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오늘 뭐 배울 차례지?
진달래꽃이요
국어책 챙겨라 야외수업하자
야호 야호, 아이들 함성소리
선생님 발자국 따라
중학생 아이들이
학교 뒷산으로 걸어간다
여기 꽃이 참 좋구나
진달래꽃이 만발한 곳
진달래 사이사이에
아이들이 앉았다
생강밭 사이사이
다랑무처럼
우와, 진달래다
아이들 앉은키 보다 큰 가지에도
아이들 코끝에 닿을듯한 낮은 가지에도
속삭이듯 다정하게 피어있는
진달래, 또 진달래
뻐꾸기 노랫소리
산까치 소리
온통 발그레한 봄산
솔이끼 내음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 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곱슬머리 국어선생님의 목소리
살짝 떨리는 낭송이 시작되고
진달래꽃과 마주 앉은 나는
진달래꽃과 눈이 마주친다
바람에 흔들리는 진달래도
시를 듣는다
누가 나를 저렇게 표현했다냐
코를 한 번 찡긋하고서
나와 놀고 싶었는지
자꾸 내 손등을 간질인다
선생님이 천천히 시를 읊는 동안
은아는 몰래 꽃을 따서 주머니에 넣고
정호는 진달래 줄기를 당겼다가 놓으며
앞에 앉은 아이에게 장난을 건다
얘들아, 이토록 아름다운 시를
진달래 핀 산에서 배우는 것
이게 얼마나 멋진 일이냐?
네 맞아요 선생님!
내일도 모레도 그다음 날에도
우리 날마다 나와요.
음 그래
너희들 하는 거 보고
이제, 누가 낭송해 볼래?
저요, 저요, 저요
오늘따라 진달래꽃
만발한 숲 교실은
아이들의 목소리로
가득 차 오른다
진달래꽃이
자꾸 손등을
간질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