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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Jul 04. 2023

49일간의 양생기간

단단해지려면





건축의 'ㄱ'자도 모르는 나는 건물이 세워지는 걸 볼 때마다 무척 신기하기만 하다. 길 가다가 건물을 세우는 공사 현장을 보면 그저 건물을 짓는가 보다 생각했다. 혹은 언제 저 건물이 저렇게 많이 지어졌는지 놀라워하거나 공사 시작한 지가 언젠데 여태 꾸물거리나 싶은 생각뿐이다.


신기하다. 기둥 박은 땅에 레미콘차가 싣고 온 콘크리트를 부었는데 이 콘크리트가 굳어 평평하고 단단한 건물 바닥이 됐다. 어렸을 때부터 길 가는 커다란 레미콘 차 안에는 뭐가 들었을까 무척 궁금했다. 직접 보기 전에는 아무리 저 안에 시멘트가 들어있다고 해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굳지 않게 하기 위해서 계속 돌려야 한다는 말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언젠가 콘크리트에서 시멘트 반죽이 토하듯 콸콸 쏟아져 나오는 걸 보고 내가 상상했던 시멘트는 원래 딱딱한 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적잖게 놀랐다. 아마도 초등학생즈음이었던 듯하다.

원래는 가루고 가루와 물이 만나 반죽이 되고 반죽은 굳어지면 딱딱해지는 원리는 무척 과학적이게 들렸다. 흥미롭기에 앞서 이해가 필요했다. 아무튼, 이번 공사에서 콘크리트 부은 바닥은 인부들이 공들여 미장했다. 그리고 딱딱한 바닥이 더 딱딱해지기 위해 몇 번이고 물을 부어 양생 하는 시간을 지나고 있다.


 콘크리트의 양생 : 콘크리트를 믹싱하고 나서 경화하기까지의 사이에 적당한 온도와 습기(수분)를 주어 충분히 경화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

콘크리트 양생이라는 말도 처음 들어봤다. 40년 넘게 살면서 생소한 단어가 아직도 있다는 건 한국어와 한자의 만남으로 만들어진 단어는 몇 만되는 될 것만 같다. 양생기간에 물을 촥 뿌려 마를 때까지 기다리고, 또 촥 뿌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반복과정을 거친다. 햇빛, 바람, 물, 매일 달라지는 온도에서 이 바닥은 더 단단해진다.


이 과정을 듣고 보며 두 가지를 생각했다.

하나는 쉴 새 없이 굴려야지만 레미콘 안의 시멘트처럼 굳지 않는다. 무언가를 배우고 익혀 나갈 때는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기술은 한 번 익혔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글쓰기도 기술이다. 매일 갈고닦아야 실력이 는다. 매일 써야 글쓰기 실력이 점진적으로 발전한다. 강의 들었으니까 난 잘하겠지. 나는 책 한 권 썼으니까 잘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책 출간 경험이 있더라도 매일 글 쓰지 않으면 퇴보한다. 발전 없다. 뇌도 계속 생각해야 무한 발전한다. 몸도 매일 운동해야 굳지 않는다. 어렸을 때 쫙 벌어졌던 다리, 성인이 되어 재즈댄스를 하며 부드럽게 만들어 놓은 몸은 굳은 지 오래다. 안 하면 굳는다. 안 움직이면 굳는다. 하루종일 글 쓰지 않고 밤에 되어 갑자기 작가 모드로 돌아가면 글 써지지 않는다. 그때부터 스트레스 시작이다. 인생 살면서 쉬기만 하고 놀기만 하면서 무언가를 잘하기를 바란다면 잘하게 될 수 없다. 젊었을 때 내 노후를 생각하지 않고 놀다가 나이 들어 나는 할 게 없다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준비해야 한다. 계속 준비 상태로 살아가야 한다. 다만, 그 굴리는 시간이 약간은 힘들더라도 즐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단단해질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하다. 양생기간이 필요한 콘크리트처럼 인생에도 단단해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실패와 연단의 과정이다. 실패 없이는 성공도 없다는 말은 이제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책에도 무척 많은 글귀며, SNS에도 실패와 성공, 목표에 관한 문구와 동기부여 강의는 넘쳐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하지 않는 것을 바란다면 단단해질 수 있는 기회는 얻지 못한다. 과정 없이는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콘크리트가 단단하게 굳지 않으면 저 위에 건물을 세울 수 없다. 건물을 세운들 어디 앉을 수나 있을까. 무용지물일 거다. 단단해지기 위해서 숱한 반복 과정이 필요하다. 그 반복과정을 견뎌내야 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매일 반복해서 글 쓰면 점점 단단해지는 내 글을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처음 썼던 글과 지금의 글을 비교하면 분명히 다를 거다. 다를 수밖에 없다. 배우기 위해 몸무림 쳤고, 배우고 있고, 적용하고 있고 내 것으로 흡수시켜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있다.


세상에 쉽고 빠른 건 있다. 음식도 오죽하면 Fast Food가 만들어졌을까? 쉬운 일 있다. 없지는 않다. 그러나, 기억해야 한다. 그렇게 쉽고 빠른 게 나오기 위해서는 연단을 거친 과정이 반드시 있다. 고속열차는 빠르게 가지만 그 고속열차가 나오기까지 실패와 시도의 반복이 있었을 거다. 패스트푸드가 만들어지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장비와 인력을 생각하면 쉽지 않다. 편리함과 아름다움, 화려함 뒤에는 뒤치다꺼리하는 바쁜 손이 있다.


기억해야 한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에는 쉽고 빠른 건 없다.  기초를 단단히 쌓고 그 위에 반복 행동을 통한 실력과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래야 성장의 조건이 갖추어진다. 플러스. 반드시 단단해질 거라고 믿자. 나는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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