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진입기: 2단계 ② 리더십을 위한 설계

위임을 준비하는 토대, 그리고 리더십으로 성장하는 설계

by Serena

"The best managers figure out how to get great outcomes by setting the appropriate context, rather than by trying to control their people."

(최고의 관리자는 사람을 통제하려 하기보다, 적절한 맥락을 설정함으로써 훌륭한 결과를 얻어낸다.)
— Reed Hastings, Netflix 공동창업자 겸 전 CEO



넷플릭스를 창업하고 20년 넘게 CEO로 이끌었던 리드 헤이스팅스가 이 말을 했을 때,

넷플릭스는 이미 수천 명 규모의 조직이었다.

하지만 이 원칙이 실제로 만들어진 시기는 훨씬 이전이었다.


앞에서 조직이 1단계를 지나 2단계로 전환되었을 때,

당시에 조직에서는 어떤 니즈가 있는지,

그리고 그때에는 인지하지 못했거나 미쳐 준비하지 않고 지나친 뭔가로 인해,

이후에 어떤 파고가 올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여기서 '인지하지 못했거나' '준비하지 않고 지나친 뭔가'라는 것은,

"직접 리더십"에서 "간접 리더십"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는 방식에서 "시스템과 원칙"으로 관리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말하는 것이다.


이를 넷플릭스의 헤이스팅스의 말로 표현해 보면,

"조직이 150~200명을 넘어가는 순간은
'통제(control)'에서 '맥락(context)'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다"


'통제'는 모든 것을 직접 지시하고 확인하는 것이고, '맥락'은 원칙과 구조를 만들어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50만 원 지출에 대해 "대표가 직접 승인"하는 것이 통제였다면,
"50만 원까지는 팀장 권한, 단 이 원칙을 따를 것"이 맥락이다.


조직이 작을 때는 통제가 가능했다. 아니, 그게 더 효율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원이 늘어나고 조직의 단계가 커지는 2단계부터는?

맥락을 만들어야 일의 흐름과 의사결정이 막히지 않고 진행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조직성장 2단계의 모습이다.


2단계가 리더십에 의해 조직의 존폐가 결정되는 이유


그렇다면 왜 조직성장 2단계가

조직성장의 전체 사이클에서 유일하게 리더십에 의해 조직의 존폐가 결정되는 시기라고 하는 걸까?


1단계에서는 모든 의사결정을 창업자가 처리해도 가능한 규모였다.
창업자가 곧 의사결정이었고, 창업자가 곧 조직이었다.


하지만 2단계부터는 달라진다.

리더들이 이제 창업자 혹은 대표로부터 위임받은 의사결정과 판단을 내린다.
그 리더들의 판단에 따라 조직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리더들의 리더십이 조직의 성과와 의사결정,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가 조직의 성장을 결정한다.


즉, 이 시기에 형성되는 그 조직의 리더십에 대한 관점이나 철학이나 방식이,

향후 조직 내 리더십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는 그 시작점이 된다는 것이다.


창업자의 개인 리더십이 조직 전체였던 1단계와 달리,
2단계는 처음으로 복수의 개인들이 "리더" 역할로서,

조직 곳곳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게 된다.

그리고 처음으로 위임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이때 조직이 리더를 어떤 존재로 설계하느냐가 이후 조직문화를 좌우한다.
그리고 그 설계는 개인의 성향에 따른 의존이 아닌,
조직이 의도한 구조에 의해 발휘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판단을 장려하는 구조를 만들면 리더들은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한다.
승인을 중심으로 설계하면 리더는 허락을 기다리며 움직이게 된다.


2단계에서의 구조 설계


이전 글(①리더십 전환이 곧 조직의 존폐)에서 왜 토대가 필요한지를 실제 상황으로 살펴봤다. 이제는 어떻게 그 토대를 설계하는가로 넘어간다.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구조, 제도,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의도한 구조가 갖춰지고 그 안에서 리더십이 작동할 때, 조직은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


2단계 구조 설계의 세 가지 원리

2단계 구조 설계의 방향은 '통제'가 아니라 '맥락'을 만드는 일이다. 리더들이 스스로 판단하되, 조직 전체의 방향과 일관된 기준 안에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

이를 위해 구조 설계에는 다음 세 가지 원리가 반영되어야 한다.


