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연휴에도 시누이 집에서 가족 모임을 했다. 집이 넓기도 하고 귀여운 강아지도 함께 살고 있어 항상 이곳에서 설날, 추석, 어머님 생신 등 일 년에 서너 번 모인다.
점심때쯤 만나 시간을 보내다 어느덧 저녁시간이 되었다. 남편은 저녁밥 먹기 전 소화 시켜야겠다며 둘째 아이를 데리고 강아지 산책을 나갔다. 산책을 다녀온 후에 입이 심심했는지 그는 시누이네 찬장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뭘 찾나 싶어 쳐다보다 아이가 말 시키는 바람에 대꾸하느라 잠시 고개를 돌렸다. 조금 후 남편을 다시 바라보니 어디서 잘도 찾았는지 마른오징어처럼 생긴 것을 신명 나게 씹고 있었다. 반 이상 입 안에 들어가 있어 정체는 알 수 없었다. 배고팠나 하는 생각도 잠시. 아일랜드 식탁 위에 놓인 원통형 타파웨어에 눈길이 갔다. 안에는 강아지 간식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남편 입 속이 블랙홀인 양 빨려 들어가고 있는 그것과 색이 일치했다.
“오빠, 그거 강아지 간식 아니야???” 놀라서 묻는 소리에 조카가 깜짝 놀라 남편을 바라봤고, 다급하게 외쳤다.
“삼촌!! 그거 강아지 거야!!!”
기운 넘치게 오징어를 씹고 있던 남편은 잠시 저작 활동을 멈추더니 몇 초 후 거친 소리를 내며 입에 있는 그것을 뱉어냈다.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것이다.
냄새나 맛이 틀린데 어떻게 먹으면서도 몰랐냐는 식구들의 말에 오징어처럼 몇 번 씹다 보면 단물이 나올 줄 알고 열심히 씹어 먹었다고 해명했다.
강아지는 그 귀여운 눈망울에 원망을 가득 담고 남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간식통 열리는 소리에 산책 후 지친 자신에게 간식을 주는 줄 알았을 것이다. 평소에 자기에게 시큰둥한 인간 삼촌이 웬일인가 싶기도 했을 것이고.
‘명절 음식이 차고 넘치는데 그걸 꼭 먹어야 했니?’ 하고 당장이라도 일어나 따질 것 같은 눈빛이었다. 하긴, 견생 3년 동안 자기 간식을 눈앞에서 홀랑 먹어버린 인간은 처음이었으리라.
이번 추석에도 어김없이 남편은 하루 먼저 간 친정에서 신생아 마냥 3시간 넘게 자버렸다. 냉방병 때문인지 머리가 아프다는 이유였다. 명절 때마다 열 번에 일곱여덟 번은 컨디션이 안 좋아지는 그다. 수도권에 사시는 양가 부모님 덕분에 장거리 운전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번에는 친정 오빠네와도 시간을 못 맞추어 가뜩이나 조용한 친정에서 아빠 말동무, 상차림, 설거지, 애들과 물놀이까지 혼자 하는데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점심, 저녁 먹을 때만 일어난 그의 등짝을 한 대 치고 싶었지만 내 손목 건강을 위해 꾹꾹 눌러 참았다. 그래도 연휴 마지막 날에는 좀 서운했노라 한마디 할까 싶었다.
시누이네 다녀온 후 마음을 바꾸었다. 강아지 간식을 맛있게 먹는 자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하리오. 잠만 콜콜 자도 좋으니 강아지 간식은 먹지 말아 다오 하며 작은 소망을 가질 뿐이다.
미우나 고우나 조만간 진짜 말린 오징어를 그의 손에 쥐어 줘야겠다. 그리고 나도 양손에 쥐고 오징어를 팍팍 씹어 먹겠다. 미운 놈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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