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성장단계와 시간의 축으로 본 구조변화

조직성장단계별로 구조가 달라야 성장하고 진화한다.

by Serena

"요즘 회사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아."

"회사는 좋아졌는데, 왜 우리 상황은 더 안좋아진 것 같지?"


조직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주 들리는 말들이다.

회사는 커졌고, 매출도 늘었다.

그런데 이럴 때 종종 사람들은 '예전의 그 좋은 문화가 다 사라진 것 같다.'라고 느낀다.

처음 함께했던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고,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어딘가 낯설다.

회의는 많아지고, 절차는 복잡해졌다.

예전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제안하고 움직였는데, 이젠 뭔가를 하려면 보고와 결재가 필요하다.

좋은 문화는 다 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


"회사는 성장했지만, 우리는 오히려 퇴보한 것 같아요."

"좋은 사람들은 다 나가고, 분위기도 식었어요."

"예전엔 가족 같은 분위기였는데, 너무 냉소적이고 차가워요"

이 말의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조직이 성장하면서, 그때의 리듬과 질서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그 변화가 맞지 않는 사람도 있고, 그 안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아 적응하는 사람도 있다.

회사가 변했다는 건,

그만큼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조직의 성장은 두 가지 축으로 일어난다


흔히 성장을 '규모의 문제'로 바라본다.

30명에서 100명으로, 100억에서 500억으로. 이런 변화는 눈에 잘 보인다.

이것은 양적 성장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함께 성장해야 하는 또 다른 축이 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바로 질적 성장이다.


의사결정이 정교해지고, 역할이 명확해지고, 협업 방식이 성숙해지는 변화.

이건 숫자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조직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꼭 필요한 성장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직에서 이 두 축은 동시에 함께 자라기 어렵다.

외형은 커졌지만 내부의 작동 구조는 여전히 '30명일 때 방식'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점점 회의는 많아지고, 회의시간은 길어지며,

보고가 늘어나고, 의사결정은 느려진다.

누구 잘못도 아닌데, 조직이 묘하게 불편해진다.

"이상하다, 회사는 커지고 좋아졌는데, 왜 조직은 더 안 좋아진 거 같지?"

마치 몸집은 커졌는데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과 같다.

조직의 규모는 변했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라 어딘가 끼고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조직을 이렇게 두 축으로 볼 때, 한 가지 더 필요한 시선이 있다.

바로 시간의 축이다.

조직은 지금 이 순간의 단면만으로 읽히지 않는다. 어떤 구조가 언제 생겼고, 그것이 지금 어떻게 작동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압력을 받게 될 것인가. 이 흐름을 함께 보아야 비로소 지금 조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설명된다.

이 책에서 조직을 성장단계로 나누어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의 구조가 왜 이렇게 생겼는지, 그리고 다음에는 무엇이 흔들릴 것인지를 시간의 흐름 위에 놓고 읽기 위해서다.


회사는 커지는데, 우리는 퇴보하는 것 같다


"예전에 일 잘했던 멤버들은 다 어디 갔지?"

"요즘 들어오는 사람들은 우리랑 안 맞는 것 같아."

"좋은 사람들은 다 나가고, 역량 있는 인재들도 떠났어."


조직이 성장하거나 변화가 있을 때 가장 많이 들리는 말들이다.

회사의 외형은 분명 커졌는데, 정작 안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는 오히려 퇴보한 것 같다"라고 느낀다.

이런 반응 역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맞는 부분은, 실제로 사람들이 떠난다는 것이다.

조직이 성장하면서 그 변화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 이탈하기 마련이다.

초기 멤버 중 일부는 체계화된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새로 들어온 사람들 중 일부는 기대했던 자유로움이 없다며 실망하기도 한다.


틀린 부분은, 그것이 '퇴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조직의 각 성장 단계마다 필요한 사람의 유형이 다르다.

초기에 꼭 필요했던 역량이 다음 단계에서는 덜 중요해질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30명 조직에 최적화된 사람과 300명 조직에 필요한 사람은 다르다.

그건 누가 더 나은 사람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단계와 개인의 적합성(fit)의 문제다.

그래서 "좋은 사람들이 다 떠났다"는 말보다 정확한 표현은 이것이다.

"지금 단계에 맞는 사람들로 조직이 재구성되고 있다."

초심을 잃은 게 아니라, 새로운 질서를 배우는 중이다


조직이 커질 때 찾아오는 불편함.

의사결정이 느려지고, 사람 간의 거리감이 생기고, 일이 복잡해지는 현상.

우리는 흔히 이런 시기를 '좋았던 조직문화가 안 좋아졌다'라고 느끼지만,

사실 그것은 조직이 다음 단계로 건너가기 위해 새로운 질서를 배우는 과정이다.


초기에 통했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때,

조직은 스스로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려 한다.

단지, 그 과정이 낯설고 불편할 뿐이다.


이 시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 조직이 잘못된 것 같다"는 인식이 생기고,

리더는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러나 그건 과거의 방식으로 미래의 일을 하려는 것과 같다.

더 나은 성과는 나올 수 없고, 조직은 과거에 머물게 된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지금의 혼란을 '성장의 한 과정'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조직은 한 단계 더 깊고 단단해진다. 그리고 그 단계마다, 문화가 요구하는 것도 달라진다.



