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봐 주는 게 좋을까 모른 척하는 게 좋을까
아무래도 호텔을 많이 다니다 보면, 호텔 직원들과 알게 모르게 얼굴을 익히는 경우가 있다. 나 역시 직원들의 얼굴을 익히게 되고, 직원들도 나를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게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직원들과 가벼운 안부와 농담을 하게 되는 때도 있다.
그런데 이게 참 딜레마인 거 같다. 서비스직에 계신 분들은 항상 그런 고민을 할 것 같다.
고객을 알아봐 주는 걸 고객이 좋아할까. 아니면 불편해할까.
고객도 마찬가지 고민을 하게 된다. 아는 직원이라고 아는 체하면 해당 직원이 좋아하는 경우도 있을 테지만, 불편해하는 직원도 있을 것이다.
과거 A 호텔에서 발렛파킹하는 직원을 B호텔에서도 만난 적이 있다. 나는 무심코 "회사 옮기셨어요?"라고 반가워 물었는데 직원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해당 직원은 A 호텔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 B 호텔에 아르바이트를 뛰는 것으로 보였다. 자신을 알아봐 주는 고객이 있다는 것을 불편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 뒤로 여러 번 A 호텔에서 그를 만났지만, 아는 체하지 않고 있다. 그 직원도 나를 알겠지만 아는 체는 하지 않는다. 그냥 인사만 하고 형식적인 매너만 보일 뿐이다.
얼마 전 C호텔에 식사를 하러 갔었는데, 발렛 직원부터 컨시어지 직원, 레스토랑 직원들까지 모두 나를 알아보는 것이다. 레스토랑 직원은 일부러 좋은 자리로 안내를 해주지 않나, 식전 빵은 추가로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더 주시는 것이다.
컨시어지 직원들도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하며 이름을 불러 주었고, 발렛 직원들도 나의 이름을 자신감 있게 불러 주며 차도 제일 좋은 자리에 세워 놓은 것이다.
내가 목소리가 좀 크고 사투리를 쓰다 보니 알아볼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VIP 대접받을 정도로 이 호텔에 많은 돈을 쓴 거 같지 않은데 어찌 알까 의문이 들었다.
"부산 촌놈 서울 와서 성공했네"라고 좋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어디 가서든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언행에 항상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일이 다 조사해보지는 않았지만, 호텔 직원들이 꽤 많이 나를 알아보는 것 같다. 그중에는 실제 아는 체 해주시는 분도 계시고, 알지만 모른 척해주시는 분도 계실 것이다.
또 알아봐 주시는 분 중에는 기분이 좋은 경우도 있고 불편한 경우도 있다. 정말 '환대'의 의미로 잘 해주려고 하는 직원이 있는 반면에 눈빛에서부터 긴장감과 싫어함이 느껴지는 직원도 있다.
나 역시 호텔을 많이 다니다 보니, 직원들의 얼굴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저 직원은 A호텔에 있었는데 B호텔로 옮겼네..."호텔 옮기셨네요"라고 아는채를 하면 반가워 해주시는 분도 있는 반면에 불편한 표정을 지으시는 경우도 있다.
고객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나를 알아봐 주는 직원이 있어서 기분 좋은 경우도 있겠지만, 불편한 경우도 있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서비스직은 정말 어려운 직종임이 분명해 보인다. 직원들도 고객에게 어디까지 아는 체하고 다가가야 할지 고민일 때가 많을 것이다.
호텔에 가는 것이 점점 더 조심스러워진다. 옛날엔 호텔에 발렛파킹 맡기고 다른 데로 새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못하겠다. 이제는 여기저기 다니지 말고 편안함을 느끼는 호텔 몇 군데만 가고 싶어진다. 호텔 수십 년 단골이 이렇게 생기나 보다.
지금 심정으로는 누가 나를 알아봐 주기보다는 좋은 방 챙겨주시고, 지적 안 하게 방 깨끗하게 청소해 주시면 더 고마울 것 같다.
#호텔 #호텔라이프 #호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