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고백

최고의 어버이날 선물을 받다

by 남봉

얼마 전, 5학년이 된 아들에게 구글 이메일 계정 하나를 개설해 주었다. 특정 앱에 가입하기 위해 필요했기 때문이었지만 이왕 개설한 김에 메일 작성 방법도 알려줘 봤다. 요리조리 탐색하던 아이가 메일을 보냈으니 확인해 보라고 했다.


별생각 없이 메일을 열어본 나는 한동안 거대한 감정의 파도에 매몰되어 미동도 할 수 없었다.


적당한 부족함으로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들 한다. 때로는 내 무지와 게으름으로 필요치 않을 때 과도한 애정을 주는 실수도 했다. 그럼에도 아이는 여러모로 부족하게 자랄 수밖에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흡인성 폐렴으로 인큐베이터에 들어간 아이의 인생은 탁 트인 아스팔트 길 같지만은 않았다. 조리원에서 나오자마자 심장에 구멍이 있는 것 같다며 줄줄이 이어진 검사는 시작에 불과했다. 돌 지나자마자 1번, 그리고 7살 때 1번 더 전신마취를 하는 수술도 겪어야 했다. 그뿐인가. 매년 독감에 당첨되고 코로나도 벌써 2번이나 걸렸다. 이런 풍파를 지나오는데 엄마가 늘 함께 해주지는 못했다.


일하는 엄마의 아들로 태어난 것도 모자라 4살 터울 동생이 생겼다. 15개월부터 엄마와 9시에 헤어져 6시가 되어서야 만나 눈물의 상봉을 했다. 뒤늦게 나타난 이방인 같은 동생은 늘 엄마품에 안겨 있었다.


모자란 시간을 마른 수건 짜듯 힘껏 짜내어 사랑해 줬지만 어디 아이에게는 넉넉했으랴.


메마른 땅에 사랑을 가득 부어도 갈라진 틈새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것만 같았다. 아이는 뭐라 하지 않는데 내 마음이 그랬다. 지난 십여 년 동안 아이들을 위해 종종걸음으로 동서남북 분주하게 다니면서도 아이들에게 사랑이 온전히 채워지지 않는 듯하여 낙망한 순간도 많았다.


아이는 어쩌면 알고 있던 것일까. 이런 엄마 마음을. 그래서 머리를 쓰담쓰담하며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보듬어 주는 말을 해줬을까. 아이들만 생각하면 미안함에 깔끄러웠던 내 마음이 조금은 몽글몽글 풀어진다.


모자란 사랑을 먹고도 충만하게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있기에 부족한 엄마도 힘내어 하루를 또 살아내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