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괜찮은 부모

놀이와 뇌발달

by 남효정

영유아기 아이에게 ‘좀 괜찮은 부모’가 되는 양육방법이 궁금하신가요?


‘매우 훌륭한 부모’가 되려 애쓰지 말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적절하게 수용하면 '좀 괜찮은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을 자세히 알면 매우 일상적이고 일반적인 양육방법이라 실망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한다면 아이는 마음껏 놀이할 수 있고 놀이를 통해 뇌발달이 촉진됩니다. 이를 통해 부모는 아이의 흥미와 관심, 발달 수준에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 쓰는 글은 매우 유용한 양육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성인이 잘못 알고 있는 영유아 교육에 대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아이는 성인이 교육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가르쳐주면 잘 배운다.’

‘유명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면 잘 배운다.’


이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이 생각에 따라 교육기관을 결정하고 아이들을 입소시킵니다. 아주 어린 나이부터 말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흥미와 관심을 갖는 그것으로부터 놀이가 시작되고, 놀이하며 스스로 배워나갑니다.


“우리 아이는 **유치원의 대기번호가 100번이 넘어요. 프로그램이 좋다는데 현실적으로 차례가 안 올 거 같아서 걱정이에요.”

“오후에 ***문화센터 영아놀이 강좌에 등록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에요. 옆집 아가는 벌써 등록했대요.”


이런 고민은 우리 아이를 중심에 두고 하는 고민이 아니지요. 부모가 주위를 둘러보며 우리 아이를 자꾸 다른 아이와 비교하다 보면 불안감이 높아집니다. 그 결과 부모는 아이의 흥미와 관심을 눈여겨 관찰할 마음의 여유를 잃게 되고 마음속에서는 불안감이 무성하게 자라나게 됩니다. 엄마의 불안은 아이에게로 고스란히 전달되고 아이는 불안한 정서를 여러 가지 과잉된 행동으로 표현합니다. 문제행동이라 일컫는 많은 행동들이 대부분 부모의 불안한 정서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가정에서 부모와 일상적으로 하는 경험이 영유아기 아이에게 가장 중요합니다.




엄마와 함께 두부놀이를 하는 아이



아이가 된장찌개 준비를 하는 엄마에게 관심을 보일 경우, 이렇게 대화해 보세요.


“우리 OO이, 엄마가 뭐하는지 궁금해서 왔어? 엄마 지금 된장찌개 하려고 두부를 자르고 있어.”


이때 아이가 두부를 손으로 찔러보며 관심을 보인다면 이때가 바로 엄마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OO이 두부 만져보고 싶어?”


아이는 ‘응!’이라고 대답하며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엄마가 두부를 잘라서 접시에 조금 덜어줄게.”


엄마는 안전한 접시를 꺼내 그 위에 두부를 덜어줍니다.


이때 아이는 무엇을 경험하고 있나요?

궁금했던 두부를 마음껏 만져보면서 두부놀이를 즐깁니다. 오감을 활용해 마음껏 놀이하는 이 경험은 영아의 뇌발달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영아가 두부를 가지고 노는 과정은 여러 측면에서 그들의 뇌 발달에 중요합니다. 이러한 놀이는 감각적 탐색, 모터 기술, 인지 능력, 그리고 언어 능력 발달을 촉진할 수 있어요.


첫째, 감각적 탐색이 이루어집니다. 영아가 두부를 만지고, 맛보고, 냄새 맡음으로써 감각 인지가 이루어집니다. 특히 촉감을 통해 뇌의 감각 처리 영역이 활성화되며, 이는 신경계의 발달에 도움을 줍니다.


