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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Jul 08. 2023

서서 글쓰기

필요하면 움직여야 한다.




요 며칠, 아니 지난 한 주 눈코뜰 새 없이 바빴다. 일이 쏟아진다.

눈 떠서 하루 종일 의자에 딱풀 붙여 앉은 것처럼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킬 틈이 없다. 그래서 강제 기능을 걸었다.


- 한 시간마다 10분 일어나기 -


그렇게 정해놓고 앉아 있는 시간 동안 한 시간마다 10분 일어나겠다고 마음먹었다. 알람을 해 놓아도 앉아서 글 쓰고 일하다가 보면 일어나는 시간에 '조금만 있다가'를 머리로 수십 번 외친다. 그래도 해야만 하는데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 건강도 중요한데 말이다. 금을 세공하는 동안에는 오히려 금이 깎여나간다는데, 이건 뭐 금을 세공하는 동안 몸이 깎여나가게 생겼다. 정신 똑띠 차려야지 이러다 안 되겠다 싶었다.


동시에 어떻게 하면 환경을 바꿀 수 있을지 고민했다. 결론이 났다.


스탠드 책상으로 바꾸자!  


사실 이 결론은 오래전에 해봤다. 남편이 먼저 한국에서 올 때 가지고 온 교회 앉은뱅이 예배 상을 책상 위에 올려 랩탑을 올려 두고 사용했다. 의자는 저 멀리 치웠다. 의도적으로 앉지 않으려는 노력이었다. 나는 따라 했다. 저 구석에 쳐 박힌 앉은뱅이 상을 꺼내 왔다. 다행히 2개가 있었다. 남편 하나 나 하나 사이좋게 테이블 위에 올려 건들거리지만 나름 쓸만하다며 사용했다. 그렇게 서서 일하다 운동 생각이 나면 그 상태로 스쿼트를 10개씩 했다. 생각해 보면 한 시간에 10개만 해도 하루 최소 50개는 할 수 있다. 분명 그 자리를 벗어나면 스쿼트 생각도 잊어버릴 테니까 최소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대비를 계단 한 거다.


오래 앉아 있으면 다리 혈액순환도 안되고, 엉덩이가 점점 커지는 기분이 든다. 실제로 얼마나 차이가 날지는 모르겠지만 오래 앉아 있으면 근육도 점점 퇴화되어서 하체가 부실해진다. 늘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 데 잔머리가 점점 발달하는지라 나름 만족하며 지냈다. 최근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나서 모색을 강구해야 했다. 한동안 잊고 있던 앉은뱅이책상을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인다. 내가 어디다 가져다 놨는지 한 참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스탠드 책상 노래를 부른 지 몇 개월 만에 검색했다. 얼마나 좋은 세상인지 검색해서 안 나오는 게 없다. 아프리카도 돈만 내면 배달도 해주니 얼마나 좋은가. 중요한 건 가격이다. 스탠드 책상은 얼마인지, 간이 스탠드 책상은 얼마인지 검색했다. 자동은 얼마인지, 수동은 얼마인지도 말이다. 가격 서치는 무척 중요하다. 같은 제품이어도 판매사이트에 따라 가격이 3만 원에서 많게는 10만 원까지도 차이가 난다. 그냥 사면 손해다.


스탠드 책상을 설치했다.


그렇게 결정해서 적절한 가격의 제품을 찾아냈고, 돈을 썼다. 주문한 지 며칠 만에 스탠드 수동 책상이 도착했다. 내 자리 책상과 남편의 간이 스탠드 책상을 설치하는 데 집안 절반을 뒤집었다. 마침 잘 됐다 싶었다. 아이들 방학이고, 별이 방도 엘 형제 방도 정리하고 구조를 바꿔줘야 했다. 여기저기서 끙끙 대는 소리가 들렸다. 자기 물건은 자기가 치우라는 불호령을 낸 탓이다. 검은 쓰레기 비닐봉지를 가져다 두고 온 방에 잡동사니, 묵은 쓰레기를 끄집어냈다. 그렇게 이틀간 대 청소를 마치고 오늘 드디어 평안을 찾았다. 아직도 장롱 깊이 숨겨 있는 물건 한 가득이다. 미니멀 라이프 살아보고 싶은데 언제 가능할지 모르겠다. 일단 보이는 곳 만이라도 정돈해보기로 한다.

각 방은 정돈이 되었고, 이전 보다 한 결 말끔해졌다. 내가 쓰던 멀쩡하고 깨끗한 책상은 별이에게 갔다. 별이가 쓰던 책상은 오래된 중고이지만 아직 튼튼하다. 이제 그 책상은 현지 어린이집으로 가져갈 거다. 엘 형제의 방의 소복이 먼지가 내려앉은 레고들도 다 각기 집을 찾아 넣어 줬다. 그렇게 치우기 싫다고 꾀를 부리더니, 요엘, 다엘 각 원하는 전시 레고 3개씩만 빼고 전부 집어넣기로 했다. 먼지도 치웠고, 책도 제자리에 넣었다. 방이 멀끔해졌다. 아이들도 남편도 나도 바꾼 구조와 새로 세팅한 스탠딩 기능에 만족하며 오후 시간을 보냈다. 지금도 서서 글을 쓴다.


언제나 그렇듯 정리해야지. 바꿔야지. 생각만 할 때는 짐이다.


변화를 줄 생각 하니 머릿속이 복잡하다. 시간도 없고, 내가 이걸 언제 하나 싶은 마음 가득이다. 그런 상태에 있다가도 에라 모르겠다 그냥 일단 일을 벌인다. 특히 집안일은 벌려 놓으면 띠엄띠엄이라도 일이 된다. 일을 벌여놓으면 수습해야 하는 성격 탓이기도 하다.


뭐든 생각만 하면 원하는 걸 얻지 못한다.


그만큼의 값을 지불해야 얻을 수 있는 게 있다. 더불어 노동이 필요하면 노동해야 한다. 대체 자원이나 대체 인력을 쓸 수 있으면 쓰면 된다. 원하는 게 있지만 생각만 하면 절대 얻을 수 없다. 작은 것도 결단하고 실행해야 바꿀 수 있다는 걸 늘 경험을 통해 알게 된다. 이번에도 돈을 좀 들였지만 원하는 환경 세팅을 하고 나니 뭔가 좀 더 글 쓸 맛이 난다. 글로다짓기 기존 정규 회원과 7월 신규 회원을 위해서 강의안 작성하고, 글 쓸 때도 좀 더 신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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