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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미 안투네즈 Aug 12. 2022

몸과 마음.








몸이 건강하지만 마음이 깊지 않은 사람은 마음 수련을 해야 하고, 마음으로 세상을 읽는 사람은 몸이 약해 몸 수련을 해야 한다.


항상 튼튼하지 못한 몸이 살아 가는데 걸림돌이었던 나에게 엄마가 자주 하던 말이었다. 엄마는 다 뜻이 있어서 몸이 약한 것이니 몸 수련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신과 영성적인 세계에 관심이 많았다. 남들이 읽지 않는 종교 서적이나 명상에 관한 책을 읽으며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깊은 욕구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몸이 약했다. 딱히 병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기운이 없고 시작한 것을 끝까지 해내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곤 했다. 


사람들을 좋아하지만 잘 어울리지도 못했다. 누군가와 장시간 이야기를 하고 나면 갖고 있는 에너지가 다 방전되어버리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을 쉽게 사귀지 못했고 처음 만난 사람과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곤 했다.




그런 내가 미국에 와서 가장 곤란을 겪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모르는 사람과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미국 사람들은 참 아무 하고나 인사를 한다. 길을 걷다가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나 버스 옆자리에서도 불쑥불쑥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람들과 눈도 잘 마주치지 못하는 나는 길을 걷다가 저 멀리서 사람의 모습만 보여도 어깨가 긴장되기 시작한다. 상대방이 먼저 웃으면서 인사해 주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인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두고 머리에서 온갖 생각이 오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남편은 누구에게나 먼저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다. 때로는 길 건너편에 있는 사람과도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하고 공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서슴없이 다가가 무슨 작업을 하는 건지 언제 끝나는 건지 물어보곤 한다. 그리고 나는 그런 남편이 참 신기하면서도 부러울 때가 많다.




난 사교적인 남편의 많은 것이 부럽지만 남편은 부러운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고, 나는 열 시간을 자던 잠을 한 시간만 안자도 피곤하지만, 남편은 열 시간을 자던 한 시간을 자던 크게 변화가 없다. 나는 몸이 차가워 한여름에도 양말을 신고 자지만  몸이 뜨거운 남편은 한겨울에도 양말만 신고 잔다. 내가 음이면 남편은 양이고, 내가 달이면 남편은 태양일 것이다.


나는 유쾌하고 단순하고 건강한 남편이 항상 부럽다. 반면 나는 자주 예민하고 복잡하고 우울할 때도 많아 남편을 가끔 힘들게 한다. 하지만 어느 날 내가 남편에게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하자 남편은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런 네가 존재하기 때문에 나도 존재하는 거지.




어둠 없이 빛이 존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래가 없이는 위가 존재하지 않듯이 말이다. 남편과 내가 짝을 이루어 살아가듯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핍이 있기에 풍요가 존재하고 두려움이 있기에 사랑이 존재하고 네가 있기에 내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짝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이 결국 하나이듯 나의 아픔도 나의 부정적인 생각들도 나의 어둠도 다 의미가 있고 존재 가치가 있다. 혼란스러운 내 세계의 명확한 한 줄기 빛과 같은 남편이 언제나 나를 찾듯이 말이다.




언젠가 합기도를 오래  남편에게 명상을 같이 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남편은 장난스럽게 그럼 합기도도 같이 하자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이상 남편에게 명상을 권유하지 않는다. 나는 절대 합기도 같은 운동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면 합기도가 정말 필요한 것은 남편이 아니라  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명상을 해야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남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산적같이 생긴 남편이 가만히 앉아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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