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독으로 나를 출산한 어머니 생일 때가 되면 후유증 찾아와
5월은 나의 생일이 있는 달이다. 나이가 들어 생일이 다가온다는 게 그리 반갑지 않아 한동안 생일파티 같은 걸 하지 않았다. 그런데 카톡에서도 생일이라는 걸 알려주고, SNS를 보면 생일이라고 열심히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했다.
그래서 올해에는 호텔에 투숙할 때도 생일이라는 코멘트를 남겨보기도 했다. 과거 호텔에다 생일이라고 코멘트 남긴 기억은 거의 없었던 거 같다.
그런데 나는 나의 생일이 다가오면 항상 어머니 생각이 난다.
생일이 되면 본인을 낳아주는 부모님에게 감사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이 좋은 날씨에 나를 낳아준 나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감사하기도 하지만, 눈물도 난다.
일흔이 훨씬 넘으신 어머니는 나의 생일이 다가오면 어딘가 아파오시고 허기가 지신다고 하신다. 그 아픔이 느껴지면 아들의 생일이 다가오나 보다 느끼신다고 하신다.
출산 후유증이 몇십 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어머니가 젊으신 시절에는 아들을 놓는 것이 매우 중요했고, 아들을 낳지 못하면 친정으로 쫓겨 날 수 있고, 이혼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 아들을 낳아와도 말을 못 했다고 한다.
어머니도 아들을 낳고 싶으셨나 보다. 그놈의 아들이 뭐라고. 그런데 그 스트레스가 워낙 심해서 임신 중에 제대로 드시지도 못하고 영양 부족 상태에서 날 낳으셨다고 하신다. 급기야 임신중독에 걸리셨고, 하혈을 얼마나 많이 하셨는지 수혈을 조금만 늦게 받았어도 아마 어머니와 나는 저세상 사람이 되어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 시절, 집에서 출산을 많이 했는데 제대로 된 병원이 얼마나 있었을 것이며, 피를 보관하고 있던 병원이 얼마나 되었을까. 천만다행으로 어머니는 수혈을 받으셨고 다행히 나를 출산하셨다.
그래서인지 어릴 적 어머니는 나에게 "너는 병원에서 태어났고 남양분유 먹여서 키웠다"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하시곤 했다.
그런데 영양부족 상태에서 날 낳으셔서 그런지 나의 생일 때가 되면 자주 허기가 지신다고 하신다. 나 역시 배가 고프면 식은 땀이 나고 딴생각이 안 나고 무엇이든지 먹어야 한다는 생각만 든다. 배고픈 걸 견디지 못하는 거다.
어머니는 태아 때 영양이 부족한 상태여서 그런 거 같다며 항상 나의 끼니를 걱정하신다. 허기지지 말라며 찰떡을 자주 해 주셨다.
어릴 때 친척들이 "귀한 아들"이라고 말씀하신 걸 이해하지 못했는데, 어머니의 출산 얘기를 듣고 나서 많이 이해가 되었다.
이렇게 고생해서 아들을 낳았는데, 아무런 효도를 못하고 있는 거 같다 죄스러운 마음이 크다. 어머니는 언젠가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나준 것만으로도 효도는 다 했다"라고.
어머니의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은 정말로 모르겠다.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것이다.
이런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가 점점 아프신 날이 많으시다. 알츠하이머 증세도 있으시고 파킨슨병도 있으신 거 같다. 병원에 다니고는 계시는데 가는 세월은 잘 못 막는 거 같다. 이제는 기억력도 가물가물하셔서 아들 생일도 기억을 잘 못하신다. 아들을 못 알아보시면 어쩌나 두려운 마음마저 든다.
어머니를 위해 무엇이라도 하고 싶다.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