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식탁을 견디기

<넌 뭐가 좋아?>를 읽고

by 다혜로운

밥상을 열심히 차리던 때가 있었다.

즐거운 날도 있었지만,

마음을 눌러가며 차린 날이 많았다.


‘왜 나만 이러고 있지. 너는 왜 안 하지.’

같이 놀다 보면 그런 마음은 사라졌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나는 음식 차리는 자리에 자주 놓였다.

일 년에 몇 번씩 돌아오는 제삿날에는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큰집으로 갔다.

중학교 때부터였다.

엄마가 교회 식사준비 팀원일 때는 내가 계란판을 쌓아두고 말았다.

집사님들은 계란말이를 보며 칭찬했다.

그것이 약인지 독인지도 모르고 받았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였다.


그래서일까.

나는 모인 자리에 음식이 없는 것을 못 견뎠다.

못한다고 말해도 되는 나이에 그 말을 삼켰더니,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도 꺼내지 못하고

꾸역꾸역 식탁을 채웠다.

이제는 삼켰던 말을 해보려 한다.

엄마이자 아내로서의 자리가 아니라면

빈 식탁을 견뎌본다.

비워 있어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배운다.

빈 식탁을 다양한 방식으로 채운다.

배달, 식당, 포트락.

음식보다 더 배부른 것도 둔다.

차, 글, 책, 대화 등.

그림책의 오소리는 나와 참 닮았다.

자신은 뒤로 놓고 친구들을 먼저 챙긴다.

오소리의 마음은 곱지만,

자기을 뒤에 두면서 화가 쌓여갔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오소리는 바뀌었다.

식탁과 의자만 놓고 친구들을 기다린다.

무엇을 가져오든,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든,

그건 각자의 선택일 뿐이다.

친구들이 다녀간 뒤, 오소리는 엎드려있다.

함께한 시간을 음미하는 것 같다.

그 모습까지 오늘의 나와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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