 결혼'이란 글과 그림이 단순히 병렬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하고 확장하며 새로운 의미를 창출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림책은 다층적 해석 가능성이 있다. 그림책이 단순히 어린이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매체가 아니라, 여러 계층의 독자에게 심미적 즐거움과 사색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이론에서 강조하는 다중 해석성과 열린 텍스트의 성격과 맞닿아 있다. 그림책의 다층적 해석 가능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보자.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함께 이야기를 전달하기 때문에, 독자의 연령·경험·관점에 따라 서로 다른 층위에서 해석될 수 있다.

이제 세 권의 그림책을 가지고 다층적 해석 가능성을 살펴보기로 한다.『안녕, 달』(Goodnight Moon,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을 예로 들어 보자. 아동의 관점에서 이 책을 보면 단순히 잠자리에 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읽을 수 있다. “잠자기 전 인사하는 책”정도로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성인의 관점에서 보면 반복되는 인사와 그림 속 배치가 죽음과 이별의 은유로도 해석된다. 즉, 삶의 덧없음과 안식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학적 층위에서 보면, 글의 단순성과 그림 속 빛과 사물의 변화가 어우러져 시간의 흐름과 존재의 소멸을 드러낸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Where the Wild Things Are, 모리스 센닥)를 아동의 관점에서 보면 말썽꾸러기 소년이 모험을 떠나 괴물들과 놀다 돌아오는 상상 놀이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성인은 아이의 분노와 독립 욕구, 그리고 결국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심리적 성장 서사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책을 문학적 층위로 보면 글은 간결하지만 그림은 아이의 내적 감정을 시각화하여, 독자가 심리적·정서적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 『나무는 좋다』(The Giving Tree, 셸 실버스타인)라는 그 책은 아동의 관점에서 나무가 소년을 사랑해서 모든 것을 내어주는 이야기로 '나무는 착하다'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성인의 관점에서는 자기희생과 관계의 불균형, 인간의 탐욕을 비판하는 윤리적·사회적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문학적 층위에서 보면 글은 단순하지만 그림의 여백과 변화(나무의 점점 줄어드는 모습)가 철학적 성찰을 유도한다.


이처럼 그림책은 글과 그림의 결합으로 인해 단순한 아동용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독자의 연령, 경험, 해석 관점에 따라 교육적·심리적·철학적·사회적 의미까지 확장될 수 있다. 따라서 그림책은 다층적 해석이 가능한 열린 텍스트로서, 아동문학을 넘어 성인 독자에게도 깊은 사색을 제공하는 문학 장르라고 볼 수 있다.


그림책은 정서적 가치가 있다.

그림책은 공감 능력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림책은 아이들이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는 인간주의 문학이론에서 강조하는 ‘타자성’(otherness)과 연결된다. 타자성(otherness)은 ‘나와 다른 존재로서의 타자’를 인식하고, 그 차이를 존중하며 관계를 맺는 개념이다. 즉, 동일성(identity)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나와 구별되는 타인의 세계와 그 고유성을 의미한다. 『무지개 물고기』(The Rainbow Fish, 마르쿠스 피스터)를 보면 화려한 비늘을 가진 물고기가 나눔을 통해 친구들과 관계를 맺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나눔과 배려, 타인의 기쁨을 이해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안아 줘!』(Hug, 제즈 앨버로우)에서는 작은 침팬지가 “안아 줘!”라는 한마디로 다양한 동물들과 교감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 영유아가 스킨십과 정서적 교감의 중요성을 쉽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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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로, 여기서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는 남효정의 브런치입니다. 음악과 문학을 사랑하는 가족이야기, 자녀와 친구처럼 살아가기, 어린이와 놀이, 교육, 여행 이야기 등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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