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 변호사 Dec 04. 2021

토요일 아침 일찍

 사무실의 용도

휴일인 토요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시도 되기 전에 사무실에 왔다. 일이 있어서 온 것이 아니다. 사무실은 서재이기도 하고, 카페이기도 하다. 서재 답게 책상과 독서등이 있다. 글자를 키울 수 있는 전자책이 아니라 작은 글씨의 종이책을 읽을 때 사용되는 독서확대경도 있다.


요즘 루이즈 페니의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를 읽고 있다. 우리나라에 번역출판된 9권 중 전자책으로 나온 것도 있고 종이책으로 읽어야만 하는 것도 있다. 1권(스틸 라이프)은 전자책, 2권(치명적인 은총)은 종이책, 3권(가장 잔인한 달)은 전자책으로 읽었다.


전자책으로 나온 것은 사무실이나 집에서는 데스크 탑 PC의 큰 모니터로 읽을 수 있고, 전철에서는 핸드폰의 화면으로 읽을 수 있다.


종이책은 책을 읽는 맛은 있다. 특히 표지 디자인이 괜찮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까마득한 옛날인 대학시절에 삼중당 문고가 있었다. 포켓 사이즈의 책이었다. 표지 디자인은 무미건조했고 지질도 엉망이었다. 하숙집에 불문과 선배가 있었다. 이 선배는 하숙방의 포개놓은 이불더미에 기대서 소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면서 프랑스 문고판을 읽었다. 프랑스 문고판은 표지가 예뻤다. 다채로운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물론 요즘은 우리나라 책들의 표지도 예쁘다.




그렇지만 종이책은, 특히 소설책은 글자가 작아서 노인인 나로서는 읽기 불편하다. 글자가 작아야 글씨체가 예뻐 보인다는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책이 두꺼워지면 잘 안 팔리기 때문인지 몰라도 하여튼 내 입장에서는 글자가 너무 작다.


칙칙한 사무실이 카페와 같을 수는 당연히 없겠지만 그래도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카페라고 주장을 해본다. 더구나 책에서 언급되는 노래와 음악을 유튜브에서 즉시 찾아 들을 수 있으니 카페 주인이 누리는 혜택 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술이 좋아진 시대라서 비싸지 않은 PC Speaker로도 괜찮은 음질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음악은 일정 수준 이상의 볼륨으로 들어야만 작곡가나 연주자의 의도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집의 서재에서 볼륨을 높이면 범 같은 아내가 당장 쳐들어와서 불호령을 내린다. 셋방살이의 서러움이라는 말은 들어봤는데 엄연히 내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내 집에서, 내 전용의 서재에서 이런 억압을 당하고 있다. 토요일 새벽의 사무실 건물에는 아무도 없다. 볼륨을 높이고 들어도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25년 전에 나온 뱅앤울룹슨 오디오를 가지고 있다. 카셋트 테이프와 CD 플레이어가 있다. 카셋트 테이프는 멸종된지 오래이고 CD는 아직 남아 있지만 CD를 구매하여 음악을 들을 정도의 음악 애호가는 아니다. 스피커는 살아 있어서 FM 라디오 음악을 들을 때 이 오디오를 사용한다. 확실히 음질이 좋다. 말보다 음악의 분량이 많은 93.1이나 93.9를 듣는다. 나이가들수록 클래식 음악 쪽의 취향이 되어간다. 왜 그렇게 되는 것인지 이유를 따져보지는 않았다.


사무실 근처에 분위기도 괜찮고 가격도 적당한 브런치 카페가 있다면 9시쯤 되는 지금 그곳으로 가서 어느새 맛을 알게된 원두 커피와 함께 sunny side up으로 조리된 달걀 요리를 먹고 싶지만 아쉽게도 그런 곳이 없다.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토요일 이른 아침에 문을 열 리 만무하다. 서초동 법원 앞 동네는 오피스 빌딩의 군집지역이므로 주말 아침에는 손님들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의 4권(살인하는 돌)은 종이책으로 밖에 나오지 않았다. 알라딘 인터넷 서점에 어제 저녁에 주문했는데 오늘 새벽에 사무실 입구 앞으로 배송되어 와 있었다. 사무실 주위에 즐비한 편의점 중 한 곳에 가서 캔커피와 삼각김밥이라도 사와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부정적 감정의 대처방안 : 작업과 운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