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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진 Aug 17. 2020

산부인과 의사들과 메일을 주고받고

헬스케어 디자이너는 미국에 살면서

남편이 박사과정을 마치고 워싱턴주(Washington State)에 있는 회사에 취직했다. 여름 학기를 마지막으로 박사과정을 끝낸 남편의 학교 건강보험은 학기 말인 7월까지 유효했고, 새로운 회사의 출근은 취업 관련 행정 절차가 완료되는 9월 중순으로 예상되었다. 새 회사는 입사 1일 차부터 건강보험을 제공하지만, 입사 전날까지의 건강보험은 회사와 상관없는 개인의 책임이라고 못 박았다.


임신 후 산부인과 진료를 이어가기 위해 새로운 건강보험의 가입을 학수고대했다. 입사 후 바로 새로운 건강보험으로 병원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으나, 실제 회사에서 건강보험 신청을 받고 그 신청내역이 건강보험사에 넘어간 후 내 건강보험의 회원번호를 확인하기까지 2주가 넘게 소요되었다. 이어서 병원에 연락해 가장 빨리 예약할 수 있는 의사를 예약하고 만나기까지 1주일이 걸렸다. 병원을 이용하는 신분증과 같은 건강보험 회원번호의 발급을 기다리며 매일 불안했다. 위급한 경우 먼저 병원을 이용하고 나중에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말을 회사로부터 들었지만, 위급하지 않은 경우에는 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운 현실이 답답했고, 위급한 상황이 되기까지 기다리는 일은 더더욱 하고 싶지 않았다. 


새 회사는 직원들에게 ACO(Accountable Care Organization), HDHP(High-Deductible Health Plan with a Health Savings Account),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이라는 세 가지 건강보험 옵션을 제공했다. 건강보험 혜택이 좋다고 인정받는 회사답게 직원이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월별 보험료(premium)와 연간 자기부담금(deductible)을 면제해주었다. 회사와 보험회사에서 나눠 준 자료들에는 미국 건강보험의 비용 체계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각 보험이 최선이라는 마케팅 용어로 가득 차 있어, 어느 보험을 선택해야 할지 무척 고민스러웠다. 각 보험형태에 따라갈 수 있는 병원과 만날 수 있는 의사들도 달라지는데, 우리의 경우 연말에 출산을 앞두고 있어 올해에 선택한 건강보험을 내년 말까지 변경 없이 이용해야 하는 입장이라 각 보험으로 얼마만큼의 득실을 볼 수 있을지 1년을 넘게 내다보는 예측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카이저 퍼머넌트(Kaiser Permanente, 줄임말은 KP, 미국에서의 발음은 카이저 퍼머넨테)를 선택했다. 그동안 경험했던 미국의 건강보험 형태들인 HDHP, POS와는 다른 HMO를 알아보고 싶었다. 또 KP라는 유명한 브랜드가 강조하는 조율된 케어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의사와 병원 선택의 자유로움을 보장하는 다른 보험의 장점을 포기하는 선택이기도 했다. 의료서비스에서 '조율된 케어'와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두 개의 가치가 함께 가기가 어려움을 건강보험을 선택하는 과정부터 느낄 수 있었다.


건강보험의 회원번호를 기다리는 한편, KP의 산부인과 의사들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시애틀 근처 벨뷰(Bellevue)의 아파트에 임시로 머무르면서 그 주변의 집들을 찾아보고 있었기에, Kaiser Permanete Bellevue Medical Center에서 진료하는 산부인과 의사들 중에서 몇 명을 기억해두었다. 온라인 리뷰들을 찾아보는 동안 Kaiser Permanente Bellevue Medical Center에 대한 Google review에 ‘정말 좋았다'와 ‘정말 끔찍하고 불친절했다’는 사람들의 리뷰가 섞여 있어 걱정스러웠지만, 일단 KP로 보험을 정한 이상 어떤 상황이든 맞닥뜨려야 했다.


사진. 워싱턴주 벨뷰(Bellevue)에 위치한 Kaiser Permanente Bellevue Medical Center. 입원 시설과 응급실이 없이 진료와 검사가 주된 서비스이다. 1층에 응급실이 아닌 어전트케어(Urgent Care)가 있다. KP Bellevue Medical Center에서 산전관리를 받는 경우 출산은 건너편 Overlake Hospital에서 진행한다.

