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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Jun 27. 2023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들의 진짜 속 마음

외면할 수 없는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들의 진짜 속 마음 




오늘, 아이들도 남편도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서 저를 끌어 앉혔습니다. 하루 중 대화할 시간이 많지 않으니 저녁 먹고 대화 좀 하자고요. 보통 저녁 식사를 먼저 후다닥 마치고 제 방으로 옵니다. 저녁에 할 일이 쌓여있기 때문이지요. 얼른 코칭 파일을 보내고, 글도 쓰고 강의안도 준비해야 합니다. 해야 할 일을 나름대로 시간 분배해 둔 탓에 마음이 급하죠. 


오늘부터 방학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산에 다녀왔습니다. 


산에 가면 야생 초식 동물 구경을 제법 합니다. 오늘 갔던 산에는 얼룩말이 무리를 지어 풀을 뜯고 있었죠. 아이들과 둘레길을 약 20분 걷고, 산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데 총 1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걷는 동안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고 아이들 재롱도 보게 됩니다. 저는 이 시간이 좋습니다. 운동도 하고 대화도 나눌 수 있으니까요. 앞에서 옆에서 까부작 거리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잘 크고 있는지, 또는 어떻게 크면 좋을지, 미래에는 어떤 모습일지도 몹시 궁금합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매콤하면서도 뜨끈한 순두부찌개를 끓어 대령했죠. 먼저 얼른 저녁을 먹고 자리를 뜨려는 찰나였습니다. 저보고 요즘 가족과 대화가 너무 없는 거 아니냐며 4명이 동시에 저를 공격합니다. 저녁 먹고 나면 좀 앉아서 있다가 자리를 뜨라고 말이에요.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해 시간을 쓰는 저는 마음이 급합니다. 또 요즘에는 저녁 일정을 좀 빨리 끝내고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날 생각을 하다 보니 마음이 더 급해졌어요. 아이들 말로는 엄마가 바빠서 이야기 시간도 없고, 게임도 요즘에는 안 해준다며 불만이 잔뜩이네요. 대신 최근에는 아빠가 같이 닌텐도 스포츠도 해주고, 체스도 해주지만 엄마는 없다는 겁니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에 아이들과 거실에서 영화 한 편을 봤습니다. 정규 수업 강의를 마치고 잠시 쉴 겸 옷을 갈아입고 주방에 들어갔다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남편은 아이들이랑 함께 본다며 불도 다 끄고, 과자랑 담요를 준비해 옹기종기 모였습니다. [드림]이라는 영화인데 배우 박서준이 주연인 영화였습니다. 아이유도 나오고요. 야구와 노숙자 주제로 코믹하게 그리면서도 감동 있는 스토리로 구성된 영화였어요. 아이들과 따뜻한 전기장판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담요를 덮고 과자를 뜯어먹으면서 영화를 봤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여유롭게 영화를 보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아이들 다리 베개도 하고 누워서 이야기도 하면서 말이죠. 


그 뒤로 3일간 아이들은 틈만 나면 우리 [드림] 또 보면 안 돼요?라고 물어봤어요. 오늘도 2번은 들은 것 같습니다. 조연 배우의 캐릭터가 코믹하고 재밌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영화와 함께 분위기에도 취했던 듯합니다. 

가족이 다 같이 다닥다닥 붙어 살 비비며 과자 뺏어 먹던 순간이 더 좋았나 봅니다. 오늘 저녁 둘째 다엘이가 샤워를 마치고 제게 와서 멋쩍게 묻습니다. 



엄마, 언제 안 바쁜 날 있어요? 


응? 왜? 뭐 하게? 뭐 하고 싶어? 


아니요. 그냥 엄마랑 같이 놀고 싶어서요. 


순간 미안함이 확 몰려왔습니다. 일상과 내 할 일에 바빠서 놓치고 있는 게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의 요구에 조만감 게임도 하고 시시덕거릴 시간을 따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학이라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엄마의 자리와 역할은 필수죠. 그저 밥 차려 주고, 집안일, 정리정돈에 필요한 물건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두는 게 엄마 일은 아닙니다. 아마도 모든 엄마들이 다 알거라 생각합니다. 아빠들도요. 아이들이 제게 '호소'하듯 단체로 항의해서 오늘 좀 당황했습니다. 원하는 건 그냥 게임하고 5 식구 완전체가 넉넉하게 둘러앉아 웃고 떠드는 시간을 바라는 걸 테니까요. 그 안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안정감, 사랑을 말이지요.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같이 있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저는 이 가사가 아이들을 보면 종종 떠오릅니다. 나 어렸을 때 내가 부모님에게 느꼈던 그런 감정이 이 아이들에게도 있을 테니까요. 나름의 애를 쓰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못내 미안했는데 오늘 정곡을 콕 찔린 듯해서 저녁에 자러 보내기 전에 꼭 안아주고 엉덩이를 토닥거려줬습니다. 이번 주에는 시간을 따로 마련해야겠습니다. 

 

(내일 오전에는 초고를 쓰기 위한 오늘 저녁 초 스피드 글쓰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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