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나의 매력을 알아본 그녀

어쩌다 미국에 살게 된 한국 남자 (ep. 1)

나는 매력적이지 않다.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크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자아가 완성된 십 대 어느 때부터 삼십 대가 된 후에도 한 번도 스스로를 매력적이라 생각한 적이 없다. 나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고, 스스로에 대한 내 의견은 더욱 뚜렷해졌을 뿐이다. 외적으로는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도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평범하고, 내적으로는 어떤 사람이든 나를 무난한 사람이라 평할 것이다 — 나름대로 성격에 특이한 점들이 있긴 해도 그건 남들이 볼 수 없는 내면 아주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산다.


이렇게 평범하고 무난한 나지만 그런대로 학창 시절부터 괜찮은 친구들이 곁에 있었고, 대학에 들어간 뒤에도 그럭저럭 주변에 사람들이 꽤 있었다. 사실은 내가 매력적인 사람이었거나 아니면 사람들은 아무 매력 없는 밋밋한 사람 하나쯤은 곁에 두길 원하는 것이거나, 둘 중 하나였겠지. 군 전역 후 복학한 뒤로 여자 친구도 사귀었다. 물론 그쪽에서 내가 좋다고 한 건 아니었고, 내가 열심히 따라다닌 결과였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 난 그런 특별한 무엇 없이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도 했다. 항상 나에게는 없는 무엇이라 생각했기에 없는 게 편했고 갖고 싶단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패션이나 헤어스타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인간관계에 관련된 서적 같은 것도 관심 밖이었다. 난 매력이 없는 만큼 자존감은 높았기 때문에 사는 데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서 매력을 발견한 사람이 나타난 건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반년쯤 됐을 때다. 그녀가 나에게서 발견한 매력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시시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처음 만나고 몇 개월 뒤 그녀가 고백하길, 그녀는 나를 처음 본 순간 그 매력을 느꼈고 자꾸만 나와 결혼하는 상상을 하게 됐다고... 나도 그 첫 만남을 기억하길, 그녀는 초면부터 어디가 불편한 듯 자꾸만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맞추길 피했다. 아마도 그 순간에 그녀는 나와 결혼하는 상상을 중단하길 무척이나 노력하고 있었겠지. 조금은 우스운 상황이긴 했다. 나는 영어를 배우러, 그녀는 한국어를 배우러, 언어교환을 위해 나갔던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아주 강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에 압도당했으니.


도대체 그녀가 알아본 내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얼마나 대단한 것이길래 만난 지 몇 개월 만에 내지른 내 청혼까지 받아준 걸까? 우리는 첫 만남 이전에 한두 달 정도 메신저로 대화를 나눴었다. 내가 가진 그 강렬한 매력이 내적인 것이라면 얼굴을 보기 전 그때 이미 그 끌림을 느꼈을 테다. 그렇다면 설마 내 외모가 그 매력이란 뜻인가? 그건 절대 아닐 텐데. 그녀가 우리의 첫 만남에 대해 고백했을 때 나는 되물었다. 대체 나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냐고. 그녀는 “그냥 다~”라고 답했다. 말 그대로 나란 사람 자체가 다 좋단 말이었다. 아마도 첫 만남 이전에 나눈 대화로 나를 알아가다가 마침내 만난 순간 나라는 실제 모습이 합쳐지며 드라마 같은 효과를 불러일으킨 게 아닐까, 나는 추측했다. 그 추측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 그 뒤로도 몇 번 같은 질문을 해봤지만, 그녀는 한결 같이 대답했다. “그냥 다~”.


지구 반대편에 살던 이 둘은 어른이 되어 만난다

나는 더 이상 그 질문을 묻지 않았다. 그냥 나의 모든 게 다 좋다는 사람이라니 당연히 함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모든 게 다 싫다고 해도 붙잡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그녀였다 — 지금도 그렇고. 그때 난 고작 스물여섯이었고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청혼을 앞두고도 나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도 나의 결혼 계획을 의논하지 않았다. 나에겐 이미 내려진 결정이었고 전혀 고민거리가 될 수 없었기 때문에 누구의 의견도 들을 필요가 없었다. 아니, 듣고 싶지 않았다. 결혼을 하느냐 마느냐, 판단의 문제가 아니었다. 단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나는 나도 모르는 내 매력을 알아봐 준 그녀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여름의 시작에 만난 우리는 같은 해 끝자락에 법적으로 부부가 됐다.


나는 여전히 내가 매력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삼십 대가 된 지금 갑자기 외모가 출중해졌을 리가 없고, 이십 대에도 쏟아붓지 않던 인간관계에 대한 노력을 이제 와서 어떻게 해볼 리도 없다.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 살을 깎아가며 더 빛나기 위해 애쓰는 보석이 있는가 하면, 별다른 가공 없이도 아름다운 원석이 있다. 보석이든 원석이든 그 아름다움을 알아봐 줄 딱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 나라는 사람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나는 스스로 매력이 없다고 느끼는 이 상태로 계속 살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