내 건강보험 회원번호를 확인하자마자 산부인과 진료 예약을 위해 Kaiser Permanente Bellevue Medical Center 산부인과의 대표번호로 전화했다. KP에서 산부인과 진료는 주치의(PCP)의 의뢰 없이 환자가 직접 예약(self-refer)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전화가 연결되자 자동응답 메시지에 따라 예약 담당자를 연결했다. 진료 예약에 앞서 본인 확인을 위해 내 회원번호, 성(last name)와 생년월일을 밝히고 미리 생각해 둔 의사의  가능한 빠른 일정으로 진료 예약을 요청했다. 9월 말에 처음으로 진료 예약을 위해 전화했는데, 내가 1순위로 생각했던 의사는 1월은 돼야 예약이 가능하고 생각해두었던 다른 의사들도 1개월가량 대기해야 한다고 하여 당황스러웠다.


어쩔 수 없이 10월 말로 예약을 잡아두고, 가능한 한 빨리 진료를 볼 수 있도록 그전에 비는 시간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부탁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다음 주에 진료가 가능한 의사가 있다고 연락이 왔다. 가장 좋은 의사는 남들이 좋다는 의사가 아니라 나를 만나주는 의사라는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산부인과 예약 담당자는 나의 초진 예약과 함께 같은 주에 간호사의 전화 상담(OB Nurse Phone Visit)을 예약해주었다.


미국에서 임신 초반이 아닌 후반부에 산부인과에 새 환자로 등록하는 경우, 의사가 새 환자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임신 27주에 처음으로 KP에서 진료를 받으려던 내 경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KP 보험을 가지고 있는 나는 KP의 예약 담당자에게 매번 원하는 시기에 예약 가능한 의사를 확인해 예약을 요청했고 담당자는 회원의 요청 그대로 시스템 안에서 비어있는 시간에 예약을 추가했다.


며칠 후 산부인과 간호사와 전화 통화를 했다. 미리 안내를 받은 산전 질문지(Prenatal Questionnaire)에 대해 답을 준비해두었다가 간호사의 질문에 따라 대답했다. 개인 신상정보 외에, 예방 접종 상황, 임신 히스토리, 과거 질병 및 수술 히스토리, 기형 관련 가족력에 대한 내용으로, 정확한 답변을 위해 준비가 필요한 질문들이었다. 임신 관련 히스토리, 현재 임신 중 진행한 각종 검사, 복용 중인 영양제 등에 대해 간호사는 내 대답을 바로 의료정보시스템에 입력했다. 간호사는 다음 주 의사 진료 전 KP Bellevue Medical Center 내의 랩에 미리 방문하여 혈액 검사와 소변 검사를 하도록 예약해줬다.


사진.  KP Bellevue Medical Center의 1층 로비. 리셉션이 각 층 진료구역 입구에 분산되어 있어 1층은 늘 한산하다. 메디컬 센터지만 진료 구역 외의 대기 공간에서는 임상적인 느낌을 최대한 자제하고 평범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10월의 첫날 오후 KP에서 첫 진료를 받기 위해 KP Bellevue Medical Center에 일찍 도착했다. 커다란 그림과 벽난로가 있는 로비를 가운데 두고 한쪽에는 Urgent Care, Laboratory, Pharmacy, 다른 한쪽에는 카페와 강당이 있는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진료실이 있는 3층에 도착했다. 진료 당일 병원 도착 후 체크인하는 절차가 있다. 대기공간 입구에 있는 체크인 키오스크에서 오늘 예정된 진료와 내 건강보험 종류를 확인한 후 프라이버시 관련 동의서에 서명했다.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안과, 정형외과 등의 여러 과의 환자들이 섞여서 기다리는 진료실 공간 앞 대기실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사진. KP Bellevue Medical Center 내 체크인 구역. 예약 시간 15분 전에 도착해 체크인 키오스크나 리셉션에서 도착했음을 알리는 체크인을 한 후 대기해야 한다. 키오스크들은 사용자들의 키를 고려해 높이가 다르다.

