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놀이터다

by 남효정

여러분은 도서관에 자주 가시나요?

도서관을 좋아하는 저는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 자주 가서 놀았습니다. 꼭 책을 많이 읽지 않아도 이 책 저 책 뽑아서 표지를 구경하고 서가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배열된 책들을 구경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궁금한 책을 만나면 자리를 잡고 책 속으로 빠져듭니다. 아이들도 엄마아빠의 모습을 보고 도서관에서 노는 법을 배워나갔습니다.


도서관에서 풍경을 보는 것도 참 좋지요. 저는 이른 아침과 해가 질 녘에 각각 달라지는 도서관 내부의 분위기라던가 빛의 변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을 참 좋아했습니다. 책을 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면 벚꽃이 창 바로 앞까지 얼굴을 내밀고 피어난다든지, 떡갈나무 연둣빛 넓은 잎들이 빗방울을 떨구고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잘 정비된 도서관이 많아요. 도서관 별로 문화예술, 꽃, 향토문화, 세계 그림책 등 특화된 주제를 가지고 있어 전문성이 높은 자료들을 구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목을 가누고 첫돌 무렵까지는 주로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책을 구입해서 놀게 했어요. 입으로 빨아 보기도 하고 손으로 움켜쥐기도 하는 등 너무나 격하게 가지고 놀기 때문에 빌린 책으로는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아장아장 걷고 구강기의 빨기 욕구가 모유수유로 충족이 되니 도서관에서 빌리는 책으로도 충분히 책과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도서관은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안전하게 오갈 수 있어서 언제든 다녀오기 좋은 놀이터가 집 근처에 생긴 것처럼 편안하게 느껴졌어요.


"우리 도서관 가서 놀까?"

"좋아!!"


아이들은 신이 나서 도서관 가방을 챙깁니다.

하나로는 부족해서 커다란 에코백을 두 개 챙겨 들고 집을 나섭니다. 길을 나서서 도서관 가까이 가자 자그마한 숲이 나타납니다. 제비꽃과 민들레가 잔뜩 피어 있고 어디서 날아왔는지 노랑나비 한 마리가 꽃들 위를 날아다닙니다. 아이들은 나비를 쫓아 숲 속을 뛰어다닙니다.

도서관 가는 길에 나비를 만난 아이들



실물의 나비를 보고 함께 뛰어노는 경험을 할 때 뇌에서는 어떤 부분이 활성화될까요?


첫 번째, 시각 피질 (Visual Cortex)입니다. 뇌의 후두엽에 위치한 시각 피질은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주요 부위로 나비의 모양, 색상, 움직임 등을 분석하고 인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두 번째, 측두엽 (Temporal Lobe)입니다. 측두엽은 객체의 인식과 처리를 담당합니다. 특히, 우측 측두엽의 구체적인 부위인 경상이랑회(fusiform gyrus)는 얼굴이나 물체를 인식하는 데 특화된 영역으로, 나비와 같은 특정 객체를 인식하는 데 활성화됩니다.


세 번째는 활성화되는 부위는 해마 (Hippocampus)입니다. 해마는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로, 새로운 경험을 기억으로 저장하는 데 중요한데요, 나비를 관찰하며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과정에서 활성화됩니다.


네 번째는 전전두엽 피질 (Prefrontal Cortex)입니다. 이 부위는 복잡한 인지 과정, 결정 내리기, 문제 해결,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합니다. 나비를 보면서 관련 지식을 상기하거나 나비에 대해 더 배우고자 하는 호기심이나 관심을 가질 때 활성화됩니다.


다섯 번째, 후측엽피질 (Parietal Cortex)입니다. 후측엽피질은 공간적 위치와 관련된 인식을 담당합니다. 나비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와 같은 공간적 정보를 처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뇌 영역들이 상호 작용하면서 나비를 보고 그 특성을 인식하고, 관련된 기억을 불러오고, 나비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는 등의 복합적인 인지 활동이 이루어집니다. 이렇게 뇌가 활성화되는 부분을 하나하나 생각해 보니 아이의 경험이 뇌의 발달에 작용하는 과정이 참으로 신기합니다.


"엄마, 나비가 멀리 날아가 버렸어."

"더 놀고 싶었는데 날아가 버렸구나."

"이제 도서관에 들어가서 놀자."


아이들은 나비를 만났기 때문인지 나비가 나오는 그림책이나 실제 나비를 볼 수 있는 곤충도감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며 이야기하기도 하고 서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실제 나비를 보고 나비에 관한 책을 읽으면 뇌의 신경망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아이들이 도서관 가는 길에 실제 나비를 관찰하고 도서관에 가서는 나비에 관한 책을 읽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발생하는 뇌의 신경망 변화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양상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감각이 통합됩니다. 실제로 나비를 관찰할 때, 시각적, 촉각적, 때로는 후각적 요소도 경험할 수 있고 이후 책을 읽으며 이러한 감각 정보를 언어적 정보와 통합하면, 뇌는 여러 감각 간의 연결을 강화하고, 정보를 보다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저장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신경가소성이 증진됩니다.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은 뇌가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고, 경험에 따라 구조와 기능이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실제 나비와 책 내용을 결합하여 학습하는 과정은 이러한 신경가소성을 촉진하여, 관련 정보와 아이들의 경험 사이의 신경 연결을 더욱 강화시켜 줍니다.


세 번째, 기억 형성과 회수에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실제 나비를 보고 나비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은 명확한 시각적 이미지와 개념적 이해를 연결 지어줍니다. 이는 장기 기억 형성에 도움을 주고, 나중에 나비에 대한 정보를 더 쉽게 회수할 수 있도록 합니다.


네 번째, 어휘 및 지식 확장시켜 줍니다. 나비에 관한 책을 읽음으로써 나비의 종류, 특징, 서식지, 생태 등에 대한 지식과 함께 관련 어휘를 익힐 수 있습니다. 이는 언어적 지식뿐만 아니라 주제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향상시킵니다.


다섯 번째, 창의적 사고와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실제 나비를 보는 경험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창의적 사고를 발달시킬 수 있습니다. 책을 통해 배운 지식이 상상력과 결합될 때, 아이들은 나비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거나 독창적인 그림을 그리는 등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직접 경험과 학습이 시너지를 이루며 뇌의 신경망은 더욱 복잡하고 활성화된 상태로 발전합니다. 이는 전반적인 인지 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나비를 따라 숲을 뛰어다니는 아이들


단순하게 나비를 만나고 나비에 관련된 책을 보는 것에 대해 뇌의 어느 부분이 어떻게 활성화되고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이 외에도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하는 경험은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관계 맺고 엄마아빠와 이야기를 나누고 도서관 직원분께 궁금한 책에 대해 질문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책을 가지고 쌓기 놀이를 하거나 아빠가 읽는 책에 관심을 보이기도 합니다. 어린이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이 신나게 움직일 수 있어서 좋습니다. 물론 뛰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도 배웁니다.


도서관에서 1~2시간을 놀고 도서관 가까이에 있는 중국집이나 분식집에서 점심을 먹으면 아이들에게는 아주 신나는 하루가 됩니다. 날씨가 적절한 날에는 도시락을 싸서 도서관 야외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로 무럭무럭 자라났어요. 지금은 도서관에서 자신의 인생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책을 골라 깊은 밤 고요히 읽어내는 청년이 되었습니다. 도서관은 저희 가족에게 아직도 신나는 놀이터입니다. 여러분도 아이들과 도서관에서 신나게 놀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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