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국가정원
2025년도 이제 채 며칠 남지 않았다. 쉼 없이 달려온 시간들 속에 파도소리 들리는 쉼표를 찍고 싶던 어느 날. 울산광역시에서 나에게 학습공동체 관련 영유아 교원연수를 의뢰했다.
“너무 멀지요? 교수님 그래도 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네...... 일정이 언제인가요?”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좋다. 내 마음은 이미 겨울 바다로 달려가고 있었다. 남녘의 사투리 뉘앙스가 살짝 섞인 정겹고 따뜻한 말투도 강의를 수락하는데 한몫했다. 가족 톡방을 열어 의견을 수렴한다.
“울산에 강의가 있는데 거기서 연말 가족 모임하는 거 어때?”
“오, 좋아. 시간 괜찮아.”
“알바 이틀 뺄게요.”
“시간 내야지.”
그리하여 우리 가족은 기적적으로 12월 둘째 주에 울산에서 모두 모이게 되었다. 나는 KTX표를 예매하고 몽돌해변 바닷가 가까이에 있는 호텔을 예약했다. 그다음 부지런히 강의 준비를 했다.
작년 겨울에는 제주에서 모였었는데 올해는 울산의 바닷가에서 지난 일 년을 함께 이야기하게 되었다. 내가 바다를 좋아하니 늘 바닷가로 자리를 잡게 되나 보다. 아이들이 자라 각각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 활동을 시작하니 네 명의 가족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이 쉽지 않다. 아이들의 공연에 가서 관람하고 잠깐 얼굴을 보는 정도이거나 공연날 시간이 허락할 때는 식사와 차도 함께 하면서 짧지만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진다.
울산에 올 때 정원을 좋아하는 나는 태화강 국가정원에 꼭 와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겨울. 태화강 국가정원에 와서 보니 시든 국화와 온갖 꽃들이 누렇게 빛바랜 얼굴로 우리를 맞는다. 그 대신 그곳엔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늘 푸른 대숲이 있었다.
십리대숲을 걷자. 하늘은 비를 머금은 먹구름이 밀려오고 있었다.
대숲으로 들어서자 대나뭇잎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마른 대나무 내음이 은은하게 퍼진다. 이곳은 태화강 국가정원 서쪽에 10리 약 4킬로미터 구간 236,600제곱미터의 대나무군락지이다.
"이 대나무를 다 일부러 심은 거야?"
"아니, 원래 대나무가 자라나던 곳 이래. 고려중기 문장가인 노봉(老峰) 김극기(金克己)가 태화루 시에 이곳의 대나무를 묘사했다잖아. 아마 오래전부터 대나무가 자라던 곳을 잘 보존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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