첫째, 판단하는 리더를 키우는 구조

둘째, 사람 의존이 아닌 시스템으로 흐르는 구조

셋째,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구조


첫째, 판단하는 리더를 키우는 구조


위임의 본질은 무엇인가?

"토대 없는 위임은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위임이란 정확히 무엇을 주는 것인가?

권한? 책임? 자율?

이 모든 것의 핵심은 바로, 판단을 넘기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
그것이 위임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위임하기 위해 어떤 조건이나 준비가 필요할까?
판단 능력을 키우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될 수 있겠다.

단, 여기에는 역설이 있는데, 시스템이 많을수록 사람들은 시스템에 의존하며 판단에서 멀어진다는 것이다.

리더가 모든 것을 결정하면 중간 리더는 모방만 하고, 점차 판단을 하지 않게 된다.

규정이 행동 하나하나를 세분화하여 정해 놓게 되면,

"규정에 없는 것은 할 수 없어"가 돼버린다.

대표가 세부적인 것까지 하나하나 결정하고 간섭하면,

"대표님께 여쭤봐야지." 하면서 눈치를 보게 되고, 그전에 일이 진행되기 어렵다.

규정이 적절히 있고, 소위 대표가 적절히 일을 내려놓아야,

"이 상황에서 무엇이 옳은 판단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과도한 시스템도, 과도한 통제도 판단 근육을 퇴화시킨다.

조직이 성장하고 규모가 커질수록 리더들은 매일 새로운 상황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규정에 없는 상황, 선례 없는 문제, 대표가 경험하지 못한 영역.

이런 상황에 필요한 것은 규정도 대표의 지시도 아닌,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다.


구조를 늘리기 보다는, 판단 기준을 넓힌다

불필요한 규정이나 과도한 승인 프로세스는 만들지 않는다.
만들 때는 가장 단순한 형태로 만든다.


10페이지짜리 규정보다 한 문장의 원칙이 낫다.

5단계 승인보다 명확한 기준 하나가 낫다.


그리고 그것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해야 한다.

"이것이 있어야 리더들이 더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칙 하나가 규정 47페이지보다 낫다

규정이 복잡해지고 행동을 세세히 분류할 때의 진짜 문제는,

판단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회사의 윤리 규정, 47페이지.
뇌물 금지부터 회식 문화, SNS 사용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하자.

리더들이 이걸 보고 판단할 수 있을까?

47페이지에 적혀있는 항목을 모두 기억해서 따져가며 의사결정할 리더는 없을 것이다.


결국 그들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모든 결정을 위로 올리거나, 규정을 무시하고 감으로 판단하는 것.


단순한 원칙의 힘은 무엇인가?
"이 판단이 원칙에 부합하는가?",

"이 행동의 과정과 결과가 회사의 원칙을 준수하는 것인가?"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을 때, 리더는 자율적으로 판단하기 시작한다.


원칙은 통제가 아니라 자유를 만든다 — 구글의 사례

원칙의 힘을 실제로 보여준 사례가 있다.

2001년,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투자자들로부터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전문 경영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구글다움을 잃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에릭 슈미트를 CEO로 영입할 때 내건 조건은 하나였다. '관리 전문성은 제공하되, 기업 문화는 바꾸지 마라.'

3년 후인 2004년,

IPO를 앞두고 그들은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창업자 서한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전통적인 상장 기업 구조는 우리의 독립성과 혁신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구글은 전통적인 기업이 아니며, 앞으로도 그렇게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2005년, 에릭 슈미트는 구글의 자원 배분 원칙을 공개했다.

세르게이 브린이 제안한 '70/20/10 룰'이었다.

70%: 핵심 사업 (검색과 광고)
20%: 관련 프로젝트 (Google News, Google Earth)
10%: 완전히 새로운 시도

이 원칙은 단순한 자원 배분의 의미가 아니며,

"전통적 관리 체계 속에서도 구글이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구글의 모든 직원들은

핵심 업무를 수행하면서도(70%),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고(20%),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미래를 실험할(10%) 수 있는 구조적 자율성을 얻었다.

Gmail, Google News, AdSense.... 이 모든 혁신이 "20% 시간"에서 탄생했다.

누군가의 지시가 아니라, 원칙이 허용한 자율성에서 나온 것들이다.


구글의 사례를 통해 다음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규모가 커지고 관리 체계가 필요할 때, 원칙은 통제가 아니라 자유를 만든다.

