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의 먼나라 이웃나라 여행

Chapter.24

어린왕자가 『먼나라 이웃나라』를 출판하고 책이 정말 많이 팔렸다고 했다. 1,400만 부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1,700만 부 이야기가 나오고, 2,000만 부를 넘어 2,400만 부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판매 부수는 제각각이었지만, 궁금한 점은 모두 동일했다. 도대체 얼마나 벌었는지, 돈을 엄청 많이 벌었을 거라는 것이었다.


모두가 어린왕자가 엄청난 돈을 벌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많은 돈을 벌었겠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상상하는 만큼 엄청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이 단기간에 한꺼번에 다 팔린 것이 아니라, 책이 나온 지 이미 40년이나 되었으니 40년에 걸쳐 판매된 부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처음 출판되었을 당시 책값이 겨우 2,000원이었다고 한다. 인세는 단 5%였고, 요즘 대부분의 책 인세가 10% 이상인 걸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인세였다. 책값 자체도 비싸지 않았다. 당시 물가를 감안하더라도 다른 일반 도서들에 비해 싼 편이었다. 만화책이기 때문에 큰돈을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책 한 권당 어린왕자에게 주어진 돈은 100원이었고, 당시 만화책이 1만 권이 팔리면 대박이라 불릴 정도였다. 1만 권이 팔리면 받는 인세가 100만 원으로, 딱 유럽 가는 비행기표 값이었다.


많은 책을 출간하기 위해선 방대한 양의 자료조사가 필수였기에 어린왕자는 자주 해외로 나가야 했고, 그는 버는 인세를 하늘에 다 뿌렸다고 너스레를 떨곤 했다. 그러면서도 만화책 사상 처음으로 인세를 받은 작가가 자신이라며 은근히 자랑하곤 했다. 실제로 어린왕자네 별에서는 만화가들이 인세를 받지 않고 원고료만 받았었다. 어린왕자의 책이 잘 팔리자 출판사에서도 나중에 인세를 올려주었다고 한다.


어린왕자가 처음 출판했던 '고려원'은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부작용으로 어린왕자네 별에 불어닥친 외환위기에 부도가 났고, 판단력이 뛰어났던 신흥 출판사 '김영사'가 얼른 판권을 인수해 계속 출판을 이어갈 수 있었다.


어린왕자가 『먼나라 이웃나라』를 출간하고 몇 년이 지나자 독자들은 한 페이지에 다섯 줄이라 읽기 불편하고, 나라별로 한 권을 이루지 않고 중간에 나라들이 자꾸 끊기는 것이 다음 권을 팔아먹기 위한 술수라고 불평했다. 그래서 어린왕자는 다섯 줄로 된 만화 원고를 네 줄로 바꾸고 책의 순서도 조정하여, 당초 4권이었던 네덜란드를 분량이 가장 적은 이유로 유럽사 개관 부분과 합쳐 제1권으로 구성하고, 다른 나라들은 한 권씩 뒤로 밀려 새롭게 양장판으로 출간하자 독자들이 좋아했다.


'김영사'가 판권을 인수한 뒤 전 출판사와의 차별성을 보여주고자 흑백이었던 그림을 2도 컬러로 개선하고, 이름을 『새 먼나라 이웃나라』로 바꾸어 출간하자 새 출판사의 사장과 사람들은 아주 기뻐했다. 어른들은 항상 그런 식이다. 조금만 멋을 부리고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면 "오, 이 작품은 이전보다 훨씬 더 멋지군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우리의 어린왕자는 양심적인 사람이었기에 그런 반응이 독자들에게 미안했는지,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틀린 내용이 발견되거나 세월이 지나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은 내용은 빼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때부터 진지하게 내용을 개정하고 그림도 바꿔야겠다고 마음먹기 시작했다.


독자들로부터 총 6권으로 구성된 『먼나라 이웃나라』 유럽편의 후속작이 언제 나오느냐는 질문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어떤 이는 만화 이름이 '먼나라 이웃나라'인데 왜 '이웃나라'는 안 나오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어린왕자는 이웃나라들을 이미 구상하고 있었지만, 유럽과 달리 직접 살아본 경험이 없어 주저하고 있었다.


이웃나라의 첫 번째는 12년을 준비하고 무려 40번 이상을 방문했던 일본이었다. 특히 일본은 절대 가까워질 수 없는 이웃나라로, 심리적으로는 유럽보다도 더 먼 나라였다. 그렇기에 어린왕자는 두려웠을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도 비판을 받을 것을 알면서도, 그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감정을 배제하고 예의를 지키며 일본의 역사와 민족성을 고찰했다.


