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무스카리, 히야신스 있나요?

작은 동네 꽃집에서 행복을 사는 이야기

by 남효정

여러분은 꽃을 얼마나 자주 사시나요?

저는 꽃을 좋아해서 절화나 화분을 자주 구입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 동네 작은 꽃집에서 꽃을 만나 저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그 여자는 꽃을 즐겼습니다. 요즘은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꽃을 구입하고 일상에서 꽃을 즐기기 위해 꽃을 구독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꽃은 특별한 날에만 선물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더 많았지요.

3월 초, 꽃샘추위가 물오른 꽃봉오리 위로 흰 눈을 퍼붓거나 거센 바람으로 흔들 때에도 그 동네 작은 꽃집에는 화사한 꽃들이 온기로 뿌옇게 된 유리창 안 쪽에 올망졸망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으슬으슬 춥지?"

"몸살 난 거 아니야. 이번 주말에 나가지 말고 쉬어."


그 남자는 그 여자가 요맘때쯤 늘 몸살을 앓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자연의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대전환을 이룰 때 유난히 강단 있던 그 여자가 감기에 걸리곤 하였으니까요.


이불을 뒤집에 쓰고 누워 꼬박 하루를 앓고 나니 그 여자는 답답하고 나른해지며 어디에 갇혀버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손을 뻗어 휴대전화를 끌어당겼고 이불속에서 문자 한 통을 발송합니다.


'안녕하세요? 수선화랑 무스카리, 히야신스 있나요?'


잠시 후 문자 한 통이 날아옵니다.


"히야신스만 있어요^^ 수선화, 무스카리 필요하시면 내일 농장에서 가져다 드릴게요. 내일 2시부터 7시까지 가게에 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작은 화분 하나씩 살게요."

내 책상 위의 봄꽃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시간, 홍차에 레몬을 띄우고 우러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처럼 맹맹한 맛의 시간이 새콤달콤 싱그럽고 감각적인 시간으로 변해갑니다.


다음날 따뜻해진 날씨에 그 여자는 그 남자와 산책을 갑니다. 돌아오는 길에 간단하게 장을 보고 작은 동네 꽃집으로 달려가서 봄꽃들을 조심스레 모셔와 그녀가 일하는 책상 위에 올려 두었습니다. 그녀는 늘 무언가를 써야 하고 골똘히 생각하느라 홀로 책상 앞에 앉아 있곤 합니다. 깊은 밤 홀로 깨어 있을 때책상 위에 놓인 봄꽃 삼총사와 눈이 마주치면 그녀의 얼굴에는 배시시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아, 생명은 이 얼마나 싱그럽고 어여쁜가?'


그 여자는 생수를 마시다가 꽃이 시들해 보이면 마시던 물을 조금씩 나누어 줍니다. 물을 주면 꽃들은 금세 싱그러워지고 위풍당당해집니다.


고운 빛깔과 그윽한 향기가 작은 그녀의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달빛이 고운 밤 창문을 열어 놓으면 바람결에 히야신스 달짝지근한 향기가 강아지풀처럼 코끝을 간질입니다.


그 여자의 엄마도 늘 꽃을 심고 가꾸었습니다. 장독대 곁에 심은 맨드라미와 봉선화, 또랑 옆에 심은 수선화, 집 대문 옆에 심어 두신 키 큰 붉은 장미나무 그리고 집으로 들어오는 초입에 심은 상사화는 특히 엄마가 아끼는 꽃이었습니다.


"이 꽃은 꽃이 먼저 나오고 잎은 꽃이 지고 난 다음에야 나와. 그러니 얼마나 애달프니? 서로 사랑하는데 못 만나는 운명인 거지. 그래서 상사화래.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걸 한참씩 들여다보고 간다. 예쁘다고."


꽃 이야기를 할 때 엄마는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그 여자도 닮았습니다.

꽃집 사장님의 미소도 엄마를 생각나게 합니다.


"이 꽃은 이름이 뭐예요? 정말 예쁘네요!"

"이것요? 깜빠요, 깜빠룰라예요. 깜빠는 종이라는 뜻이래요."


대화를 나누며 그 여자는 마당이 있는 집으로 3년 안에 이사 갈 꿈을 꿉니다. 그곳에 심을 꽃들 목록에 오늘 깜빠룰라가 하나 더 추가되었습니다. 길을 걸으며 마당이 있는 집에 대해 그 여자와 그 남자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 국민이 일터에서 돌아와 작은 텃밭이나 마당을 가꿀 수 있는 나라를 꿈꿔봅니다. 그런 일상의 안락함을 바라는 것이 이런 작은 소망이 사치가 아니라고 그들은 믿습니다.


밥 상 위의 깜빠룰라


그 여자와 그 남자가 동네에 실핏줄처럼 뻗은 길을 타박타박 걸어서 장바구니에는 소박한 식재료를 비닐봉지에는 봄꽃을 한가득 사서 돌아오는 길. 아직 바람이 조금 차갑지만 봄볕은 따사롭고 고양이들은 오늘도 재미나게 놀고 있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듬뿍 받고 자라는 고양이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매일 한 편씩 일곱 번째 발행하는 글입니다. 내일부터 개강이니 어찌 될지 알 수 없지만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 되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내공이 대단하신 작가님들이 포진해 있는 글의 숲에서 때로는 에너지를 얻기도 하고 때로는 정글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은 긴장된 마음을 스스로 다독이며 꽃이야기를 적어보았습니다. 가장 보통의 사람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길 소망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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