리더들의 운신의 폭을 넓혀준다.


둘째, 사람 의존이 아닌 시스템으로 흐르는 구조

이 시기는 '누구를 믿을 것인가'에서 '무엇을 믿을 것인가'로 전환되는 시기다.

특정 사람의 판단을 신뢰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고, 조직이 커질수록 그 편차가 구성원 전체의 피로로 쌓인다.


같은 50만 원 지출이라도 어떤 팀장은 즉시 승인하고, 어떤 팀장은 일주일 동안 질문한다.
명확한 기준이 없어, "합리적이면 된다"는 말만 있고,

무엇이 합리적인지는 각 팀장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면....?


"A팀장한테는 이렇게 말해야 하고, B본부장한테는 저렇게 보고해야 해."

결국 구성원들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움직이게 되고, 상황마다 달라지는 판단 기준으로 인한 불필요한 피로가 쌓인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있듯이,

원칙과 규칙이 없으면 점차적으로

사람들은 불편한 것보다는 편리한 것을,

과정을 거치기보다는 편법이라도 빠르게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조직은 위임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다시 통제로 돌아간다.



시스템의 본질은 예측 가능성

A라는 상황에서 B라는 조건이면 C라는 결과가 나온다.

누가 판단하든, 언제 판단하든 같은 결과.

그 기준이 있으면 사람이 바뀌어도 판단은 일관성을 갖게 되고, 일관된 판단이 쌓이면 예측 가능성이 생기며, 예측 가능성이 생기면 비로소 위임이 가능해진다.

이것이 위임을 하면서 리더십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혹시, 특정 리더가 있어야만 조직이 돌아가는가?
아니면 원칙과 시스템이 있어서 리더가 바뀌어도 조직이 일관되게 작동하는가?


암묵지를 시스템으로 — Stripe의 사례

그렇다면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맥락으로 소위 "아는 사람만 아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앞서 벤처회사를 다닐 때였다.

벤처회사로 시작해서 이미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규모를 이루고 있었고,

다양한 관리시스템이 아주 잘 설계된 조직이었다.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해가 되지 않는 프로세스를 경험했었는데,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려는데 필요한 가격 적정성 검토를 "000 부장님"께 여쭤보라는 것.

구매부서도 아니고, 재무부서도 아니고... 심지어 IT부서도 아니었다.

그분은 창립 초창기부터 늘 가격 적정성을 검토해 온 개인이었을 뿐이고,

담당업무는 대외협력이었다.


"왜 그분이 검토를 하나요?"라고 물었을 때,

"원래, 가격 검토에 관심이 많으셔서 예전부터 그분이 했었어요"라는 답변을 들었다.

.....


2014년, 클레어 존슨이 구글에서의 10년을 보낸 후,

Stripe에 COO로 합류했을 때 회사의 인원은 약 160명 규모였다.
1년 후에는 350명. 또 1년 후에는 750명으로 급속히 증가하는 성장세 속에 있었다.

바로 이 책에서 다루는 2단계 한가운데에 있었던 것.


처음 합류 후에 그녀가 마주한 도전 중 하나는 '새로 합류한 사람들이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였고,

실제로 당시의 Stripe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있었다고 한다.


창업자들과 초기 멤버들은 암묵적으로 일하고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판단하지." "우리는 이런 식으로 일하잖아."라는 말들로

업무가 보이지 않는 흐름 속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매달 수십 명씩 합류하는 상황에서 그 암묵지는 전달되기 쉽지 않았고,

새로 입사한 사람들은 매번 물어봐야 했고,

기존에 있는 구성원들은 같은 질문에 반복해서 답해야 했다.


예를 들어,

한 신입 엔지니어가 프로젝트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해 일주일을 보낸 뒤,

결국 리더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눈 뒤에야 회사의 방침을 알게 되었다.

"이 기능이 정말 중요한 건지, 아니면 다른 작업을 먼저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는 항상 사용자 먼저야."

하지만 그 말은 그 신입에게만 전달되고,

다음 주에 합류한 또 다른 신입은 똑같은 고민과 질문을 해야만 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나온 결론이 '판단의 기준을 문서화하자'였고,

그 결과 "Operating Principles"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있는 원칙은, 단순하지만 누구나 알 수 있는 명확한 원칙이었지만,

매일의 판단. 우선순위. 프로젝트 조율 과정에서 실제로 던질 수 있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Stripe의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었다.