진료실로 들어가는 문이 열릴 때마다 간호사 또는 PA(Physician Assistant)가 나와 환자의 이름을 불러 인사 후 환자를 진료실 공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나 역시 PA가 문을 열고 나와 내 이름을 불렀다, “하이오진(Hyojin)”. PA는 자기소개 후 내 성과 생년월일을 확인하며 복도 한쪽으로 나를 데려가 체중을 쟀다. 그리고 진료실과 검사실이 양 옆으로 죽 이어진 복도 중간의 한 진료실로 나를 안내했다. PA는 비어있는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가 나를 컴퓨터 옆 소파에 앉힌 후 혈압을 재고 컴퓨터에 로그인해 내가 복용 중인 영양제, 처방 시 약을 수령할 약국을 확인해 입력했다. 비상시 연락처, KP의 모유수유 무료 강좌에 대한 정보와 KP의 임신 관련 책자를 제공한 한 후 담당 의사가 곧 올 거라 말하며 자리를 떴다.   


사진. PA(Physician Assistant)를 따라 내게 배정된 진료실로 들어가는 중. 복도 한쪽에 휴대용 초음파가 충전 중이었다. 진료 중간에 담당 의사가 휴대용 초음파를 방으로 가져와 아이의 머리 위치와 심박동을 확인한 후 초음파를 다시 방 밖으로 가져갔다.

진료실에서 기다린 지 몇 분 후, 노크 소리와 함께 Dr. B가 들어왔다. 30대의 갈색 머리의 여자 의사였다. Dr. B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한 후 컴퓨터 앞에 앉아 나와 마주 보았다. 의사는 자신이 검사를 하기 전에 내 이야기를 듣고 내 질문을 먼저 해결하기를 원했다. 나는 임신 27주까지의 내 히스토리를 설명했다. 컴퓨터 화면을 같이 보며 며칠 전에 검사한 혈액과 소변 검사 결과를 확인했다. 소변 검사에서 한 종류가 아닌 여러 종류의 박테리아가 검출되어 다시 한번 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KP의 일반적인 산전관리 일정, flu와 Tdap 예방 접종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15분 정도의 질문과 답변 후 의사는 내가 내진을 위해 준비하는 동안 진료실 밖으로 나가 초음파 기기를 방으로 끌고 왔다. 내진으로 자궁 경부 상태를 확인하고 종이 자로 배의 높이를 쟀고, 복부 초음파로 태아의 심박 수를 확인하고 머리 위치를 확인했다. 그리고 자궁 경부 상태의 확인을 위해 고위험 임신 전문의(Perinatologist)에게 의뢰를 하겠다고 말했다. 의사는 나와 같이 진료실에 있는 동안 진료 내용을 EMR에 입력했다. 30분가량 Dr. B와 상담과 검사를 진행한 후 다음 예약 때 다시 보자는 인사를 하며 진료를 마쳤다.


사진. 진료실(Exam room) 내부 공간. 환자 1명에게 방이 배정되어 진료를 마칠 때까지 방 안에 머무르고 간호사, PA, 의사 등이 진료, 검사, 예방접종 등을 위해 찾아온다. PC의 화면이 방 안을 향해 있어, 필요시 환자와 함께 화면의 내용을 확인한다.

잠시 후 간호사가 오늘의 진료 내용을 담은  출력본을 가져다주었다. 진료 후 환자에게 그날 진료의 요약본을 제공하는 진료후 요약지(After Visit Summary)는 그동안 서비스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컨셉으로 제안한 적은 있어도 직접 경험한 것은 처음이었다. 오늘 측정한 검사의 결과, 담당의사가 진료 의뢰를 신청한 내역, 다음 진료 예약 현황, 그리고 내 임신 주수에 참고할 내용 등이 2장의 문서에 앞뒤로 담겨있었다.


사진. 당일의 진료 내용을 요약해 환자와 가족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진료후 요약지(After Visit Summary(AVS)). 진료를 받을 때마다 간호사, PA, 의사가 진료실 안에서 내용을 입력한 후 내가 진료실을 떠나기 전 출력본을 가져다주었다.

진료 다음날, 전날의 진료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에 참여하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진료 때 만난 의사, PA, 간호사, 조산사 등의 케어 제공자(care provider)가 친근하게 대했는지, 설명을 잘해줬는지, 치료 계획에 내 의견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었다. 27주에 받은 첫 번째 산부인과 진료에 대해 비용은 청구되지 않았다. 내 보험은 임신의 정규 산전∙산후 진료를 100% 커버하기에 co-pay가 부과되지 않았다.


