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트리 아래서 마시는 한 잔의 차

레몬 씨앗 15개를 발아에 성공한 이야기

by 남효정

저는 꽃과 열매의 씨앗을 모으는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레몬트리 15그루를 갖게 된 바로 그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그 여자는 꽃이 지고 씨앗이 생기면 그것이 여물기를 기다려 몇 알이라도 씨앗을 모으곤 합니다. 사과나 감, 아보카도 같은 것을 먹고 나오는 씨앗도 따로 모았다가 씨앗을 모으는 종이 상자에 소중하게 보관하곤 합니다. 그 종이상자에는 노란색 포스트잇에 '숲이 될 씨앗들'이라고 써 놓았습니다. 언젠가 숲에 다양한 수종의 나무를 심고 가꾸고 싶은 마음이 이런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씨앗 모으기 취미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3년 전 어느 날, 그 여자는 레모네이드를 좋아하는 가족을 위해 레몬을 한 바구니 샀습니다. 레몬착즙 과정에서 손상되지 않은 레몬 씨앗들이 여러 개 생겼습니다. 손바닥에 가만히 올려놓고 한 알 한 알 살펴보았습니다. 그녀는 눈을 반짝입니다.


"우리 이거 한 번 심어 볼까?"

"음... 이 딱딱한 씨앗에서 싹이 나기나 할까?"

"난 왠지 꼭 싹이 날 것만 같아! 기다려 봐 봐."


가족들은 그녀의 못 말리는 호기심이 또 강하게 엔진을 가동하였다는 것을 인식하였을 뿐 그리 큰 관심은 보이지 않았고 다시 식탁에 모여 앉아 식사 후 담소를 나누느라 바빴습니다.


그녀는 물이 어떤 신비한 힘이 있다고 어릴 적부터 생각했습니다. 시들시들한 양배추나 해바라기 어린 모종에 물을 주면 싱싱하게 다시 살아나고 뙤약볕에서 일하시는 부모님께 시원한 물을 가져다 드리면 물을 꿀꺽꿀꺽 마신 후 얼굴에 생기와 웃음이 가득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세상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물을 이용한 놀이를 좋아하는 것, 금강이나 섬진강이나 한강처럼 강가에 자연과 사람이 모여사는 것도 물이 주는 생명력이라 믿었습니다.


그 여자는 실험실의 연구자처럼 아주 초집중한 상태입니다. 물 적신 키친타월 위에 레몬씨앗 15개를 넣고 다른 한 장으로 정성껏 덮은 후 검은 비닐 속에 넣어 두고 기다렸습니다. 일주일쯤 지나고 살짝 열어보니 씨앗에서는 연약한 실처럼 싹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와~~ 모두 싹텄다!! 이리 와서 레몬씨앗 발아된 거 봐봐."


도토리가 싹튼 것을 보고 환호하는 이웃집토토로의 메이처럼 그녀는 가슴이 쿵쾅거렸습니다.


연약한 싹이 행여 다칠세라 아기 달래듯이 조심조심 옮겨 일부는 생수병 화분에, 일부는 쿠키 상자에 심고 흙이 마르지 않도록 촉촉하게 물을 주었습니다.

생수병 화분에서 자라는 레몬나무


"와~~ 진짜 레몬트리네. 레몬은 언제 열려?"

"너무 추워서 조금씩 자라는 건가?"

"잎이 왜 이렇게 반짝이는 거지?"


지금도 그녀의 집에는 3년 동안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자라고 있는 레몬트리가 있습니다. 그 레몬트리들은 넓은 마당으로 옮겨지기를 기다리며 아침햇살에 초록잎들을 반짝입니다. 그녀는 도심에서 살아가는 매 순간 생생하게 상상합니다. 햇살이 쏟아지는 마당에서 자라는 샛노란 레몬이 주렁주렁 열린 레몬트리를 말입니다. 나무 앞에 작은 테이블을 놓으면 좋겠고 그곳은 그녀의 쉼터이자 놀이터가 될 것입니다. 그녀는 싱그러운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아래서 레몬을 띄운 홍차를 마시며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글을 씁니다.


마당에 옮겨 심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저의 레몬트리 이야기였습니다. 사람도 그런 것처럼 식물도 그 아이가 심어져 있는 딱 그 크기만큼 자라는 것 같아요. 저의 레몬트리가 자유롭게 뿌리를 뻗을 수 있는 땅에 옮겨 심는 이 상상은 곧 현실이 될 예정입니다.


오늘도 자유롭고 따뜻한 날이었나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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