어린왕자는 일본편에 이어 우리나라편도 출간했다. 『먼나라 이웃나라』는 원래 남의 나라 이야기인데 우리나라가 그 대상이 되는 것부터가 의문이었지만, 그는 급속히 변화하는 세계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우리나라를 남의 나라 보듯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편을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베트남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태국어 등으로 번역해 출간했다. 특히 중국과 일본에서는 그의 다른 작품들도 소개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어린왕자는 그렇게 글로벌 스타가 되었다.


덕성여대 제자들로 구성된 ‘그림떼’와 함께 만화를 올컬러로 바꾸고, 역사 인물이나 사건, 장소는 사진으로 대체하여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를 다시 출간했다. 미국으로 교환교수로 가 있던 시절에는 미국편도 저술했다. 총 3권으로 이루어진 미국편은 ‘미국인 편’, ‘미국의 역사 편’, ‘미국 대통령 편’으로 나뉘며,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사회, 문화, 경제, 역사와 대통령까지 폭넓게 다루었다. 어린왕자는 미국으로 간 자신의 별 아이가 미국 대통령을 줄줄 외워 미국 선생님을 놀라게 했다는 후일담에 큰 보람을 느꼈다.


중국편은 너무 방대해서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중앙일보'의 연재 요청으로 근현대사만을 다루기로 하고 출간을 결심했다. 그는 유럽 역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스페인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며, 이웃나라들을 다룬 후 다시 유럽으로 돌아와 스페인편을 출간했다. 지면상의 이유로 역사만 다뤘다고 했는데, 아마도 유럽에 거주한 시간이 오래 지났기 때문일 거라 나는 추측했다. 어린왕자는 500년 전 세계를 제패했던 스페인의 흥망성쇠를 통해 독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전하고자 했다.


이 시기에 그는 그림을 다시 그리고 바뀐 내용을 수정한 전면 개정판인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를 출간했다. 그리고 『먼나라 이웃나라』의 스핀오프 작품인 『유럽만사 세상만사』, 『진짜 유럽 이야기』도 함께 출간했다.


어린왕자는 스페인을 마지막으로 국가별 주제를 마무리하고, 세계를 지역별로 묶어 소개하는 『가로세로 세계사』 작업에 집중하려 했지만, 생각을 바꾸어 이 시리즈를 『먼나라 이웃나라』에 편입시켰다. 그렇게 『먼나라 이웃나라 시즌2』라는 이름으로 발칸반도편, 중동편, 동남아시아편, 호주와 캐나다편을 출간했다. 그는 약 5년 주기로 개정판을 출간했고, 시즌이 이어지던 시기에는 『업그레이드 먼나라 이웃나라』라는 이름으로 개정판을 출간했다.


어린왕자는 이제 제국이었던 나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튀르키예, 러시아, 인도편을 차례로 출간했고, 최근에는 『시대를 넘어 세대를 넘어 먼나라 이웃나라』라는 개정증보판을 내놓았다. 최근 숏폼 콘텐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책 말미에 요약본을 부록처럼 수록하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했다. 비록 나이는 독거노인이었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어린왕자’임에 틀림없었다.


나는 어린왕자의 친구였지만, 그동안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13권만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었다. 물론 다른 단행권도 몇 권 가지고 있었지만, 너무 미안해서 헌책방을 뒤져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 전체를 구입했고, 최신 개정증보판인 『시대를 넘어 세대를 넘어 먼나라 이웃나라』 24권을 새 책으로 모두 구입했다. 다른 단행본들도 모두 구입했다.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은 총 4권 중 2권만 겨우 구했고, 대신 그 복간작인 『데굴데굴 세계여행』은 총 7권, 모두 구입해 내 방의 ‘어린왕자 전용 서재’에 꽂아 두었다. 아참, 어린왕자에게 영감을 주었던 『아스테릭스』 시리즈도 몇 권 구입해 두었다. 나의 40년 된 친구 어린왕자에게 보내는 나만의 예의였다.


세월이 흘러도 그는 여전히 세계를 궁금해했고, 사람들의 마음을 궁금해했으며,

그 궁금함을 향해 조심스레, 그러나 한없이 따뜻하게 다가가는 법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그는 언제나 누군가의 먼나라에서, 이웃나라에서, 혹은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어린왕자가 나를 좋아해 주었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건 기적이야.”


정말이지, 그건 기적 같은 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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