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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Dec 01. 2021

세차 때마다 그리운 닦달 체계

아프리카에서 배우는 느림의 미학

 



 한낮기온 어제는 17도, 오늘은 33도.

  아침 저녁 다르고 어제 오늘 다른 요즘 아프리카의 날씨더웠다가 추웠다가를 반복한다. 기후변화를 실감하는 요즘 1주일 넘게 비가 오질 않나 어제는 우박이 창문을 하도 때려서 고막이 따닥 거려 혼났다. 한낮 기온이 마구 치솟을 때면 익어버릴 것만 같다. 이글이글 태양에 껍질은 검고 속은 벌겋게 달아오른 수박이 되는 기분이다.

 아이들 셋을 태우고 다니며 차 안에서 점심도 간식도 해결하는 날이 많아 차 안에는 과자 부스러기와 작은 쓰레기들로 늘 지저분하다. 한 달 전부터는 남편과 아침마다 산에 트랙킹을 하러 다녀오고 있다. 덕분에 스프링 벅스, 얼룩말, 타조, 토끼, 기니 팔로 등 야생 동물들이 여기저기 싸놓은 똥을 밟았을지 모르는 신발로 차에 올라타고 있다. 아무리 바닥에 요란하게 점프하고, 발끼리 부딪혀 흙을 탁탁 털어내도 흙 부스러기와 신발 자국이 선명하게 남는다. 차를 오르내릴 때마다 으...... 지저분해. 가 절로 나온다. 남아공에 와서 셀프 세차를 수시로 하겠단 다짐 아래 샀던 차량용 청소기는 6개월도 안되어 고장이 나버렸다. 그 뒤론 돈이 아까워 3년간 사지 않았다. 결국 주유하고 받은 스탬프를 모아뒀다가 세차 쿠폰에 잔돈을 보태어 실내세차까지 해결하곤 한다. 생활의 꿀팁이다. 남아공에서 받는 리워드는 횡재한 기분이랄까.

  남아공에 처음 왔을 땐 대체 이 나라엔 자동 세차 시스템이나 있을까 싶어 주유소 주변을 두리번거렸던 적이 있다. 한국 같은 최첨단 시스템은 찾기 어렵다. 1990년대쯤 있었던 것과 같은 자동세차장 시스템은 있다. 그 역시 잘 이용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로 손 세차장을 간다.  보통 세차는 아이들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픽업하기 전의 짬을 이용하곤 한다. 문제는 매번 할까 말까 고민하면서 간다는 거다. 이유인즉 느려도 너무 느려서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혹여 시간 계산 잘 못하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한참 기다리게 되는 일도 일어나곤 하기 때문이다.



"오우, 한국 같았어봐. 저렇게 했다가는 손님들 컴플레인하고 매니저 나오라 그럴 걸. 회사였다면 부장님 나와서 최대리 지금 뭐 하는 거야? 대체 일을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잘리고 싶어?"라는 말이 몇 번은 나왔을 거다.

"나 같으면 빨리 끝내고 빨리 쉬겠다. 대체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느긋한 거야? 무슨 세차를 30분씩 해. 1인 1대 클리어해야 되는 거 아니야? 버큠 돌아가면서 쓰면 되지. 3대니까 1인 1대 그럼 한 명이 돌아가서면서 서브하면 되겠네. 아놔 답답해 미춰버리겠네."


  중형 세단에 직원이 4명이 붙었다. 우리 차까지 3대가 나란히 서있었는데 직원 4명이 한대에 모두 다닥다닥 붙어서 느기적느기적 물이 흥건한 걸레를 가지고 차를 여유롭게 닦고 있다. 사실 처음 봤을  다소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남아공 생활   4년이면 익숙해질 만도 한데 마냥 기다리고 있을 때는 몸이 쑤시고 입이 근질거린다.  정도로 답답해 속이 터질  같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가끔은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추어 손에 걸레를  채로 엉덩이를 씰룩거리면서 춤을 추는 모습도   있다. 솔직히 그럴 때는 헛웃음도 나오지만 보는 재미도 있다. 마트, 은행, 서비스업에 있는 직원들은  누구도 급할  없다. 분명히  카운터에 사람이 앉아 있고 줄이 비어있는데 열려 있는 카운터 외에는 길게 늘어선 손님이 있든지 말든지 척만척이다. 한국에서 받던 서비스는 고객 맞춤 초스피드 대응인 거다.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직원 여러분)



땡볕에서 오늘은 40분을 기다리면서 아이들 데리러 갈 시간이 임박하여 "빨리 끝내주세요. 나 엄청 급해요. 빨리 가야 돼요"를 목구멍 안에서 다섯 번은 외치다 보니 40분이 지나갔다. 대한민국을 급성장시킨 한국의 닦달 체계와 감시시스템이 그리워지는 세차의 감상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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