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곳을 보면서도 끝내 맞닿는 평행선의 기적
"아직 나를 사랑하기는 하는 거야?"
너는 참 쉬운 질문을 던진다.
내 안의 대답은 이미 임계치를 지난 밀도라
밖으로 나갈 입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
너는 그 0.1초의 정적을 이별의 좌표로 읽는다.
사랑에 어떤 소음이 더 필요할까.
곁에 머무는 이 침묵이 곧 증거인데
너는 자꾸만 음절로 환산된 확신을 요구하고
나는 네 목소리에 섞인 불안의 각도를 잰다.
우리는 한 점에 앉아 있지만
너는 스스로를 가둔 거울 속 소실점을 보고
나는 너를 통과해 먼 지평선의 외곽을 본다.
시선이 엇갈려 허공에서 마찰하는 소리.
참 이상한 일이지.
이렇게나 다른 위도에서 숨을 쉬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헛발질을 하는데도,
세상은 이 지독한 비대칭을 사랑이라 정의한다.
우리는 오늘도 그 기묘한 등식 속에서
서로를 놓지 못한 채 서 있다.
"응, 사랑해."
결국 내뱉은 흔한 말 한마디에
너의 세계가 안도하며 무너지는 것을 본다.
사랑은 설명되지 않는 교점의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