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동이 터오는 새벽, 지리산에서의 삶을 엮은 책을 보다가 읽던 책을 잠시 덮고 이 글을 씁니다.
오롯이 혼자 깨어 있는 이 시간 흙탕물이 맑아지듯 탁하고 무거운 마음은 아래로 가라앉고 있어요. 마음은 제홀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서서히 맑아지고 또 맑아지며 충만해집니다. 이 정갈한 몰입감이 저는 참 좋습니다.
<달콤한 창작의 공간>을 연재하면서 인간만이 하는 창의적인 행위인 글쓰기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 행위가 일어나는 공간에 대해 깊이 사유해 보는 기회가 되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이 연재는 작가로서의 내가 나를 들여다보고 내가 글을 쓰는 공간들을 면밀하게 관찰하게 합니다. 그리고 나의 생각과 경험이 독특한 공간을 만나 각기 다른 글로 태어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창의성을 증폭시키는 공간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달콤한 창작의 공간으로 창작 공간으로서의 우리집 이야기를 써 보려고 합니다. 제가 사는 이곳은 언제든 편안하게 책을 읽고 차를 마시고 글을 쓸 수 있는 곳으로 창가에 놓인 초록초록한 식물들이 햇살과 주인장의 살뜰한 관심으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커다란 식탁을 거실 중앙에 놓고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으며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고 글을 씁니다. 커다란 TV가 있지만 켜지 않은지 오래되었고 대신 음악을 많이 듣게 됩니다. 모차르트도 듣고 잔나비도 듣고 아들들이 갓 작곡한 곡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때로는 책에서 읽은 구절이나 인상적인 시를 가족들에게 소리 내어 읽어주기도 합니다. 남편이 읽어주는 시를 듣기도 합니다.
이곳엔 차도 마음껏 선택하여 마실 수 있답니다. 레몬이 좋을 때는 레몬차를 마시고 매실청이 익었을 때는 지리산 농장에서 공수해 온 매실로 담근 매실차에 얼음을 띄워 시원하게 마셔요. 달지 않은 것을 마시고 싶을 땐 원두를 갈아 드립커피를 만들거나 우엉이 좋을 때 미리 덖어놓은 우엉차를 마시기도 합니다. 여기에 직접 만든 울퉁불퉁한 통밀빵이나 봄 쑥개떡이 더해지면 이곳은 세상 어떤 카페보다 맛있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우리 집 힐링 카페가 됩니다.
가끔 차를 마신 머그잔이 쌓이고 읽던 페이지를 엎어놓은 책들이 여러 권이지만 눈에 거슬리지 않는 편안함이 있어요. 너저분한 책상을 보면서 좀 정리해야겠다는 생각도 해요. 잘 되지는 않지만 이제 더 이상 설레지 않는 것들과는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합니다.
우리집 카페에서는 일이 잘 됩니다. 장시간 몰입하게 돼요.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는 밖으로 나갑니다. 도심이지만 바로 옆에 녹지가 풍부한 공원을 끼고 있어서 몇 걸음만 걸어 나가면 아이들 노는 소리, 강아지 산책 시키는 사람들, 길냥이와 노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어요.
익숙한 사람
익숙한 풍경
익숙한 책들과 음악
익숙한 마실 것들
우리집 카페는 가장 달콤한 창작의 공간입니다.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주고 피곤한 몸과 마음이 쉬고 에너지가 채워져 창작의 힘이 솟는 곳!
저는 오늘도 이곳에서 아침을 맞이합니다.
행복하고 편안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