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것을 그대로 갖지 않았다

by 다혜로운

딸이 쓴 글을 읽었다.


"엄마는 깜빡쟁이다.

엄마는 카레를 만들다가

카레가루가 없다며 마트에 가서 사 왔고,

집에 와서 카레가루를 찾았다.


또 내가 교회 모임에 갔어야 했는데

엄마가 깜빡해서 두 번을 빠졌다.

나는 안 가서 너무 좋았다.


정신없어 보이는 엄마를 보면 웃기다.

그런 엄마가 절대 깜빡하지 않는 게 있다.

나와 오빠다.

내가 엄마의 보물 1호이고,

오빠는 2호여서 그런 것 같다."



딸이 엄마를 생각하며 쓴 글을 보며

그때의 내가 떠올랐다.


카레가루를 수납장에서 봤을 때,

모임을 두 번이나 빠졌을 때,

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아마 아이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에게

그 순간의 나는

뒤죽박죽 우스운 엄마였다.


아이는 엄마의 감정을

자기 방식대로 해석하고

다르게 기억하고 있었다.

엄마 것을 그대로 갖지 않았다.


우스운 엄마로 기억하고 있어서,

그날을 말하며 웃고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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