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행
기차 창가에 앉아 고개를 45도 앞쪽으로 꺾는다. 저 멀리서 풍경들이 나를 향해 돌진해 온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 그러니까 내 **‘미래’**를 억지로 마주하는 기분이다. 좀 벅차기도 하고, 가끔은 정면충돌할 것 같아 눈이 피로하다.
반대로 고개를 슬쩍 뒤로 돌려본다. 방금 스쳐 간 전봇대와 이름 모를 들판이 빛의 속도로 도망간다. 이건 빼도 박도 못 하는 **‘과거’**다. 이미 벌어진 일들을 안전하게 배웅하는 기분이라 마음은 편한데, 왠지 자꾸 미련이 남는다.
그런데 웃기는 건, 이 기차가 사실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복귀행이라는 거다.
아까 갈 때는 '설레는 미래'라고 믿으며 마중 나갔던 그 풍경이, 지금은 '구질구질한 과거'가 되어 뒤로 처박히고 있다. 결국 풍경은 그대로인데 내 고개 각도에 따라 미래가 됐다가 과거가 됐다가 하는 셈이다.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새로운 걸 보는 게 아니라, 똑같은 걸 어느 쪽으로 흘려보내느냐의 시력 싸움.
오늘 내 고개는 자꾸 뒤로 꺾인다.
아직 보낼 게 남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