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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Jan 03. 2022

모래 씹는 맛 커피라고??

촌스러워서 커피도 못 먹겠네




"윽, 뭐가 씹혀! 이거 뭐지? 유리야? 모래 아닌가?" 


집콕만 하고 있기에는 좀이 쑤셔 가까운 야외 쇼핑센터로 나갔다.  모처럼 야외에서 마시는 커피 맛에 잔뜩 기대했는데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직원 불러봐. 이거 잘 봐봐. 유리 조각 같아. 근데 유리가 이렇게 작은데  씹으면 괜찮나?"
"에이, 설마 유리겠어? 소금인가? 짜? 안 짠데? " 


음료가 나오기 약 5분 전 주방 쪽에서 쨍그랑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났었고, 그 소리를 들은 후 남편과 썰전을 벌였다. 혹시 그 쨍그랑했던 유리파편이 들어갔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게 대체 뭔지 물에 들어가면 녹아야 되는 건지 아닌지 정체를 알턱이 없었다. 주문한 음료는 Freezo라고 얼음을 넣어 간 스타벅스의 프라푸치노 정도 되는 음료인데 더운 날 외출했을 때 가끔 사 먹는 커피다.  남편은 내 기호를 알기에 카페에 가서 앉아 메뉴판을 펼치자마자 Freezo를 권해줬다. 손님이 너무 많아 음료가 나오는데도 20분이나 걸렸는데 잔뜩 기대해 받은 음료에서 모래 맛이 난다니! 짜증이 확 올라왔다. 평소 음식에서 달걀 껍데기, 비닐, 돌에 머리카락 등 무언가 이물질이 나오면 그거 좀 먹었다고 큰일 안 나겠지라는 생각에 옆으로 빼놓고 계산할 때 언지 해주는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은 이건 당장 직원을 불러서 확인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도저히 참고 마실 수 없는 식감이었다. 직원을 부르기 전에 혹시 또 원래 이런 걸까 싶어 빨대로 한 번 도 쪼옥 빨아들여먹자 입안에 까끌거리는 식감이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불러봐. 이건 뭐. 이거 어떻게 먹지?" 


입안에서 걸러 혀끝에 손가락을 대고 작은 입자를 찍어 직원에게 보여주자 '크리스탈 커피 파우더' 라며 괜찮은 거라고 말했다.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게 커피 파우더라고요?' 라며 재차 확인을 하자 커피 파우더를 아예 덜어서 가져다줬다. 입자가 있는 갈색 커피 파우더가 물과 만나면 반짝거리는 크리스탈로 변한다고 했다. 내가 먹고 있던 freezo에 파우더를 넣고 관찰을 하기 시작했다. "근데 이거 안 녹아요? 녹아야 되는 거 아니에요? " 라 물었지만 녹지 않고 크리스탈로 변한다는 말만 재차 언급됐다. 


"원래 그렇다는데 아... 그래도 나는 이거 못 먹겠는데? 이거 모래 같아서 어떻게 먹어?" 

 

웬만해서는 까다롭게 구는 거 싫어해서 조용히 있는데, 결국 컴플레인을 했고, 직원은 흔쾌히 다른 음료로 바꿔주겠다고 했다. 먹고 싶었던 커피 프리조를 못 먹게 되니 김이 팍 샜지만, 대체해준다니 고마운 마음이었다. Freezo에 미련을 못 버리고 같은 계열의 모카 프리조는 어떻냐고 물어보니 같은 파우더를 사용한다고 했다. 결국 다른 음료도 바꾸어서 주문을 했다. 



새로 주문한 음료는 Apricot & Mint  음료로 상큼하고 모래알 같은 식감이 없었다. 


"그래! 음료가 이렇게 스무스해야지. 그걸 어떻게 먹어. 여기서 그건 못 먹겠네. 다른덴 안 그렇던데..."라 말하고 고개를 돌렸는데, 다른 테이블의 백인 여성이 내가 주문했던 freezo를 빨대로 한 두 모금 빨아먹더니 입으로 오물오물 씹는 게 아닌가?! 

순간, 남편과 서로 눈을 마주치고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저거 원래 저렇게 먹는 건가? 여기 사람들은 이런 식감을 즐겨? 설마~ 에이. 아니면 내 거만 이상했나? 저 아줌마 지금 freezo 마시고 오물 씹었지?" 하고 다른 테이블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쪽에서도 같은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이쯤 되니 내 거만 이상했던 건지, 아니면 촌스럽게 나만 고급 크리스탈 커피 파우더로 만든 freezo도 못 먹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남편과 인터넷을 뒤지며 정보를 찾았다. 크리스탈 커피가 유통되는 건지, 실제로 그런 맛이 나도 사람들이 잘 사 먹는 건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원하는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우리 결론은 이곳 음식점 바리스타가 사람이 많아서 대충 만들었거나 아니면 내 미각이 장금이(?)라서 못 먹거나 둘 중 하나겠거니 하며 마무리 지었다. 기본적인 상식으로는 아이스커피를 만들 때는 파우더를 뜨거운 물에 자작하게 넣어서 녹인 후에 차가운 물과 얼음을 섞어서 갈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조 과정이 의심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어쨌거나 직원이 마지막 계산할 때 처음 시켰던 freezo 가격까지 포함해서 계산서를 내밀어서 조금 당황했지만 확인 후 1잔 값으로 정정해주었다. 

주방에 따라 들어가 바리스타를 붙잡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묻고 싶은 마음을 땅바닥까지 눌렀다. 나는 두 모금 마셨는데 음료 2잔 값 내라고 했으면 매니저 나오라 그래! 까지 갔을지도 모르겠을 맛이었다. 


이쯤 되니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싶은 마음이 물밀 듯 밀려온다. 

한국 가면 꼭 배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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