"Users first" - 모든 판단은 사용자에서 시작한다.
"Move with urgency and focus" - 속도와 집중으로 움직인다.
"Think rigorously" - 엄격하게 사고한다.

예컨대 신규 기능을 개발할 때,

“이게 정말 Users first인가?”라는 질문 하나로 우선순위가 정해지고,

프로젝트 일정을 조율할 때,

“Move with urgency”와 “Think rigorously” 사이의 균형을 리더들과 팀이 논의하는 출발점이 된다.

이런 질문이 실무자들부터 리더와 경영진까지의 의사결정의 출발점이 되었다.


Stripe은 이 원칙들을 채용, 성과평가, 프로젝트 회고 등 모든 과정에 녹였다.

신입 면접에서 지원자가 이 원칙에 따라 판단했는지를 평가했고,

프로젝트가 끝난 뒤 회고에서도 “우리가 원칙을 잘 지켰나?”를 점검했다.


그 결과,

특정 리더가 없어도 조직이 일관되게 판단하고 움직이게 되었다.

창업자가 모든 것을 보지 않아도 예측 가능한 결과가 나오는 시스템이 마련된 것이다.


구성원이 수십 명, 수백 명으로 늘어난 시점에서 '통제에서 맥락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조직은 판단하지 못하고 멈추게 된다. Stripe처럼 판단의 기준을 문서화하고 조직 시스템으로 녹여낼 때, 리더들은 스스로 의사결정하고 조직은 예측 가능한 흐름 속에서 움직인다.


셋째,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구조


조직성장 2단계는 처음으로 권한이 분산되는 시기이고, 창업자 혹은 대표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던 의사결정이 이제 여러 조직으로, 여러 리더가 나누어 갖게 된다.

이때 조직이 직면하는 가장 큰 위험은 권한이 분산되면서 견제가 사라지는 것이다.


누군가 잘못된 판단을 하더라도 제동이 걸리지 않게 되거나,

특정 리더가 자신의 영역에서 지나친 권한을 행사해도 막을 방법이 없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1단계에서는 창업자가 모든 것을 직접 보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잘못된 판단은 창업자가 바로 알아차리고 수정할 수 있었다.

창업자 스스로 자체적인 '견제 시스템'으로 작동한 것이다.


하지만 2단계에 와서 권한을 분산해서 위임하되,

그 권한을 상호 간 견제할 프로세스나 시스템이 함께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믿고 맡긴다" 혹은, "알아서 협력하고 의견을 나누겠지"라는 신뢰로 방치하는 것이고,

"자율적으로 판단하라"는 말 뒤에는 권한에 대한 책임을 묻는 구조를 누락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조직 전체가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은 원래 정치 시스템에서 나온 개념이다.

국가의 입법, 행정, 사법부가 서로를 견제하며 권력의 남용을 막는 것.


조직도 마찬가지다.

리더들이 판단할 자율성을 주면서도,

동시에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을 수 있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

판단과 견제의 균형이 필요하다.

자율만 주면 방만해지고, 견제만 하면 위축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균형을 만들 것인가?

먼저 견제와 통제를 구분해야 한다.

견제라는 이름으로 실제로는 통제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모든 지출에 대표 승인 필요 → 이건 통제다.
팀장이 채용하려 해도 대표가 최종 면접 → 이것도 통제다.
중요한 의사결정은 반드시 경영진 회의 통과 → 여전히 통제다.

통제는 판단권을 위로 거두는 것이고, 견제는 판단권은 그대로 두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는 장치다.

견제의 본질은 승인이 아니라 투명성과 책임이다.

견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조직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1)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추적이 가능해야 한다.

"왜 그렇게 결정했는가?"를 관련 대상자는 누구나 볼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어떤 기준으로 이 사람을 뽑았는가?"에서는 "어떤 기준"을,

"예산 지출을 왜 필요했는가?"에서는 " 왜 필요한가"를,

프로젝트 우선순위에서 "왜 A가 아니라 B를 선택했는가?"에서는 "선택 기준"을.

이런 과정이 문서화되고 공유되는 프로세스가 쌓이게 되면,

조직은 잘못된 판단을 하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


2) 다각적인 의견 수렴 구조

한 사람의 판단만으로 결정되지 않게 하는 것.

구글에서는 채용할 때 "Hiring Committee"라는 시스템이 있다.

