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ubhi Sep 21. 2021

인도에서 추석 분위기 내기

생애 첫 추석 음식 만들기



어느덧 인도에서 두 번째 추석을 맞이했다.







원래는 작년처럼 부모님께 인사만 드리고 끝내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전이 먹고 싶어졌다.

늦게라도 델리서 식료품을 주문해 볼까 하고 문의드렸더니 추석 배송품이 많아 추석이 지나서야 배송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준비할걸...


후회가 됐지만 설에 제대로 준비해 보기로 하고 일단은 가능한 것으로 추석맞이를 하기로 했다.

냉동실에 잠들어 있는 새우를 꺼내고, 전과 떡을 만들기 위한 채소들을 구매했다.


동그랑 땡과 새우전을 해보기로 했는데 뭔가 아쉬워서 호박전도 해보기로 했다.


인도에서 애호박은 찾기 힘들어서 그나마 쉽게 구할 수 있는 늙은 호박으로 전을 만들었다.

늙은 호박을 얇게 썰어서 밀가루 반죽에 묻혀 팬에 노른노른 구워주었다.

만들면서도 익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했는데 다행히 속까지 잘 익어 주었다.


새우는 물기를 빼고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 물에 묻혀 구워주고,


원래 동그랑땡에는 돼지고기가 들어가지만

돼지고기를 사기 위해 시내까지 나가는 것은 귀찮기도 했고 고기의 상태가 좋을 거라는 확신이 없어 채식 동그랑땡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파니르, 양파, 양배추, 당근, 완두콩, 밀가루와 전분가루, 달걀을 섞어 반죽을 만들고 숟가락으로 조금씩 떼어내 팬에 지지기 시작했다.

고기로 만든 동그랑땡만 먹어 봤었기에 맛이 걱정이 되었는데 생각보다 모양도 맛도 괜찮아서 놀랐다.


그리고 마지막 추석 음식!


사실 이번 추석 음식을 준비한 이유는 바로 떡이 먹고 싶어서였다.

한국에 있었을 때도 떡 사 먹으려고 주머니에 현금을 들고 다녔던 떡순이였는데,

인도에 오고 떡볶이 떡은 만들어 보았지만 다른 떡은 먹어보지 못해서 쥬갈(야매)로 송편도 아닌 감자떡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감자를 삶아서 으깨고 동그랗게 말아 그 안에 완두콩 앙금을 넣었다.

그리고 라이스페이퍼로 말아주면 끝!


원래 감자 떡은 감자 전분으로 피를 만들어서 해야 하지만 라이스페이퍼로 만드니 너무 간단했다.



이렇게 떡까지 다 완성하고 한 접시 이쁘게 차려서 옆집 안티에게도 나누어 드렸다.


안티의 집을 가니 안티의 아들이 있었는데

음식을 받고는 관심 있어 하며 종류별로 어떤 걸로 만든 건지 물어보았다.

(물론 안티네 가족들은 다 고기를 먹지만 한국의 축제 음식이라고 하니 어떻게 만든 건지 궁금했던 것 같다.)



저녁에 남편이 돌아오고 하얀 쌀밥과 된장 듬뿍 넣은 된장찌개와 함께 맛있게 냠냠했다.


매번 보기만 하던 추석 음식 준비를(전을 부치는 것을 도와주긴 했지만 재료 준비부터 하는 것은 처음이다.) 해보니 그 많은 음식을 하루 이틀 사이에 만들던 엄마가 너무 대단해 보였다.






비슷하게 만들어본 추석 음식을 먹다 보니 엄마 음식도 그리워지고

한국이 더 그리워지는 날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도에서 한국 음식 만들어보기_깍두기와 무생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