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통화

by 익명의 에세이

"엄마. 엄마는 살면서 어떨 때 행복해?"


"엄마는 꼭 행복해야 한다고는 생각 안 해. 그냥 살만하면 돼."


내 의도와 다른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사실 나의 속셈은

첫 번째로, 엄마가 어떤 것에 행복해하는지 알아내서

엄마에게 어떤 선물을 해주고 싶었고,


두 번째로, 엄마와 많이 닮은 나이기 때문에

엄마의 행복을 따라해 행복해지고 싶었다.

나름대로의 알량한 계획이 틀어져

아무 말 못 하는 나에게 엄마는 말을 마저 이었다.


"살만한 건, 맛있다 느끼고. 여행 가면 멋지다 느끼고.

울 세끼들 무탈한 거 보면 감사하고

그런 것들이 살만한 거지."


나는 엄마의 깊은 마음은

다 이해하지도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살만하다 느끼다 보면 소소한 행복이 따라오나?"


"맞아. 그냥 일상이 편안한 것이 살만하고

그러면 그게 행복인 거 같아.

눈뜨면 햇살이 들어오는 것도 행복.

울 세끼들 아프지만 아느면 감사할 뿐이야…"


엄마가 말을 마치자마자

낡은 집에서 홀로 일어나 햇살을 쬐는 엄마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햇살'이지만,

누구에게나 '행복한 햇살'이 내리쬐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엄마가 좋아하는 포도를 한 송이 사고,

아들은 잘 지낸다는 소식을 들고 찾아뵈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면 엄마에게 따스한 햇살을 선물할 수 있겠다.


"응…엄마, 나중에 또 전화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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