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밍구 일기

밍구 일기 #2

밍구의 비밀

by Shub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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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구 목욕시키는 남편


밍구 목욕을 시켰다.


우리 똑똑한 밍구는 이리고 오라고 하면 이리로 오고 저리고 가라고 하면 저리로 가는 똑순이다.

그런 밍구가 집에서 안 가는 곳이 딱 한 군데 있는데, 그건 바로 '욕실'이다.

어르고 달래도 안 가고 먹을 것으로 유인해도 안 오고 몸을 들고 움직이려고 하면 발버둥 치는.

욕실은 밍구에게 두려움의 공간인 것 같다.


원래는 욕실에서 목욕을 시켜야지 했지만

계획을 바꿔 밍구가 주로 머물던 베란다에서 목욕을 시키기로 했다.








목욕하는 밍구


목욕이 싫었는지 나가려고 문에 붙어 있는 밍구.

미안하지만 그렇게 붙어 있어도 문은 안 열려 이 문은 안에서 밖으로 밀어야 한단다.

목욕하는 것이 싫으면 짖거나 발버둥 칠법한데 가만히 있는 밍구가 대견했다.


거품으로 한번 씻기고 새 물을 받아서 이번에는 같이 씻겨주기로 했다.

밍구가 남편을 더 좋아하지만 그래도 우리 둘이 함께 있는 것이 더 안심이 되는지

남편 혼자 씻길 때보다 같이 씻길 때 안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산책하는 밍구


의외로 얌전한 밍구의 모습이 이참에 산책을 가보기로 했다.

밍구가 현관문을 세차게 두들기는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것도 있었다.

목줄과 함께 사 온 하네스를 채워 보기로 했다.


목줄을 해줄 때는 가만히 있었는데 뭔가 몸에 채워야 해서 그런지 머뭇머뭇거리는 밍구.

그래도 천천히 다가가고 한발 한발 천천히 올려두니 다 채울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하네스를 채우고 산책을 다녀왔다.

그리고 나는 후회를 했다고 한다...


하네스를 차고 발걸음을 맞추며 산책을 하던 밍구는 갑자기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

남편이 밍구의 간식을 사기 위해 닭집으로 갔기 때문에 멀리 가지 못하는데 밍구가 계속 더 가자고 한다.

가만히 있어도 보고 리드 줄을 당겨도 보고 아무리 해도 안 가길래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런데 그 왔던 길에 모래 운동장이 있었고

목욕한 지 15분 만에 밍구는 모래 샤워를 하고 말았다...

그렇게 신나게 뒹구는 밍구를 본 적이 없다.


다음에는 목욕하고 털 마를 때까지 산책 안 하는 걸로...


밍구는 모래 위에서 계속 고집을 부리다가 남편이 오고서야 집으로 들어갔다.

(이래서 딸자식 키워 봤자 소용이 없나 보다)


산책하는 밍구


저녁 산책 시간이 돼서 밍구에게 하네스를 다시 채웠다.

이번에는 남편이 같이 있어서 그런지 잘 따라오는 밍구.

계속 자동차에게 달려가려는 것을 리드 줄로 제지하니 이제는 짖기만 하고 달려들지는 않게 되었다.


남편과 산책을 하면서 아파트 단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길멍이인 밍구를 알아보고는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알게 된 밍구의 비밀.


알고 보니 밍구에게는 밥을 얻어먹으러 다니는 집이 많이 있었던 것!

어쩐지 순둥순둥한 밍구가 신기했었는데 사람들한테 이쁨 받아서 말도 잘 들었던 거였다.


그 많은 집 중에 우리 집을 선택해 준 밍구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20210524_224040.jpg 집에 돌아와서 뻗은 밍구


산책 도중 남편이 달리기를 위해 먼저 가자 밍구는 또 말을 안 듣기 시작했다.

남자들이 좋았던 건지 바이야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한참을 앉아 있다가 계속 달래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한 곳에 멈춰서 있길래 같이 앉아서 밍구를 쓰다듬는데 얼굴 주위에 혹 같은 건이 올라와 있었다.

처음에는 피부암(?) 같은 걸까 하고 넘어가려다

자세히 보려고 털을 치웠는데 혹에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을 포착했다.

병원은 나중에 가더라고 이걸 때 내야 할 것 같아서 계속 치우는데 이상하게 빠져나오지 않았다.

설마 하고 털을 더 치워보니 꿈틀거리는 것은 무언가의 다리였다.

작은 크기가 아니었기에 이걸 얼른 빼내야 한다는 것을 느꼈고 주변에 있는 깨진 도자기 파편을 젓가락 삼아 뽑아냈다.(이러면서도 혹시 밍구의 살이 아닐까 하며 의심하고 있었다지)

밍구에게서 벌레를 떼어내고 주변 털에 있는 것까지 깔끔하게 때 내주었다.

나중에 검색해보는 진드기였다고...

얼마나 많은 밍구의 피를 먹었던 건지 오동통하던 그 진드기를 보고

하루빨리 병원을 다녀와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진드기를 때 내면서 신기했던 것은 밍구가 가만히 있었다는 것.

그 점이 신기하면서 고마웠다.


혹시라도 밍구가 움직이고 싫다고 했다면 나는 그냥 밍구의 살이 올라온 거겠지 하고 넘겼겠지.

진드기를 떼어내고 이곳저곳 꼼꼼히 보았지만 다행히 다른 곳에는 진드기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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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밍구


오늘 아침에는 남편과 베란다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는 문을 콕콕 두드리기도 하지만 문을 열고 나올래 혹은 들어갈래라고 물어보면 웬만하면 나오거나 들어온다.

원래는 베란다에서 있는 것을 더 좋아했는데 어제 목욕해서 그런지 집안에 있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다.

항상 집안으로 들어오면 침대 옆이나 문 앞 코너에 자리를 잡는데

문 앞이나 거실에서는 온몸을 쫘악 펼치고 잠이 든다.







오늘도 귀여운 밍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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