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아들의 치밀함에 놀라다, 바퀴벌레

직장맘상담소(육아 편)

by 남세스

(2020년, 느 무더운 7월)


일상처럼 전기건조기에서 물 빼기 작업을 위해 물통을 꺼내던 찰나였다..

이 세상

제일 싫어하는 바퀴벌레가

물통 속에서 튀어나왔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지르며 베란다에서 바퀴벌레가 물통에서 나에게 튀어나온 것처럼

재빠르게 아주 재빠르게 베란다를 도망쳤다.


신랑이 없었기에.. "아들아~ 살려줘.. 바퀴벌레가 있어"

엉엉 흐흐흐 거리며 소리를 치며 무서움을 표현했다.


너무 싫었다.


닭살이 돋아날 정도로 무서웠다.


늘 나의 벌레 무서워하기에 동참하던 아들은..

웬일로 멋지게 자기가 잡겠다고 하며 동영상을 켰다.

그 바퀴벌레를 찍는게 아니라

도망 다니는 나를 찍기 위함이었다.


여기서 의심 포인트 1.

왜 자꾸 나를 찍지? 하긴 이 녀석들은 내가 놀래는걸 누구보다 좋아하지 뭐 그럴 수 있어.

의심을 했어야 했다.


휴지를 몇 개 빼들고 가서 바퀴벌레를 잡아서

나에게 위협을 하길래

(아빠가 내가 벌레 무서워하는 것을 알고 늘~

휴지로 잡아서 내 앞에 들이밀어 겁을 주곤 했다.

그러면 나는 도망 다니기 바빴다.)


이놈의 아들이 그것을 그대로 배웠다.

손에 들면서 위협을 하길래 들고 있던 청소기로 방어를 했다.

몇 분이 몇 시간 같았는데,

아들이 변기에 바퀴벌레를 버리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여기서 의심 포인트 2.

변기에 넣고 사진 찍어.. 알았지? 근데, 사진을 못 찍었단다. 왜? 왜? 휴지 때문에 가려져서 더러워서 못 만지겠어. 아.. 그렇구나.

또, 의심을 했어야 했다.


난 생각했다.

"이사온지 5년인데 바퀴벌레를 본 적이 없는데, 대체 어디서 나온 거지? 정기적으로 소독을 하고 있는데" 미치겠다.

또 나오면 생각해보자 하면서 한 달이 지났다.


(8월의 한가한 주말 오후)


이번에는 세탁기를 돌리기 위해 옷을 넣기 시작했다.

웬일

그 비슷한 엄지손가락 크기의 바퀴벌레가 세탁기 옆에 딱.. 거기 또 있었다.


신랑이 있었으나, 난 아들을 불렀다.

잘 잡으니까. 이번에도 부탁을 할 의향이었다.


여지없이

바퀴벌레를 잡아 이번에는 다리를 보이게 내 눈앞에서 위협을 해댄다.

어찌 되었던 난 내가 잡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이번엔 방석으로 그 위협을 방어했다.

이번에도 아들은

동영상을 찍고 계시다. 나를!!


여기서 의심 포인트 3.

이상하다 저렇게 큰 벌레를 어떻게 저렇게 잘 잡지?

아닌데 작은 벌레가 보여도 나와 같이 기겁을 하며 도망 다니는 녀석인데..

세 번째, 의심을 했어야 했다.


이상하다. 왜 자꾸 바퀴벌레가 출몰하지..

오래된 아파트도 아니고,

아! 이를 어쩌면 좋지..

소독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라며 좀 이상하다 싶었으나 벌레가 나왔는데 어쩌나 싶어서 "세스코"를 부를까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9월 1일.. )


오늘따라 아들방 책상 서랍이 그렇게 치우고 싶다.

쓰레기통 같은 서랍에서 쓰레기를 골라 버리고 있는데, 그놈의 그놈의 바퀴벌레가 있다.

아.. 이제 방까지 들어오는구나..

이제는 심각하다.

소리치는 만이 능사는 아니다.

해결을 해야 한다.


경계태세에 돌입하려는 순간, 이상하다 이상하다..


웬일이니 바퀴벌레 모형이다.



나는 아들의 2개월간 계획한 엄마 놀리기 프로젝트에 완전히 당하고 말았다.


나는 아들의 치밀함에 놀라고 말았다.


아.....

너무 웃기다.


준비하면서 히죽히죽 웃었을

울 아들이 떠오른다.


아직도 소스라치게 놀라서 도망가던 내가

찍힌 첫 번째 동영상이 눈에 선하다.

그걸 보면서 엄청 즐거워하는

두 아들놈들이 새록 떠오른다.


이 사건으로 또!!

며칠 우리들의 대화는 무르익겠구나 싶다.

ㅎㅎㅎㅎㅎ

신나서들 얘기하겠지..


근데, 난 왜 이렇게 재미있을까?


남자아이들은 진짜..

왜 그런 건지 몰겠다.


나도 남자 셋과 살다 보니,

남자아이가 되어 가는 거 같다..

육탄전을 하는 게 일상이 됐고,

저런 장난에 당하는 친구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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