성장 단계마다 요구되는 문화가 다르다


조직이 커진다는 건 단순히 인원이 늘어나는 게 아니다. 핵심 과제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요구되는 문화의 형태도 달라진다.

창업 초기에는 빠른 실행과 유연한 대응이 생명이다. 누가 뭘 맡았는지 따지기보다 "일단 해보자"가 통하는 시기. 자유롭고 경계 없는 문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성장기에 접어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누가 무엇을 결정하는지, 어떤 절차를 거치는지가 명확해야 혼란 없이 커질 수 있다. '체계'가 문화를 대신해 안정감을 만들어주는 단계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러니가 생긴다. 창업 초기를 성공으로 이끈 '자유'는 성장기에는 '혼란'이 되고, 성장기를 견인한 '체계'는 그다음 단계에서는 '경직'으로 느껴진다. 어제의 성장 동력이 오늘의 제약이 되는 것이다.

이 발목 잡히는 느낌, 우리는 이것을 '성장통'이라고 부른다.



문화도 전략처럼 설계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성장통은 어떻게 다뤄야 할까.

많은 리더들이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좋은 문화'란 무엇인가.

지금 조직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현재 성장단계에 맞는 문화. 그것이 지금 필요한 문화다.

문화는 고정된 게 아니라 단계에 따라 진화하는 시스템과 같다. 좋은 문화는 '분위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 조직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래서 문화는 전략처럼 다뤄야 한다. 지금의 단계를 진단하고, 그 단계에 맞는 문화의 형태를 의식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비로소 '우리 조직이 어디쯤 와 있는가'를 보게 된다.



성장단계를 이해해야 진짜 성장통이 보인다


"우리 조직만 이런가?"

아니다.

대부분의 조직이 이 길을 지난다.

단지, 지금 우리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모를 뿐이다.


성장단계를 이해하면, 지금 겪는 것이 성장통인지 진짜 문제인지를 구분할 수 있다.

"사람들이 떠나고 분위기가 식었다"고 느낄 때, 그것이 퇴보인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자연스러운 변화인지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다음 단계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미리 볼 수 있다. 위기가 닥치고 나서 부랴부랴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구조를 먼저 설계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의 혼란을 '이상한 일'이 아니라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것만으로도 조직 안의 불필요한 불안과 비난이 줄어든다.


성장단계는 계단이 아니다.

많은 조직 이론이 성장을 선형으로 전제한다. 1단계를 지나면 2단계, 2단계를 지나면 3단계. 하지만 현실의 조직은 그렇게 단정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한 조직 안에서도 부서마다, 기능마다, 사업마다 서로 다른 단계가 동시에 공존하는 경우가 많다. 본사는 4단계처럼 움직이는데 신사업팀은 1단계처럼 돌아가고 있다. 외형은 성장기지만 내부 의사결정 구조는 여전히 창업 초기 방식 그대로인 조직도 있다. 시장 충격이나 리더십 교체 이후, 이전 단계의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일도 실제로 자주 일어난다.

그래서 이 책의 각 단계는 "당신의 조직이 지금 여기 있다"고 확정 짓는 좌표가 아니다. 지금 우리 조직에서 어떤 단계의 특징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지를 찾는 데 쓰는 것이다.

그걸 알면, 지금 조직에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이 보인다. 지금 보이는 현상이 왜 생겼는지, 다음에는 무엇이 흔들릴 것인지가 보인다. 정답을 주는 도구가 아니라, 지금 우리 조직의 맥락을 읽는 도구로 쓰는 것이다.

성장단계를 판단할 때 어떤 현상이 더 자주, 더 많이 나타나는가를 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은 조직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다. 좋았던 문화가 식은 게 아니라, 새로운 구조를 배우면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 그 단계들을 하나씩 들여다볼 것이다. 각 단계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어떤 순간에 위기가 오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위 글의 참조 및 참고자료

Greiner, L. E. (1972). "Evolution and Revolution as Organizations Grow." Harvard Business Review.

Greiner, L. E. (1998). "Evolution and Revolution as Organizations Grow." Harvard Business Review (Revised).


[참고] 조직성장단계를 5단계로 보는 이유


위에서 말한 '시간의 축으로 보는 성장단계'의 이론적 근거는 그라이너(Larry E. Greiner) 모델이다.

그라이너 모델이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널리 인용되는 이유가 있다.

그는 조직의 성장을 외부 환경이나 시장 상황의 결과로만 보지 않았다. 조직 내부에서 벌어지는 진화의 메커니즘, 즉 구조가 문화를 만들고 구조의 변화가 위기를 촉발한다는 원리를 섬세하게 포착했다. 시대와 산업을 넘어 지금도 유용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 책에서는 그라이너 모델의 뼈대를 따르되, 한국 조직의 빠른 성장 속도와 재벌 중심의 구조적 특성, 그리고 최근 테크 기업들이 겪는 독특한 성장 패턴을 고려해 각 단계의 특징과 전환 시점을 일부 다르게 해석했다.

조직성장단계별 정의와 구체적인 특성은 이어지는 챕터에서 차례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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