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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May 06. 2023

좋아하지만 더 좋아하는 것

글이 삶이 되고 삶이 글이 되는 삶 




음악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음악을 자주 듣지 않습니다. 

이게 무슨 개똥 같은 소리냐고요? 

맞습니다. 저는 음악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음악을 자주 듣지 않습니다. 


청소년시절 가장 많이 듣던 음악은 재즈도 클래식도 아닌 CCM(Christian Contemporary Music ), 복음성가였습니다. 재즈나 가요도 좋아했지만 Tape이나 CD, 앨범을 소장하면서 까지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앨범을 소장했던 건 당시 유행이었던 소리엘, 경배와 찬양, 예수전도단의 테이프와 시디가 전부였습니다. 교회 찬양팀에서 신디사이저 반주를 했던 탓에 음악은 거의 달고 살았습니다. 새로운 곡을 반주하기 위해 원곡을 듣기도 했습니다. 장르 편식이 심했던 거죠. 편식이 좀 심하면 어떻습니까, 그래도 음악을 듣기는 하는걸요. 그렇게 음악은 듣기에는 좋지만 다양한 장르를 찾아서 들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처음 듣는 음악도 몇 소절 따라 부르고 반복하면 금세 입에 붙어 흥얼거립니다. 


여러 악기를 다룰 수 있습니다. 피아노, 플루트, 바이올린, 기타, 우쿨렐레, 오카리나 등 성장기에 배운 악기도 있고 성인이 되어 배운 악기도 있습니다. 가장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악기는 피아노와 우쿨렐레뿐이지만요. 노래도 좋아합니다. 줄곧 교회 성가대, 합창, 중창에 지휘까지 했습니다. 학교에서는 나름 유명 중창단 소속이었습니다. 한 때 CCM가수를 꿈꿨던 저는 노래가 좋았습니다. 


다 큰 성인이 되어 보육교사를 하면서도 기회가 되면 작곡 공부도 하고 음악을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저는 재즈를 좋아합니다. 다른 종류보다 잔잔하면서 매력적인 셔플풍의 재즈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좋아한다고 해서 매일 듣지는 않습니다. 가끔 찾는 정도입니다. 

이쯤에서 생각해 보니 나는 음악을 정말 좋아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진짜 좋아하는 거 맞아? 

일상에 바빠 쫓겨지면서 음악을 그냥 틀어놓아도 될법한데 보통은 음악보다 다른 유튜브 콘텐츠를 더 많이 틀어 놓습니다. 시간이 없어 영화, 드라마도 못 챙겨보니까 몇 가지를 병행하면서 틀어 놓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음악이 그리 좋다면 영화나 드라마 대신에 음악을 틀어놓으면 될 텐데요. 아마도 좋아하는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가 더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음악은 듣기 좋은 게 맞습니다.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만 즐겨하지 않는 것이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더 좋아하는 것은 당연히 즐겨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럼 제가 했던 말은 모순이 되는 말이 되겠죠. 

맞습니다. 저는 여전히 음악은 좋아하지만 필요에 의해 선택해서 듣는 날이 더 많습니다. 결국 악기도 음악이 라서 좋아했다기보다 악기의 기능을 배워 연주를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던 겁니다. 음악을 듣는 것보다 노래를 부르는 게 좋고, 화음을 맞추어 완성된 음악을 만드는 게 좋아 중창단을 했던 겁니다. 작곡을 배우고 싶었던 이유는 신디사이저를 연주할 때 좀 더 자유자재로 선율을 만들어 치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나는 글쓰기는 좋아해. 그런데 글쓰기는 잘하지 않지!"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입니까, 

글쓰기는 좋아하는 데 글쓰기는 잘하지 않는다면 진짜 좋아하는 게 맞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가끔 의무감으로 글을 쓸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면 분량을 메우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어쨌든 매일 한 편 이상을 마무리 지어야 하니까요.  재밌는 건 그렇게 계속해서 쓰다 보니가 글쓰기가 이전보다 좋아졌습니다. 잘 못쓰는 날도 있고, 생각보다 잘 쓰는 날도 있습니다. 가끔 발행 버튼을 누를 때 아쉬운 마음으로 누르는 날도 많습니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그냥 꾸준히 매일 쓰는 겁니다. 


어쩌다 한 번 먹은 음식이 입에 맞고 맛있으면 다음날도 , 그다음 날도 또 찾게 됩니다. 제 친구 중에는 한 음식에 꽂히면 며칠간 질릴 때까지 그것만 먹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최장 한 달 동안 만날 때마다 매주 2-3회 그 음식만 먹었던 친구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금세 입 맛이 변해 또 새로운 것을 찾았지만, 그 기간만큼은 좋아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맛있으니까 좋으니까 그저 그것에 집중하는 거죠.  무언가를 정말 좋아한다면 반복해서 하게 되어 있습니다. 


내 취향에 맞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누가 하지 말라고 말려도 하고 싶어 꼼지락 거리는 일도 있습니다. 

물론 아무리 하라고 해도 안 되는 일도 있습니다. 

좀 덜 재밌지만 해야 하는 일도 있지요. 


책 읽기가 그렇게 짐스럽더니 요즘에는 틈만 나면 의무 반 , 호기심 반으로 책을 쪼개서 읽고 있습니다. 

전자책이라 하도 휴대폰을 들여다보니 남편이 대체 뭘 그렇게 보냐고 묻더라고요. 

제가 집중하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못 마땅하기도 한가 봅니다. 

글쓰기가 좋다면 반복해서 할 수밖에 없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하게 만들고 싶다면 역시 반복해서 쓰면 됩니다. 


책 읽기도 글쓰기도 삶의 일부가 되어 글이 삶이 되고, 삶이 글이 되는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싶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 내 삶을 빛나게 해주는 일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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