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살이에요?
"서른넷이요"
-결혼했어요?
"미혼입니다."
-남자 친구 있어요?
"있다 없다 해요"
-그럼 지금은 없어요?
.
.
.
예의를 갖추고 상대를 대해야 하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런 대화는 정말이지 피하고 싶다.
질문한 사람이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물어본 건 아니다. 옆에 조용히 앉아있던 남자도 나와 비슷한 상황인가 보다.
이 공간에 존재했던 세명중 두 명의 동의는 없었고 한 명이 동의 없는 둘을 이어주려 애를 썼다.
결혼, 해도 괜찮고 안 해도 괜찮지. 확신의 비혼도 아닌 나는 비혼이라고 말했다. 한 사람만 신이 난 인연 만들기에 찬물을 끼얹어버렸다.
미혼에 싱글인 둘은 민망했고, 기혼인 한 사람은 결혼의 장점을 계속해서 말하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웃지 않았다. 혼자의 삶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 다름을 틀린 것처럼 말하는 이에게는 친절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생각해 보면 이런 질문이 불편해진 게 서른을 넘기면서부터다.
이십 대엔 남자 친구가 있냐는 질문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대부분 연애 중이었으니 응이란 한마디로 간단하게 대화를 마무리하곤 했다.
예의 없는 질문들이 관심이란 포장지에 싸여 나에게 닿는다. 나이에 대한 부담으로 떠밀리듯 연애와 결혼을 하고 싶지 않고,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연애를 할지언정 혼자의 삶을 지켜나가고 싶어졌다.
결혼 못한 거 맞고, 아무나 만날 생각 없고, 내 인생 어찌 될지 하나도 모르겠다. 노처녀란 단어는 싫으니 불확실한 비혼 여성이라 나를 칭하기로 한다.
괴로울 바에 외롭겠다는 나는 가끔 외롭지만 대부분 만족스러운 일상을 살고, 예의 없는 질문에 기분 상하고 기분 상할 때 '혼자인 게 죄도 아닌데 잔소리 자제 좀' 육성 또는 마음으로 상대에게 예의 없음을 되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