진료를 받은 며칠 후 수요일 저녁 6시쯤 핸드폰의 KP 앱에서 알람이 떴다. Dr. B가 나에게 메일을 보냈다. 반복 시행한 소변 검사에서 여전히 낮은 수준의 박테리아가 검출되었는데 이는 조산으로 연결될 수 있으니 1주일 간 항생제를 복용하는 게 좋겠다며 지금 약국으로 처방전을 보내겠다고 했다. KP 앱의 Medications 메뉴에서 KP Bellevue Medical Center의 Pharmacy로 보내진 Macrobid 100mg capsule의 1주일 처방을 볼 수 있었다. 퇴근한 남편과 저녁을 먹고 약을 찾으러 병원으로 갔다. 진료가 끝나 한산한 병원의 1층에 위치한 약국은 늦은 저녁에도 열려 있었다. Pharmacy 입구의 키오스크에서 번호표를 뽑아 기다리다 직원에게 보험 회원카드를 보여줬다. 이미 포장되어 있던 오렌지색 약통에 담긴 약과 설명지를 받고 co-pay $10을 지불했다.      


화면. 진료 며칠 후 KP 앱을 통해 받은 검사 결과와 이로 인한 항생제 복용을 위한 담당 의사의 연락과 처방 내역. KP 회원은 KP 앱을 통해 진료 예약, 이전 진료의 내용 확인, 검사 결과 조회, 비용 지불이 가능하고 주치의 및 진료를 받은 담당 의사와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다.

4주 후의 진료 때는 Dr. P를 만났다. KP Bellevue Medical Center의 산부인과 내에 여러 산부인과 의사들이 그룹으로 진료를 하다 보니, 어느 의사를 만나도 반갑게 맞아줬고 다음 진료 때 다른 의사를 만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50대 후반의 Dr. P 역시 내 질문이 무엇인지를 먼저 묻고 자세히 답해줬다. KP에 온 후 정밀 초음파는 진행한 적이 없음을 보고 2주 후 진료 때 태아 발달 상태 확인을 위해 초음파 오더를 내렸다. 그리고 내진으로 자궁경부 상태를 확인하고 종이 자로 배의 높이를 잰 후 도플러로 심장 박동을 확인했다. 그동안의 산부인과 진료 때 늘 함께 했던 초음파 검사가 생략된 첫 진료였다.


사진. 진료 중 사용한 종이로 된 일회용 줄자와 도플러

2주 후 34주 차에 산부인과 진료를 보기 전에 미리 병원에 도착해 영상의학과에서 정밀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리셉션의 직원은 내 예약을 확인 후 왼쪽 손목에 검사명, 예약 시간, 회원번호, 내 이름과 생년월일이 새겨진 팔찌를 채워주었다. 검사실 구역 앞에서 기다리다 마중 나온 소노그래퍼를 따라 비어있는 초음파 검사실로 들어갔다. 검사를 받고 1시간 후 진료실에서 Dr. P를 다시 만났다. 초음파 상으로 아이는 문제가 없었고, 몸무게는 2.37kg였다. 이후 다시 초음파 검사를 허락하지 않을 이 병원에서 아이의 몸무게를 더 이상 확인할 길은 없을 것이었다. 체구가 작아 자연분만을 염려하는 내게 Dr. P는 자연분만이 안전함을 강조하며, 아기의 몸무게가 혹 4.5kg 이상이 되면 그때는 제왕절개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주말에 Kaiser Permanete Bellevue Medical Center의 출산 병원인 Overlake Hospital에서 산전 교육을 들은 후 강사를 따라 같은 건물 6층에 있는 출산 병동 투어를 했다. 그동안 미국 드라마와 사람들의 블로그에서 보던 넓고 세련된 미국 분만 병실에 대한 기대를 하며 올라갔다. 그런데 막상 투어 하면서 가까이서 본 병실은 기대와 많이 달랐다. 한국 대학병원의 2인실 정도 크기의 방에 시설은 낡아 보였다. 좋게 얘기하면 아담하고 소박한 병실이었다. 순간 김이 샜다. 내가 기대하던 미국 병원의 입원실이 아니었다. 병원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시설이 아니라 clinical quality여야 함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미국 병원을 생각하면 일반적으로 상상되는 그런 훌륭한 시설을 나는 이용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아쉬움을 느꼈다. 1인실에서 출산도 하고 회복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환경임에 틀림없으나, 넓고 호화스러운 미국 병원에서의 입원을 경험할 수 없는 것 같아 속상했다.


