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하루 입원기...병원 서비스 개선을 위한 제언
'Hotel'은 나그네, 손님, 타향인, 여행자를 의미하는 라틴어 '호스피스(Hospes)'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단어는 손님과 이를 접대하는 주인을 동시에 지칭한다고 한다. 손님을 초대한 주인을 뜻하는 'Host'도 이 말에서 파생됐을 것이다.
수도원을 중심으로 시작된 중세의 숙박시설 '호스피탈레(Hospitale)'라는 말도 두 가지 뜻이 있는데 하나는 부상자, 병자, 고아나 노인을 숙박시키고 보호하고 간호하는 '치료시설로서의 기능', 그리고 여행객들에게 쉴 수 있는 숙박을 제공하는 '휴식시설로서의 기능'을 담고 있다.
이후 치료시설로서의 기능은 병원을 뜻하는 'Hospital'로 바뀌었고 휴식시설로서의 기능은 'Hostel'로 구분되어 전자는 병원, 후자는 호텔(hotel)이라는 용어로 변천되었다고 한다.
'hospitality'(환대, 접대)과 'hospitalization'(입원)도 뿌리는 같은 곳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즉 hospitality는 'the spirit of guest house' 즉 'friendliness to guest (손님에 대한 환대)'를 뜻하게 됐고, 어원적으로 보면 'hospital'은 'hospitable(환대하는, 친절한)'한 곳이어야 한다.
어원을 파고들면 호텔과 병원은 같은 것이며, 성격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치료를 받을 게 있어 하루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그때의 경험으로 호텔과 병원의 어원까지 찾아보게 될 줄 몰랐다.
병원에 하루 있는 시간이 이렇게 힘들고 고될 줄이야. 그동안 호텔을 너무 많이 다니다 보니, 내 수준이 높아졌나, 자기반성을 수도 없이 했지만, 이건 아니다 싶은 경우가 너무 많았다.
개인마다 병원에 대한 경험치는 다를 것이다. 일부 병원의 문제로 축소해석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병원에 가기 싫어한다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병원 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무뚝뚝하고 기계적인 직원들의 언행, 딱딱한 침대와 베개, 비위생적으로 보이는 병실...
병원에 하루 있으면서 교도소가 있다면 이런 곳이 아닐는지. 얼마나 당황스러운 일을 하루 동안 겪었는지 'Hospital'의 어원까지 찾아보게 될 줄이야. 결론은 호텔과 병원은 어원은 같으며 비슷한 성격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어떻게 호텔과 병원에서 느끼는 감정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말인가.
그동안 호텔을 다니며 까탈스럽게 행동했던 점에 대해 많은 반성을 했다. 동시에, 호텔 종사자들의 미래 가능성을 엿보았다. 우리 사회에 호텔의 'hospitality'를 전수할 곳들은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최소한 병원이라도 이런 '환대의 정신'을 이식되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병원에 하루 있으면서, 왜 병원 직원들의 친절과 시설은 이럴 수밖에 없는가. 의사가 너무 고비용 구조여서 그럴까. 아니면 병원주가 너무나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인가. 보험료라는 이름으로 국가 지원금을 받으면 시설이나 친절도는 더 높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이제부터 내가 병원에서 하루 겪었던 경험기를 올려보고자 한다. 개인 프라이버시 등을 이유로 병원명은 밝히지 않겠다.
간단한 수술이 잡혀 있어 시간에 맞춰서 갔고 여러 직원의 질문 등을 받으며 병실로 들어갔다. 병원에서 많이 느끼겠지만, 직원들의 표정, 말투는 여전히 기계적이다. 1인실, 2인실, 다인실 등 선택하라고 하는데, 실비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다인실을 해야 한다고 해서 다인실을 선택했다. 하루 있다가 가는 거 큰 병동 필요 없을 거 같았다.
