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로 삶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다짓기 최주선 Nov 29. 2023

태권도 심사 떡상 릴스 16783 뷰

사람들은 감동을 좋아한다.




어제 아이들 태권도 심사가 있었습니다.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폭우가 쏟아져 비를 쫄딱 맞았다고 어제 글을 썼지요. 더운 여름인데도 비가 한 번 오고, 홀딱 젖은 탓에 오늘 하루 종일 감기 기운이 있었습니다. 어제는 비 맞은 이야기만 쓰느라, 아이들 태권도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기록하지 않았는데요. 오늘 태권도 심사 영상을 인스타 릴스로 올렸다가 현재 17000 뷰가 넘었다는 사실에 적잖게 놀라 글을 씁니다.


마치 브런치에 쓴 글이 다음 메인에 노출해서 7000, 8000 뷰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의 기분과 같았습니다. 삽시간에 1만 뷰를 넘고, 2만 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캡처했을 때 영상뷰가 16783 뷰여서 제목을 그리 적었네요. 이걸 보면서 요즘의 릴스 찬양 추세가 조금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전혀 모르는 계정에서 저를 팔로우하고, 영상에 좋아요를 누르고 제 프로필을 들여보더라고요. 이런 기록들이 수치화되어 볼 수 있어서 저도 동화되어 보았습니다. 평소에는 그다지 제 게시물에 관심을 많이 안 보이는 터라 그리 신경 쓰지 않거든요.



어제 심사 관람을 하면서 아이의 모습에 웃음이 자꾸 났습니다. 저 뒤에서 태권도 겨루기를 처음 해보는 여덟 살 꼬맹이는 겨루기 보호구를 입고 워밍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집에서도 틈만 나면 품새 연습을 하고 발차기를 하며 기합을 하! 하! 넣는 게 일상입니다.  얼마나 연습을 열심히 하는지 당연히 잘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주 2회 현지 UP대학교 턱스에서 한국 사범님께 배우는 태권도에 푹 빠져있습니다. 외국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운동 중 하나인 태권도를 배울 수 있어 무척 감사한 마음입니다. 게다가 또 가격도 저렴하거든요. 3명을 시키려면 가성비는 제게 무척 중요합니다. 별과 다엘도 심사에 참여했지만 왜인지 막내에게 눈이 자꾸 갑니다. 잘 하려는지 그냥 귀엽게만 하고 끝내는지 말이죠. 태권도 시작한 지 4개월 정도 되었는데 제법 절도가 붙었습니다. 역시 배우며 즐기는 사람 못 따라가나 봅니다. 이래 봬도 왕년에 태권도 1단을 딴 저는 지금 다 잊어버려 잘 생각이 나지도 않고, 동작도 발차기도 흐믈흐믈해 졌습니다. "엄마 태극 4장 기억나요?" 요즘 자꾸 요엘이 묻습니다.



품새가 끝나고 겨루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형 누나, 성인들도 있는 클래스에서 혼자만 8세 막내여서 겨루기 대상도 없습니다. 현지 흑인 관장님이 겨루기 상대가 되어주었습니다. 요엘의 발차기에 맞아주다가 한 번씩 공격하는 형태였습니다. 사범님은 요엘이 귀여운지 겨루기를 웃으며 상대해주었습니다. 요엘은 열심히 한 발 차고, 두 발도 차고, 이단 옆차기, 이단 앞차기도 하고 찍기도 하고 배운 거는 다 사용해 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기특하고 귀여웠습니다. 자기 키보다 2배는 큰 사람을 공격하겠다는 모습이 꼭 다윗과 골리앗 같아 보였거든요. 배를 차야 하는데 발이 닿을 리 없었으니까요. 그저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태도로만 심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품새가 끝나고 겨루기도 끝나자 격파 순서가 왔습니다. 딱딱한 나무 판을 사범님이 들어주면 요엘은 있는 힘껏 발로 나무 판을 차서 깨부수어야만 합니다. 잔뜩 긴장한 듯 제자리에서 얕은 높이로 폴짝 거리며 준비 자세를 취한 뒤 기합을 넣고 돌려차기를 했습니다. 첫 번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요엘은 발등으로 차야 하는데 발 끝으로 찼는지 발을 잡고 쪼그려 앉아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두 번째 시도를 바로 이어갔습니다. 다시 또 발차기를 했지만 이번에도 빗맞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어떡해!"라고 소리를 냈습니다. 얼른 달려가 발을 만져주고 싶었습니다. 나무에 맨발이 까지지는 않았는지, 멍들지는 않았는지 말이죠.

