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모닝 루틴

2화#

by 효수


아침에 일어나서 또는 집 밖을 나가기 전 지키는 루틴이 있다. 뭐 대단한 건 아니고 이불 정리를 웬만해선 하려고 한다.


소박한 모닝 루틴이지만 이것이 내 삶에 가져다주는 행복감과 포근함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집 밖은 위험하다. 코로나 19의 바이러스로부터 매서운 추위로부터 누군가의 아픈 말들로부터 그 밖에 많은 위험으로부터 집 밖에서의 시간이 고단할수록 루틴의 행복은 배가 되기도 한다.


청소를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다.


매일 쓸고 닦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꾸준히 대보았지만 이제는 그것도 귀찮아서 인정하기로 한다.


청소는 더러울 때 몰아서 하면 되지 하면서도 유독 이불 정리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불속은 소중하고 누워있는 시간은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이불속의 따뜻함을 등지고 나오는 순간 몸을 스치는 찬 기운에 몸을 움츠린다. 밤새 함께한 이불과 베개 그리고 큰 쿠션 하나를 방바닥으로 슬쩍 밀어던진다.


루틴이 시작되었다. 이불을 대강 툭툭 턴다. 그리고는 흐트러진 침대커버와 전기매트를 슥슥 밀어 구김 없이 펼친 뒤 섬유유연제 페브*즈를 칙칙하고 두어 번 뿌린다. 그리고 두껍고 부드러운 낡은 연두색 극세사 이불을 그 위로 슬쩍 올린다.


루틴의 중반을 지난다. 베개 위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때어내고 돌돌이로 슥슥 밀어 먼지를 제거한다. 그 위도 칙칙 두 번을 뿌리고 뒤집어서 한번 더 뿌린다. 거의 다 됐다.


쿠션 위를 돌돌이의 접착력이 무뎌질 때까지 반복적으로 돌린 뒤 칙칙 뿌리고 침대 벽 옆으로 올려놓는다.


마지막으로 전기매트의 온도를 살짝 올려 섬유유연제를 말려본다. 이제는 바닥을 작은 빗자루로 쓸고 혹시나 남아있을 머리카락을 눈으로 훑는다. 전기 매트를 끈다.


루틴은 끝이 났다. 이제 집 밖의 위험을 견뎌야 할 몸과 마음은 저녁시간 방문을 열고 침대 위에 누우면 그 포근함에 위로받을 거란 걸 안다.


나를 반겨줄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 반길 준비를 끝낸 것이다. 이것에 들이는 시간은 10분이 채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대충 해야 할 많은 것들에 이 소박한 모닝 루틴은 제외다.


대충 살기로 결심한 것은 인생을 막살아보자 하는 마음은 아니다.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들이 태반이라 그 시간을 줄여보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대충 해야 것들 중 지켜야 할 나의 모닝 루틴 감사와 사랑이 저절로 샘솟는다.


이것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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