둘째, 모터 기술을 발달시킵니다. 두부를 집거나 다루는 과정에서 소근육 기술이 발달합니다. 이는 손과 손가락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정밀한 움직임을 조절하는 뇌의 미세 운동기술 부분을 강화합니다. 모터 기술은 신체 움직임을 조절하고 실행하는 데 필요한 신체의 능력으로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대근육 모터 기술(Gross Motor Skills)은 큰 근육을 사용하는 활동에 관련된 능력입니다. 걷기, 뛰기, 점프하기, 계단 오르기, 자전거 타기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는 신체의 균형, 협응, 힘을 사용하여 몸 전체를 움직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소근육 모터 기술(Fine Motor Skills)은 작은 근육, 특히 손과 손가락을 사용하는 활동에 관련된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작은 물건 옮기기, 글쓰기, 그림 그리기, 지펴 올리고 내리기, 단추 채우기, 퍼즐 맞추기, 물체 조작하기 등 정교한 작업을 할 때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며 환경과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발달시키는데 필수적인 요소가 바로 모터기술입니다. 이러한 기술은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독립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돕고, 학교와 같은 사회적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웁니다. 이러한 모터기술은 아이들이 스스로 움직이며 터득하게 되는데 초기에는 간단한 신체 활동에서 시작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복잡한 동작을 수행할 수 있도록 발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셋째, 인지 능력이 발달합니다. 두부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작하며 영아는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두부를 손으로 누르면 부서지고, 손가락으로 누르면 구멍이 뚫린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러한 경험은 문제 해결 능력과 논리적 사고를 발달시키는데 도움을 줍니다.


넷째, 언어 능력이 발달합니다. 부모나 보호자가 두부를 이용한 놀이를 설명하면서 사용하는 언어를 들으며 영아의 언어 인지 및 이해 능력이 발달합니다. 이 과정에서 언어 관련 뇌 영역인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이 활성화됩니다.


이처럼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두부놀이를 하는 동안 뇌의 다양한 영역이 활성화됩니다.


먼저, 감각 피질이 활성화되는데 이곳은 감각적 탐색에서 활성화되는 부위로서, 영아가 두부의 질감이나 온도를 느낄 때 중요합니다. 또한, 계획, 문제 해결, 결정을 내리는 데 기여하며 모터 기술에 관련된 행동의 조정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활성화됩니다. 소뇌 및 운동 피질이 활성화되어 영아가 두부를 조작할 때 정교한 손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언어 처리 영역이 활성화되는데,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이 언어 생산 및 이해에 각각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는 언어 스킬을 발달시키는데 기여합니다.


이러한 뇌의 활성화는 영아가 세상을 이해하고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데 필수적인 과정이며, 이를 안정적인 일과의 흐름 안에서 잘 지원하는 것이 영아의 건강한 발달을 돕습니다.


영아는 저녁시간 두부놀이를 통해 자신의 요구가 주양육자인 엄마에 의해 민감하게 수용되는 과정에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엄마는 좋은 사람이야. 정말 믿을 만한 사람이야.’

‘엄마가 나를 이렇게 대하는 걸 보니 나는 소중한 사람이야.’


이러한 경험이 날마다 일상생활 전반에서 쌓이면 어떤 영아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내가 만나는 다른 사람들도 나를 존중하고 잘해주는 믿을 만한 사람일 거야.’


영아의 이러한 생각패턴은 새롭게 만나는 사회(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직장 등등)에서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맺어 갈 수 있도록 작용한다는 점에서 영아주도 놀이의 가치를 해석해 볼 수도 있습니다.


영유아기 과도한 선행학습은 뇌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어 뇌를 망친다는 연구결과를 들어보셨나요? 가장 좋은 배움은 소개해 드린 사례에서처럼 영아가 배움에 주도권을 갖고 즐겁게 경험하는 것입니다. 즐거움은 몰입으로 이어지고 뇌발달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괴로운데 잘 배울 수 있나요? 억지로 욱여넣는 조기교육은 이제 그만, 아이를 믿고 스스로 자유롭게 놀이하도록 지원해 주세요.


가장 좋은 교육기관은 아이들의 다양한 도전과 시도가 가능한,

허용적이고 안정된 가정입니다.





싱그러운 오월이 깊어갑니다.

오늘도 새 마음, 새 힘으로 힘차게 살아가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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