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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변호사 Aug 06. 2023

피트니스 센터 재등록

운동하기


사무실 근처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를 몇 년 동안 이용했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자 마스크를 끼라고 했다. 마스크를 끼고 운동을 할 수는 없었다.  
 
스핀 바이크와 철봉을 사무실 내에 설치하였다. 스핀 바이크로 유산소 운동을 하고 철봉과 덤벨, 푸쉬업 바(push-up bar)로 근육운동을 하였다.  
 
문제는 땀으로 젖은 몸의 처리였다. 수건에 물을 흠뻑 적셔서 물수건을 만든 후 그것으로 몸을 닦았다. 수건을 빠는 것이 귀찮아서 나중에는 1회용 수건을 사서 그것을 사용했다. 
 
그러나 요즘의 불볕 더위에서는 에어컨을 가동시킨다고 해도 금방 땀이 비오듯하여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서 샤워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 
 
8월 1일자로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하였다. 오래간만에 찾았으나 트레이너 중 한 명이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전날 저녁에 술을 마셨고 잠을 설쳐서 운동하기 싫었다. 그러나 '시작'이 중요하기에 실내 자전거에 올라 탔다. 40분간 페달을 돌렸다.  
 
운동이 끝난 후 샤워를 했다. 운동 후 샤워는, 운동 후 차가운 맥주 첫모금만큼 상쾌하다. 샤워는 즉각 효과가 나타나는 refreshment 다.  
 
8월 2일, 수요일이다. 양치질, 턱 밑의 칼날 면도, 세수만 하고, 즉 샤워는 하지 않고 새벽 전철을 탔다. 전기 면도기로는 턱밑 수염이 잘 깎이지 않기 때문에 칼날로 면도를 한다. 칼날 면도기로 전체 면도를 하지 않는 이유는 면도하면서 잠시 딴 생각에 빠지는 순간, 베이기 때문이다. 출근 후에 전기면도기로 나머지 면도를 한다. 면도(面刀)는 단어 안에 칼날이 있다. 따라서 전기면도기라는 말은 원래는 성립하지 않는다.  
 
월, 수, 금은 근육운동을, 화, 목, 토는 유산소운동을 하기로 하였다. 피트니스 센터에 있는 운동기구를 일별하면서 내가 혹시 사용법을 모르는 것이 있는지 체크하였다.  
 
요가 강습을 하던 방이 있었다. 그 방을 없애서 공간을 넓혔다. 잘한 일이다. 넓어진 공간에 새로운 운동기구들을 많이 들여 놓았다.  
 
코로나 시대에 타격을 입은 업종이 한, 두 군데가 아니지만 피트니스 센터도 그 중 하나다. 그래서 상당수가 문을 닫았고 헬스 기구가 중고시장에 많이 나왔다고 하였다. 그것들을 구매하였는지, 처음보는 그러나 고급스러운 운동기구들이 많았다.  
 
두, 세 개는 사용법이 선뜻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운동기구에 올라타서 이리 저리 해보면서 마침내 사용법을 터득했다. 누워서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내렸다 하게 하는 운동기구는, 엉덩이 근육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아이디어가 좋았다.  
 
근육운동은 기구로 하는 것이 있고 덤벨이나 바벨로 하는 것이 있다. 전문가들은 덤벨, 바벨이 진정한 근육운동이라고 하지만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기구 운동이 편하다. 무엇보다 기구 운동은 능력에 맞지 않는 증량을 하지 않는 한 안전하다.  
 
모든 운동기구를 10회씩 해보았다. 하체 근육, 상체 근육, 코어 근육을 위한 운동기구들이 잘 갖춰져 있음을 확인했다. 
 
이곳의 피트니스 센터는 좋은 곳, 바꿔 말하면 비싼 곳이 아니다. 샤워실의 샤워 부스 안에 물에 젖어 불은 비누 토막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샴푸, 바디워시, 클렌징을 편의점에서 사서 운동화를 넣어 두는 조그만 개인락커에 우겨 넣어 놓고 쓴다.  
 
문제는 수건이다. 과장되게 말하면 거의 걸레 수준이다. 샤워 후 이것으로 얼굴과 몸을 닦을 때 찜찜하다. 내 몸의 면역체계가 잘 지켜주길 바랄 뿐이다. 
 
선릉역 근처에 사무실이 있을 때 코엑스의 피트니스 센터에 다녔었다. 보증금도 수천만원 내야 하고 한 달의 회비도 제법 내는 고급이다. 수영장도 있다. 사우나 시설도 아주 좋다. 목욕탕 입구에는 뽀송뽀송한 두껍고 하얀 타월이 단정하게 개켜져 있다.  락커도 커서 겨울코트도 걸린다.  
 
그러나 이곳의 샤워실 락커는 작아서 겨울 옷, 특히 코트는 들어가지 않는다. 락커 밖의 문고리에 옷걸이를 걸어놓고 거기에 코트를 걸어 놓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겨울에는 사무실에 먼저 가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피트니스 센터에 갔던 기억이 있다.  
 
지금 사무실 근처에는 고급 피트니스 센터가 없다. 고속터미널에 있는 매리어트 호텔에 피트니스 센터가 있겠지만 교통이 불편하다. 피트니스 센터는 무조건 사무실과 가까워야 한다. 그래야 꾸준히 다닐 수 있다. 
 
수건 문제를 제외하고는 - 고급 피트니스 센터와 비교하자면 단점은 부기기수이겠지만 - 지금의 피트니스 센터는 운동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사무실에서 운동할 때와 가장 큰 차이점은 다양한 운동기구가 있어서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다. 유산소운동 기구만 해도 실내 자전거와 트레드 밀 외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무한궤도로 계속 계단을 나오게 하여 계단을 오르게 하는 기구도 있다. 나는 실내 자전거 40분을 타고, 이어서 트레드 밀을 20분 동안 걷는다.  
 
근육운동을 할 때는 재미있기까지 하다. 이 기구 한 번 해보고, 저 기구 한 번 해보고 하다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나는 최고의 상체 운동은 턱걸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사무실에 철봉을 좋은 것으로 사다 놓았다. 맨몸으로 턱걸이를 하는 것은 내 능력 밖이라서 고무밴드의 도움을 받아서 했다. 고무밴드는 굵기가 여러가지 단계가 있는데 지금은 가장 가는 고무밴드까지 왔다. 그러나 맨 몸으로는 아직까지도 힘들다.  
 
피트니스 센터에서는 발판에 추를 달아서 그 추의 도움으로 턱걸이를 할 수 있는 기구가 있다. 추 무게를 조정할 수 있으므로 힘이 약하면 추 무게를 많이 나가게 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추 무게를 가볍게 하면 된다. 
 
평일에는 6시에 문을 열고 토요일에는 10시에 문을 연다. 첫째, 셋째, 다섯째 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어제 토요일에는 새벽에 사무실에 갔다가 10시에 맞춰서 피트니스 센터에 갔다. 
 
멀쩡한 집 놓아두고 독서실에 가서 공부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모든 것은 마음 먹기 나름이라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여건이 안될 때 하는 소리다.  
 
가난한 시절에는 성냥개비로 이쑤시개를 대신하고, 성냥개비로 귀지를 팠다. 밥먹을 때 밥상을 폈고, 잘 때 방바닥에 이불을 깔았다. 그렇게도 살 수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사는 것은 불편하다. 편하게 사는 것이 경제발전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열심히 일을 하는 이유는 쾌적하고 편리하게 살기 위해서다. 
 
코로나 사태가 끝이 났을 때 즉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을 때 즉시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을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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