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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May 14. 2022

제발 그 일만은 내게 일어나지 않길.

내게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 



아이들 등교시키러 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다. 휴대폰 전화를 걸었다. 집안 어딘가에서 미세하게 울린다.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학교.    

아무리 차가 막혀도 돌아와야 할 시간인데 벌써 30분이 넘었다. 


"왜 휴대폰은 놓고 가고 난리야. 챙겨 갔어야지."


연락이 안 되니 얕은 신경질이 나기 시작한다. 


'사고 난 거 아닌가? 아까 사이렌 소리 들렸는데......'

'누구랑 시비 붙었나? 이상한 놈한테 걸린 건 아닐까......'


별별 생각이 다 들면서 점점 걱정으로 바뀐다. 

좀 더 지나자 차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키로 철문을 열고 남편이 들어온다. 


"뭐야! 왜 이제 와!! 무슨 일 있었어? 어디 갔다 왔어?" 


"어? 나 기름 넣고 왔는데? 아, 내 휴대폰! 아 미안 미안 "


이런 일은 종종 있다.  

별일 없을 거라 믿지만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거나 나간 사이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온다. 


얼마 전 다리 건너 알게 된 지인이 사고로 남편을 먼저 멀리 떠나보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1년 남짓 거의 폐인 같이 지내며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아이들을 보며 겨우겨우 살아냈다고 했다.

그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 순간, '나에게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떤 말로 위로할 수도 없고 공감할 수도 없는 얕은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때론, 

아이들이 사고로 먼저 떠나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 때가 있다. 

사고 현장의 트라우마, 

아이들이 극도로 아플 때 찾아오는 불안감.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아이를 잃고 삶의 의지조차 잃어버린 가족의 모습,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그 아픔을 가슴에 묻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라고 그런 일을 겪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난 천국을 믿는다. 하나님을 믿는 나와 우리 가족은 죽으면 천국에 갈거라 믿는다. 하지만, 내 곁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육체가 사라지고 더 이상 살을 부빌 수 없게 된다면이라는 가정은 말할 수 없이 슬프다. 

이런 비슷한 글을 예전에도 쓴 적이 있다. 

그때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날  그 생각과 마음을 지우려고 글로 풀었던 기억이 난다. 

블로그에 100일 글쓰기 챌린지를 하는 중이다.  

오늘 받아 든 질문은 다시 그날의 생각과 글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당신 나 먼저 가면 꼭 젊은 남자랑 만나서 다시 잘 살아. 알았지?" 

"진심이야? 그럴 거였으면 애 없을 때 그런 말 해야지. 지금 와서 무슨~ 그러니까 나보다 먼저 가지 말라고." 


나보다 여덟 살이나 많은 남편은 종합병원이다. 그럴 때마다 여기저기 돌아가며 아프냐는 나의 핀잔에 농담하며 서로의 마음을 건네는 우리 부부의 대화다. 


세 아이도, 남편도 마냥 내 곁에 항상 있을 것 같고 세상에 살다 저 천국에 가서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으로 산다.  

세상 사는 동안 함께 할 수 있을 때 더 많이 사랑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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