면접관들의 평가를 모아 독립적인 위원회가 최종 판단 하는 프로세스이다.

채용 매니저가 "내 팀원은 내가 뽑는다"가 아니라,

"우리 조직에 맞는 사람인가"를 여러 시선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Stripe에서도 중요한 의사결정은 "의사결정 문서(Decision Document)"를 작성한다.

결정 배경, 고려한 옵션, 선택한 이유, 예상 리스크를 모두 적는다.

그리고 관련된 여러 팀이 코멘트하고 피드백할 수 있게 한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가정이나 놓친 리스크가 드러난다.

"이 부분은 고려했나요?"

"이 시나리오에서는 어떻게 되죠?"

이런 질문들이 의사결정의 품질을 높인다.

사실 이런 구조는 우리 주변에서도 이미 작동하고 있다. 일정 금액 이상의 지출은 재무 검토를 함께 거치거나, 승진·보상 결정은 직속 상사 외에 평가위원회의 검증을 받도록 하는 구조가 이에 해당한다. 하나의 판단이 전권이 되지 않도록, 서로 다른 시각에서 검토하는 장치를 두는 것이다.

Stripe의 '의사결정 문서'나 Google의 'Hiring Committee'가 그 역할을 하는 것처럼,

각 조직도 나름의 구조로 판단의 오류를 줄이고 시야를 넓히려는 장치를 운영한다.

중요한 것은 "누가 결정했는가"보다 "어떤 구조 속에서 결정되었는가"이다.


3) 결과에 대한 책임을 구조로 만든다

판단에는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책임은 "누가 잘못했는가"를 가리는 의미가 아니다.

리더가 내린 결정의 과정과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구조, 바로 그것이 책임이다.

리더는 자신이 내린 결정의 결과에 대해서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

프로젝트가 실패했다면 "누구 탓인가"가 아니라,

"어떤 판단이 잘못되었고, 다음엔 어떻게 다르게 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채용이 잘못되었다면 "누가 뽑았나"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신호를 잘못 읽었는가?"를 돌아보아야 한다.

이런 회고가 조직에서 구조로 익숙해지고 자리 잡게 되면,

리더는 더 신중하게 판단하고 조직은 스스로 자정작용을 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견제는 실패를 막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실패로부터 배우고, 회고하게 하는 장치인 것이다.

자율성과 책임, 투명성이 균형을 이룰 때 조직은 다음 단계로 성장한다


마무리하며

조직성장 2단계는 흔히 조직의 "성장통"의 시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람에 비유하면 마치 키가 클 때 느끼는 통증과 같다.


그리고 이 시기는 고통스럽다.

창업자는 더 이상 모든 것을 직접 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고,
리더들은 이전과 다른 역할에 익숙해져야 하며,

처음으로 개인기가 아닌 조직 안에의 구조와 시스템 안에서 소속감을 가지게 된다.

한마디로 조직이 처음으로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2단계는 단순히 "규모가 커지는 시기"가 아니다.
조직이 조직다워지는 시기의 시작점이다.


창업자 한 사람의 조직에서, 리더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조직으로.

통제의 조직에서, 맥락의 조직으로.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조직에서, 구조가 뒷받침하는 조직으로.


이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조직만이, 다음 단계로 성장해 가며 진화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전환의 핵심은, 사람이 아니라 구조를 설계하는 것에 있다. 2단계의 구조가 자리를 잡으면, 조직은 다음 질문 앞에 선다. 더 큰 성장을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위 글의 참조 및 참고자료

Greiner, L. E. (1972, 1998). "Evolution and Revolution as Organizations Grow." Harvard Business Review.

Hastings, R., & Meyer, E. (2020). No Rules Rules: Netflix and the Culture of Reinvention. Penguin Press.

Johnson, C. H. (2023). Scaling People: Tactics for Management and Company Building. Stripe Press. (한국어판: 클레어 휴즈 존슨, 『스케일링 피플』, 세종서적, 2024.)

Schmidt, E., & Rosenberg, J. (2014). How Google Works. Grand Central Publishing.

Dalio, R. (2017). Principles: Life and Work. Simon & Schuster.

Aguilera, R. V., & Ruiz Castillo, M. (2025). "Toward an Updated Corporate Governance Framework: Fundamentals, Disruptions, and Future Research." BRQ Business Research Quarterly, 28(2), 336–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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