임신 35주 차에는 생일에 앞서 KP로부터 가장 먼저 생일 축하 편지를 받았다. ‘당신의 생일과 메일을 위한 우리 KP의 소원은 건강의 선물(Our wish for your birthday - and for every day - is the gift of health.)’이라고 시작하는 편지에는 내가 건강을 잘 유지하고 향상할 수 있도록 예방적 케어에 대한 정보들을 보낸다고 쓰여 있었다. 예정된 정기 검사(Pap test)와 유방암 검진에 대한 안내, 그리고 연령별로 KP에서 여자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Wellness Recommendations 목록이 소개되어 있었다.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보낸 편지지만 기분이 좋았다.  다른 때도 아니고 생일 때, 건강할 때 아프지 말고 더 건강하라고 챙겨주는 KP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임신 36주 차에 Dr. B를 다시 만났다. Dr. B는 첫 진료 때 36주 차에 태아의 위치를 확인하고 출산 방법을 결정하자고 했었다. 또 막달에 아이의 안전을 염려하는 내게 39주 차의 유도분만을 권했었다. Dr. B가 진료실로 초음파를 옮겨와 태아의 머리가 아래에 있음을 확인했다. 내가 자연분만을 시도해야 하는 것이 확실해졌다. Dr. B에게 임신 39주 차의 의사들의 당직 일정을 물었다. 분만은 특정 의사가 아니라 그날의 KP 당직 의사가 Overlake Hospital에 머무르며 담당하기에 가능하면 한 번이라도 진료를 받은 의사와 분만을 진행하고 싶었다. 의사들의 당직 일정을 확인 후, 39주 1일에 해당하는 날에 출산 병원인 Overlake Hospital의 유도 분만 예약을 요청했다. 임신 36주 차부터 진료와 함께 NST 검사를 받았다.


임신 38주 차에는 Dr. L을 만났다. 60대의 은발의 여의사였다. 미리 받았던 ‘출산 계획서’를 작성해갔다. 유도분만이 예정된 임신 39주 1일 차에 당직인 분이었다. Dr. L은 태아의 위치를 확인하고 내진을 한 후 내가 준비한 계획서를 가지고 마주 앉아 대화했다. 유도분만 방법과 약물들에 대해 설명을 들었고, 통증 관리, 분만 중 원하는 사항, 모유 수유 등에 대해 상담했다. 경막외마취Epidural을 가능한 한 빨리 맞고 싶다고 요청했고 회음부절개Episiotomy도 괜찮다고 말하니 KP에서는 회음부절개Episiotomy를 가능한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출산을 앞두고 갑자기 산전 진료에 대한 co-pay 청구서를 받았다. 37~39주의 진료 각각에 co-pay $20가 부과되었다. 내가 가입한 보험의 정보에는 임신의 경우 일반적인 산전 및 산후 진료의 비용을 100% 부담한다고 나와있기에 정산에 오류가 있다고 생각되어 고객 서비스에 재심을 요청했다. 답변에 따르면, NST(fetal non-stress test)는 일반 임신으로 비용이 정산되는 경우 보험에서 커버되지 않고 고위험 임신으로 정산되는 경우에는 커버가 된다고 했다. 36~39주 중 매주 총 4회의 NST 검사를 받았는데, 첫 번째 NST만 고위험 임신으로 처리되어 보험의 커버를 받은 것이었다. 병원에서는 나를 늘 고위험 임신이라 얘기했는데, 보험 정산에서 어떤 때는 고위험 임신으로, 또 어떤 때는 정상 임신으로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기대했던 것과 달리 $60의 진료비를 지불해야 했다. 보험 정산의 기준은 보험사의 원칙과 계산에 따른 것으로, 내 이해가 중요한 것은 아님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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