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깃털이 간질였다

<방긋 아기씨>를 읽고

by 다혜로운

남편과 싸우다가 이혼하자는 말을 들었다.
남편에게 사과를 받았지만, 나는 무너졌다.

그때는 주말부부였고,

아이들은 며칠 만에 만나는 아빠를 따랐기에,
나는 남편과 말을 피할 수 있었다.

남편이 오는 금요일이었다.

아들끼리, 엄마끼리, 아빠끼리 서로 친구인 가족과

계획에 없던 저녁을 먹게 되었다.


웃고 떠들던 중에

11시는 돼야 오는 남편이 7시에 왔다.

몇 달 동안 남편 앞에서 웃지 않았던 나는,

그들 앞에서 어떻게 있어야 할지 몰랐다.


친구 아빠가 말했다.
“아직도 둘이 말 안 하냐잉~

둘이 얼굴 한 번 마주 봐라잉~

서로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잖여~ 안그냐~”


얼어붙었던 마음이 흔들렸다.

눈물이 터질 것 같았지만, 웃음이 터졌다.

우리 부부관계의 심각성,

친구 남편의 사투리,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관계의 깊이.
그 부조화가 너무 웃겼다.

그 덕분에 우리는 화해했다.


그때의 나와 남편은 그림책 속 엄마와 비슷했다.
엄마는 아기를 웃게 하려고

옷, 음식, 공연을 준비했지만, 아기는 웃지 않았다.


그때, 엉뚱한 깃털이 엄마를 간질였고,
엄마는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를 본 아기도 따라 웃었다.


계획에 없던 밥, 뜻밖의 시간에 온 남편,
친구 아빠의 넉살과 억양, 그 순간의 분위기.

모두 엉뚱한 깃털이었다.


그 깃털이 스치자, 웃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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