요엘은 역시 발을 쥐고 주저앉았습니다. 아플 법도 한데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합니다. 그 웃음은 난감하기도 하고, 아프지만 스스로도 웃긴다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다른 사범님이 다가와 발등으로 차라고 사인을 주었지요. 요엘은 세 번째 도전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제발 깨기를 바라며 카메라를 들고 있는 제 손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기합을 넣었습니다. 이번에는 깨지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역시 이번에도 깨지지 않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또다시 "어떡해!"라는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저도 웃고는 있지만, 아이가 혹여나 창피해하지는 않을지, 속상하지는 않을지, 아프지는 않을지 걱정되는 마음에 눈물이 맺힐 것만 같았습니다. 무슨 아이 모습을 보면서 오버액션이냐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막내를 보는 엄마 마음은 늘 그렇죠.  이번에도 좀 전에 사인을 준 사범님이 다가와 본인의 발등을 만지며 여기로 차라고 사인을 주고, 나무 격파까지 조금 위치를 낮춰 주고 뒤로 갔습니다. 네 번째 도전에 요엘은 힘껏 발로 격찬을 찼습니다. 이번에도 안 깨지면 어쩌나 싶은 마음이 들 무렵, 나무판은 깨졌고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습니다. 숨죽여 보고 있던 주변 사람들은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손뼉 쳐주었습니다.

브라보!




아이들의 태권도 심사와 인스타에 올린 릴스의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걸 보면서 3가지를 느꼈습니다.


첫째, 한 번에 되지 않으면 여러 번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요엘은 4번 만에 격파를 해냈습니다. 그 뒤로도 좀 더 큰 학생들, 어른들까지도 한 번에 깨지 못해 두 번씩 시도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여러 번 도전했지만 깨지 못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조금 창피했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해낼 때까지 했다는 것이죠. 그렇게 하면 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원하는 목표를 향해 힘을 다해 시도했지만 안된다고 해서 울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용기는 무서워도 계속하는 것이죠. 울면서도 계속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시도에서 안 됐다고 아이가 울었다고 해서 그 누구도 흉보거나 야단치지 않았을 겁니다. 울면서라도 해냈다면 크게 박수 쳐줬을 겁니다. 울지 말라고 달래주고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했겠지요. 그러나, 멋쩍은 웃음일지라도 울기는커녕 웃으면서 재도전의 재도전을 거듭하면서 도전했다는 것입니다. 실패할 수 있고, 슬플 수도 있고, 아플 수도 있습니다. 속상하겠지요. 그러나 운다고 해서 그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요엘의 마음에는 '내가 오늘 꼭 이걸 해 내겠어!'라는 마음만 있었을 것 같습니다. 결국 해냈고, 울지 않고, 포지 하지 않고  이겨냈음에 스스로도 자긍심이 올라갔을 겁니다. 그 뒤로도 계속 이야기했거든요.


셋째, 사람들은 실패를 극복한 이야기를 좋아하고 응원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사람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군가가  실패를 이겨내고 해낸 사연에 관심을 가집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왜냐하면 자신도 같은 경험을 해 본 적이 있기에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릴스 영상의 조회수가 점점 올라가고 좋아요 및 공유가 늘어갈수록 들었던 마음입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누군가가 실패하고 실수하는 것을 즐기고 흉보는 것이 아니라, 잘 해내기를 응원하고, 해냈음을 격려하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지요.


짧은 순간이었습니다. 아이를 지켜보는 엄마로서 그 순간 내가 달려가 아이의 발을 만졌다면 아이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분위기도 그랬지만,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요.

앞으로 요엘의 인생에 숱한 실패와 실수가 찾아올 테지요. 그럴 때마다 헬리콥터 엄마처럼 뛰어 들어줄 수 없습니다. 충분히 해낼 수 있고, 해내야만 하는 과정을 겪게 될 겁니다. 그때 저는 안타깝지만 손에 땀이 나도 아이가 해내는 모습을 지켜보며 힘껏 손뼉 쳐줘야 하겠지요.


다 큰 어른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원하는 게 있다면 한번 해서 안되고, 두 번 해서 안되면 또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요엘은 이 날, 한 번에서 안되면 또 도전하고, 될 때까지 해보면 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지켜보던 많은 사람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엘의 앞날에 이번 경험이 귀한  밑거름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칠전팔기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묵묵하게 길을 걸어가 보기를 다짐해 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고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