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에 탄 개들이 서로를 향해 짖었다. 목이 쉰 듯 바람 빠진 소리가 났다. 개들조차 자신들의 짖는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몇 번 짖다 말았다. 하나는 테리어 종이고 다른 하나는 소위 믹스견이었는데 우열을 가릴 수 없이 귀여운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촉촉한 분홍빛 혀를 한쪽으로 늘어뜨리고 끊임없이 주위를 살피는 개들을 바라보다가 너는 치치를 주려고 챙겨온 요구르트에 빨대를 꽂아 마셨다.
테리어 주인이 아파트 근처에 혐오 시설이 생겼다면서 속상해했다.
“화장장이라도 들어섰나요?”
“아뇨, 요양원이요.”
너는 요구르트가 사레가 들려 캑캑거렸다. 돌아본 그들은 스스럼없이 뱉은 말이 새삼스러웠는지 외면하곤 입을 다물었다. 대신 개들이 동그란 눈으로 레이저를 쏘았다. 주인의 성품을 가리지 않고 진실로 충직한 귀염둥이들, 그래서 개를 진정한 가족이라고 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가족, 너는 그것이 돌멩이나 전봇대, 아니면 유모차에 매달린 저 봉지처럼 무용한 단어로만 느껴졌다.
‘가족의 마음으로 어르신께 정성을 다하는…’
그곳으로 가던 날, 구급차에 타지 않으려고 힘을 쓰던 할머니를 너는 떠올렸다. 할머니는 사설 구급대원들에게 붙들려 이송 침대에 결박되었다. 너는 만류하는 백부를 따라 구급차에 올라탔다.
“어딜 가는 거죠?”
사설 구급대원이 동행하는 차 안에서 너는 속삭였다. 백부는 눈치껏 대답 대신 핸드폰으로 팝업창을 펼쳐 보였다.
‘가족의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는 강변요양원. 신축, 아파트형. 환상적인 강변 전망……’
너는 백부를 쳐다보았다. 너를 보는 백부의 눈은 그렁그렁했고 한쪽엔 눈곱도 끼였다. 하긴 너의 증조할머니도 십 년째 요양원과 백부의 집을 오가며 지내고 있었다. 증조할머니가 살아있는 동안에 벌써 할머니의 차례가 돌아온 거였다. 용의주도하게 그곳을 알아보고 등급을 받고 혼자 결정을 다 한 백부도 어느새 많이 늙어있었다.
시간을 따돌리듯 구급차는 사이렌을 울리며 앞차를 추월해 달렸으나 도시의 외곽에 자리 잡은 그곳은 생각보다 멀었다. 할머니의 기저귀 한번 갈아준 적 없으면서 불쑥 나타나선 이제 무슨 짓인가? 하지만 너는 잠자코 있었다. 더는 할머니의 기저귀를 갈고 싶지 않았다. 성인이 된 손주에게 사타구니를 맡겨야 하는 할머니가 수치심마저 잃어가는 모습에 너의 인내심 또한 바닥이 나고 있었다. 간간이 할머니의 코 고는 소리가 차 안에 울려 퍼졌다. 할머니는 요양원에 내려서 안으로 옮겨질 때까지도 깨어나고 싶지 않은 듯 계속 잠만 잤다. 그곳을 나와서 버스를 타러 가는 동안 너와 백부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너는 백부와 원래 대화가 없었다. 너는 문득 강변이 어디쯤일까 생각하며 돌아보았다.
"왜?"
백부의 목소리를 배경으로 대형현수막이 걸린 아파트를 보고 멈춰 섰다. 흰 천에 빨간 페인트로 휘갈겨 쓴 글씨였다. 반대 구호에 겹쳐 쓴 느낌표가 그것을 쓴 아파트 주민의 결연한 투쟁 의지를 드러내 보였다. 그제야 한눈에 들어온 요양원, 아파트 일부인 양 단지 끝에 있던 그 신축 건물은 설립을 반대하는 현수막과 시위 구조물에 둘러싸인 채로 고립돼 있었다. 강변을 바라보는 수많은 창문이 선글라스처럼 빛났으나 경치를 감상하며 서 있는 노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