다인실에 들어가니 딱딱한 침대에 머리가 아플 정도로 딱딱한 베개, 낡은 담요가 있다. 사물함을 열어보니, 옷걸이가 2개가 있는데, 세탁소에서 세탁물 찾을 때 쓰는 철 옷걸이였다. 그런데 페인트가 다 벗겨지고 그것마저도 고리 부분이 흔들흔들한다. 공용 화장실을 가봤더니 세면대에 비누도 없고 핸드타월도 없다. 병원이라면 위생이 중요하고 요즘처럼 코로나 시대에 비누가 없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저는 여자라서 남자 화장실 안 들어가 봤는데요"라고 한다.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대기하는데, 병실을 드나드는 간호사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다른 환자들이 다 들을 정도다. 여러 사람 있는 공간이면 목소리도 낮추고 매너있게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심지어 커튼을 치고 누워있는데, 노크나 인기척도 없이 바로 커튼을 열어버린다. 만약 옷이라도 갈아입고 있었으면 어찌할 뻔했나. 남자라고 수치심이 없다는 것인가. 환자는 인권도 없나.
직원에게 "매너 좀 지켜주세요"라고 말했다.
수술실에 가는 과정, 수술을 받는 동안에도 너무나 불쾌했다. 의사와 간호사는 환자를 남자 혹은 여자로 보는 게 아닌 그냥 환자로 보는가 보다. 팬티를 벗으라고 하면서 여자 간호사는 고개라도 돌리지, 벗는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있다. 너무나 이상했다. "다른데 좀 보세요"라고 하니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그런다 ㅠㅠㅠㅠ
생수는 한 병만 무료 제공이고, 더 필요하면 빈 병 가지고 복도에 있는 정수기 물을 마셔야 한다. 비행기에서는 물 리필 요청하면 세균 번식 우려있다며 알려주는데.
또 저녁과 아침을 먹었는데 어찌 이리 불결해 보이고 맛도 없던지. 나만 느끼는 불결함일까.
간호사들이 여러 명 돌아가면서 방문을 하는데, 말도 없이 커튼을 열어젖힌다. 한번 말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직원들이 교대근무라 전달이 안 되나 보다. 그냥 포기했다. 간호사들 정말 문제 많아 보였다.(직업 비하 발언 아님)
의사는 그래도 한두 번 정도 보는 거라 친절도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의사는 친절하려고 노력하는 듯했다.
환자는 인권도 없고 프라이버시도 없는 것인가. 왜 노크나 인기척 없이 멋대로 드나드는지 모를 일이다.
가습기 있느냐 물어봤더니 "세균 때문에 없어요"라고 한다. 무슨 세균 때문이겠나 돈 때문이겠지.
딱딱한 베개와 침대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우리 집이 이리 좋은지, 병원에 하루 있으면서 알게 됐다. 호텔에서 쓰는 침구와 침대가 얼마나 좋은 건지 다시금 깨달았다.
히터 소리도 어찌나 크던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병원에 하루 있으면서 병원 고객으로서 있는 것이 아닌 '죄수'로 있는 기분이었다. 환자라고 하면 분명 병원의 고객일 텐데, 그것보다는 '죄수'에 가까운 모양새다.
병 떼러 갔다가 또 다른 병을 얻어온 기분이다.
이날 내가 간 병원이 중소병원도 아니고 유독 특이한 케이스는 아닐 것이다. 누구나 병원에 가는 걸 싫어하고, 병원 가기 싫어 아프기도 싫을 것이다.
다시금 느꼈다. "건강하자", "건강해서 병원 가기보다 호텔에 더 자주 가자고".
하루 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호텔 경영 전공자들의 가능성도 엿봤다. 호텔 경영을 전공했다고 하면 그게 무엇을 배우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재벌 자식들이 외국에서 공부하고 오는 정도로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hospitality'는 정말로 정교하고 위대한 공부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을 위해 친절을 베풀고 환대를 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호텔의 수준급 서비스가 다른 산업으로까지 확대되면 좋을 거 같은데, 아직 그렇지는 못한 것 같아 아쉽다.
병원도 일부 VIP 병동 정도에만 실행될 수 있을 것이다.(그런 병동 안 가봐서 모름)
호텔 전공자들이 꼭 호텔에만 있을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병원 서비스나 기타 서비스 코디네이터로도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제발 병원의 서비스 수준 좀 높여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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