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돌보다는 잔돌을, 파괴보다는 울림을

큰 돌(자극, 존재감) vs 잔돌(울림, 지속성)

by 무명초

사람들은 대개 커다란 돌 하나를 집어 들고 싶어 한다. 한 번의 투척으로 세상을 뒤흔들고,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대한 돌이 수면에 닿는 순간은 잠시의 굉음과 튀어 오르는 흙탕물뿐, 그 뒤에 남는 건 가라앉은 돌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정적이다.


나는 요즘 큰 돌을 던지는 대신, 주머니 속의 작은 잔돌들을 하나씩 꺼내어 던지는 연습을 한다.


잔돌은 화려하지 않다. 물보라를 일으키지도, 누군가의 시선을 단번에 앗아가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작은 돌이 수면에 닿는 순간, 물은 비로소 제 숨결을 드러낸다. 작고 정교한 원형의 물결. 그 울림은 옆으로, 또 그 옆으로 번져나가며 수면 전체를 조용히 흔들어 놓는다.


하나의 잔돌이 만든 원이 사라지기 전에 또 다른 잔돌을 던져본다. 원과 원이 만나 간섭을 일으키고, 그 교차점에서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기하학적 문양이 피어난다. 아, 물결의 미(美)는 파괴가 아니라 이 잔잔한 이어짐에 있었구나.


내 글도 그랬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머리통을 깨트리는 육중한 바위가 아니라, 가슴 한복판에 툭 떨어져 동그랗고 이쁜 원형의 울림을 남기는 잔돌이었으면 좋겠다. 한 번 읽고 '와!' 하고 잊히는 드립이 아니라, 자려고 누웠을 때 머릿속에서 잔잔하게 번져나가는 그런 파동 말이다.


물론, 나는 여전히 서툴다. 조심스럽게 던진다고 던진 잔돌이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아픈 돌팔매질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안다. 세상을 바꾸는 건 거대한 폭발이 아니라, 끊임없이 번져나가는 이 작은 원들의 집합이라는 것을.


오늘도 나는 수평선 너머로 잔돌 하나를 굴려 보낸다. 내 손을 떠난 돌이 당신의 마음 호수에 닿아, 부디 일그러진 타원이 아닌 동그란 평화의 울림으로 피어나기를.


그래서 당신이 그 물결을 보며 잠시라도 '아, 이쁘다'라고 중얼거릴 수 있다면, 오늘 내 주머니는 비었어도 내 마음 시트에는 가장 예쁜 데이터가 기록될 것 같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