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맘 상담소(나 편)

22. 따라주지 않는 체력, 이제 머리가 문제가 아니다.

by 남세스

입사하고 몇 년간은

나이 든 선배들이


"남둥씨 컴퓨터 이거 왜 안돼?"


"PPT가 안돼 도와줘"


"엑셀 남둥 이거 쉽게 하는 법 좀 알려주라"

(엑셀을 너무 잘해 어느 순간 붙여진 별명, 엑셀 남둥! 그분은 아직도 날 보면 엑셀 남둥이라 부른다.. ㅋ 물론 지금은 엑셀 기본도 힘들다.)


하~ 진짜!

'이 바보들'

왜 그걸 못해

머리 쓸 것도 없이

'딱' 이렇게 '팍' 하면 되는데

아이고!!!

회사 저렇게 오래 다니면 뭐하나

이렇게 쉬운 일도 못하는데..

라며 멍청이 취급을 했다.


(20년이 지나고 난 후)


나 = 멍청이 가 되고 말았다.


아니, 무슨 메일 하나 확인하고 자료 다운로드하는데 클릭하고 보내고 또 클릭하고 저장하고, 복잡하고 어렵냐?


"○○씨 메일로 내가 내 메일 전달했어

좀 다운로드해줘"

내가 이러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선배님들 죄송합니다.

제가 경거망동을 하였습니다.


나이가 드니,

체력이 떨어지고

체력이 떨어지니

머리가 안 돌아가고

머리가 안 돌아가니

효율이 떨어지고


나는 점점

나사 하나가 빠진 고물이 되어간다.



조직이라는 고물상에

나사 빠진 고물이 되어가는 중이다.

단지, 나사가 빠지는 속도가 더딜 뿐이다.

조만간

하나하나

빠지다가

너덜너덜

후드득 땅으로 하나하나 떨어져 분리되겠지?


그럼, 조직이라는 고물상은

나를 버리는 거다.

가차 없이.


어제 있던 인사에서 올해 말 퇴직해야 할 3명의 팀장을

퇴사 후 재취업용으로 만든 보직으로 날려버렸다.

좌천?

6개월이나 남았는데

어떤 언질도 없이

인사가 나버렸다.


고물이 되어버렸으니

신물을 취하기 위해 내다 버려야겠지?


겉으로 보기에 나는 아직 신물로 보이겠지만

나의 속엔 빠지기 시작한 나사들이 수두룩해질 거다.


이젠,

머리가 아니라

체력이 고갈되어

스스로가 나자빠진다.


그래서,

운동과 정신수양으로

나사를 조이고

새로운 나사를 박아서

버텨낼

나를 만들 때인 거 같다.


나이가 들면

"운동을 해라."

라고 하는 이유를

깨닫기 시작했다.


역시

그 나이가 되어 봐야

아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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