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세스 Aug 03. 2023

95. 아들이라 독립적인 건가 독립적인 아들인 건가?

직장맘 상담소(가족 편)

누구보다 의존적인 내가

나와 다른 독립적인 아들을 낳은 것 같다.


-----------------------------

(중2의 토요일)


어느 토요일, 그의 일과다.


 9시 기상


10시~11시 농구클럽


11시~12시 휴식

(집으로 오는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농구클럽으로 향한다.)

나는 묻는다.

"아들아! 왔다 갔다 너무 비효율적이잖아. 돌아오지 말고 그냥 체육관에 있어."

"엄마 아니야. 10시 타임과 12시 타임에 농구하는 친구가 달라서 셔틀서 게임하고 수다 떨며 놀아. 놀 수 있어서  좋아."


12시~13시 농구클럽

(농구가 재미있어 두타임을 다닌다. )


13시 점심

(화벨이 울린다. 엄마, 피부과 근처 맛집 좀 찾아바. 먹고 피부과 갈게.)


14시 피부과

(여드름이 너무 심해 피부과를 다닌다.

여드름투성이었던 얼굴을 그대로 방치 중이었으나

여드름피부에 한이 맺힌 이모의 권유로

올해 3월부터 피부과를 다니기 시작했다.

지금은 여드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무진  호전되었다.

외모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고,

최근에는 다리털 제거도 했으며

코 밑에 수북하게 쌓인 수염도 깎아달란다.)


15시 간식

(공차를 하나 사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혼자서 모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들에게 미안함을 느껴 묻는다. 

"엄마가 같이 가줄까?"

 "아니야. 엄마가 가서 할 일이 없어."

"혼자 하면 ."


나는 늘 엄마와 함께했는데,

고3 때까지 늘 픽업해 주시고, 

삼시 세끼를 챙겨주시고, 

울 엄마는 물리적으로 나에게 할애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아이는 혼자서도 잘한다.

고작  중 2이면서.

놀랍다.

혼자서도 잘 해내는 것이 섭섭하지는 않다. 

대견하다.

엄마 껌딱지 둘째 아들이 늘 곁에 있어서 되려 고맙다.


하지만, 독립적으로 자라고 있는 첫째 신기하면서

너무 독립적으로 키우는 건 아닌가 살짝 걱정된다.




-----------------------

(집밥을 모르는 중2)


나의 퇴근 시간은 6시, 

집에 오면 7시가 된다.

첫째는 4월 말에 음 보는 중간고사라

한 달간 월수금은 아서 저녁을 먹고

8시 내신학원을 다녀온다.

  - 신학원 : 대치동 영어 학원을 홀딩시키고 학교시험을 위해 중간고사 한 달 전부터 동네다니는 학원 -


배민시켜달라고 하는 날도 있지만,

전화가 없는 날은 무얼 먹고 갔나 싶어

부엌을 보면 

여지없이 

컵라면이나 끓인 라면 냄비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참깨라면

불닭볶음면

왕뚜껑

김치라면 참으로 다양하다.


동에 할머니가 사셔서 할머니가 챙겨주는 밥 먹으라고 해도 혼자 먹는 것이 편하단다. 

차마, 저희 집에 오셔서 첫째 밥 좀 챙겨주세요.라고는 못하겠다.

처음에는 첫째 밥은 먹었니? 물어보시더니

이제는 아예 묻지도 않으신다.

어머니 왈

"이제 내가 하는 것을 먹지도 않고,

첫째가 원하는 음식은 내가 할 줄을 모르니

네가 좀 챙겨줘라.

와서 밥을 먹고 가라고 해도 알아서 먹는다고 하니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라고 하신다.

무슨 말인지 알기에,

"네,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친정엄마는 귀한 손자 배를 곯린다고 챙기라고 한다. 안 그래도 아기였을 때

엄마가 키워주셔서 180cm까지 키워놓은 거라 감사드린다.

(키부심이 있다.)


학원이 끝나

10시에 집에 오면 

의 배꼽시계는 반드시 울린다.

라면으로 때운 것을 알기에 뭐든 챙겨준다.

음식을 하지도 못하고,

음식을 하는 재미도 못 느끼고,

결정적인 것은

아이들이 엄마가 한 음식은 맛이 없다

안 먹는다고 부하니,

나도 뭐~ 굳이 힘겹게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

하다 보면 는다고 하지만 난 자신이 없다.

거부한다고 상처를 받기보다는 

쿠팡서 시켜주던

밀키트를 만들서 주던

반찬가게에서 사둔 것을 꺼내던

뭐든 먹게 해 주는 것이 답이라 생각한다.

라면뿐 아니라 뭐든 잘 먹어서 이쁘다.


물론 미안하기도 하다.

집밥이란 개념을 울아이들은 모를 것이기 때문에.




-----------------------

(귀에는 늘 에어팟, 중2의 귀)


에어팟을 듣던 안 듣던 귀엔 항상 담겨있다.

주로 음악을 듣는다.

식사 중에 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늘 대화를 한다.

에어팟을 낀 채로 대화를 한다.

MZ세대서 세대론을 떠나서 그의 행동에 문제를 제기할 의향은 없다.

그냥 문화라 생각한다.

귀에 무엇을 꼽았다고 한들 나에게 집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 때문이다.


아이들 기준에서는 새로운 문화라고

어른들이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 안 되는 것은 맞다.

전통적으로 밥상머리 문화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나와 있을 때는 우선 용인할 생각이.

다만, 다른 어른들이 있을 때는 자제해야겠지?고 얘기해 주었다.

집중을 안 한다고 느끼실 수도 있어. 아들아!


무엇인가 결정하는 것에 내 의견이 매우 중요하겠지만

아이가 알아야 할 것은 제대로 알려주는 건 맞다고 본다.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엔 많은 차이가 있기에.


그래서 대화가 필요하다.



어찌 되었던,

나와는 다른 독립적인 아들아!

고맙다.

















작가의 이전글 94. 초4 아들이 팬티를 입지 않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